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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이천수 "은퇴한다면 난 누구보다 힘들 것 같다"

기사입력 2015.08.27 06:02 / 기사수정 2015.08.27 12:03

김형민 기자


① 이천수가 말하는 나와 인천의 이야기

[엑스포츠뉴스=인천, 김형민 기자] 확실한 목표지점을 두고 인생을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누구나 그렇듯 앞으로의 일을 알기란 어려운 일이다. 언제 축구화를 벗을지 모르는 선수들에게도 역시 해당되는 이야기다.

시즌의 후반기에 접어든 8월 끝자락에서 이천수(34)를 인천에서 만났다. 그의 선수생활도 사실상 후반기에 들어섰다. 누가 언제까지 하라고 정해져 놓지는 않았지만 이천수 역시도 마무리에 대한 질문이 어색하지 않다. 확실한 것은 아직 그가 정해놓은 마지막 순간은 없다는 사실이다.

인천과의 남은 계약기간은 앞으로 4개월. 올 시즌이 끝나면 재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아직 베테랑 이천수를 인천은 필요로 한다. 이천수 역시 인천과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고 싶어한다. 지난 3년간의 인천에서의 생활과 앞으로 그가 인천에서 써내려 갈 이야기들. 그 모두를 직접 만나 들어봤다.

형들이 말하던 경험, 지금 오니 느껴지더라

어느덧 그라운드 위에서 이천수는 베테랑, 맏형이 됐다. 2002년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패기 넘치는 플레이를 펼치던 이천수는 이제 없다. 오랜 선수생활을 겪다보니 앞서 간 선배들과 같은 과정을 거치고 있다. 경험이 쌓이면서 느껴지게 되는 연륜이나 시점의 변화 같은 것들이 그것이었다.

이천수 "인천에서 정을 많이 느끼고 있다. 선수들이나 관중들, 서포터스들 사이에서 정이란 것이 생기더라. 예전에는 나 개인적으로만 생각을 하다가 경험이 생기면서 두루두루 주변을 보게 되는 습관도 생겼다. 여기에서 경험이 생겼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기자분들도, 프런트분들도 다 보인다. 사람이 안 보이던 것이 왜 보일까. 이게 바로 2002년 월드컵때 형들이 말하던 경험이구나. 이런 거였구나하고 생각한다. 나도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천수는 2013시즌을 앞두고 인천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 떠올리고 싶지는 않은 순간이었다. 자신의 고향인 인천을 새로운 터전으로 삼는 데는 과정이 굉장히 어려웠다. 2011년 일본 J리그 오미야 알디쟈를 떠나 인천으로 오려고 하니 이전에 전남 드래곤즈로부터 받은 임의탈퇴 공시가 문제가 됐다. 우여곡절 끝에 전남에 사과하고 임의탈퇴를 철회하면서 인천행이 성사됐다. 그렇게 힘들게 들어온 인천에서도 운명의 신은 이천수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팀 성적은 연도별로 롤러코스터를 탔고 그 사이 많은 경험을 해야 했다.

이천수 "인천에 처음 올 때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고 오고 나서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인천을 두고 말할 때 '홀수해에 좋다'는 평가가 많다. 2003년에 인천이 창단하고 2005년에 내가 현대에 있을 때 K리그 결승전에서 인천과 붙었는데 그때 인천이 준우승을 했고 2013년에는 상위 스플릿에 들었다. 나는 2013년 홀수해에 왔으니까 잘 못느끼고 있다가 2014년에 멤버도 좋고 아무런 문제도 없는데 어려워지니까 이게 맞아들어가나 했는데 2015년에는 또 상승세에 있다. 그동안 축구만 신경을 쓰던 나로서는 여러가지 외부 요소들을 신경 쓰게 된 계기가 됐다."

"인천에서는 다른 곳에 있는 것보다 힘든 것이 사실이다. 재정적으로나 팀 스쿼드 역시 약하기도 하다. 내가 마지막 시기에 좋은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내 축구인생에 있어서 나중에는 좋은 경험이 되고 지도자가 된다면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보다 후배들을 먼저 생각하게 된 선배

이천수는 한때 '앙팡테리블'이라고 불렸다. 악동이라는 이미지가 있으면서도 그라운드 위에서는 정확한 프리킥과 날렵한 몸놀림과 공격력으로 화제를 뿌리고 다녔다. 이렇다보니 주변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하는 경향도 앞섰다. 모두 젊었을 때 겪는 하나의 과정이었다. 이제 그런 모습은 이천수에게 남아있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겪었던 경험들은 피와 살이 된 현재 이천수는 주위의 사람들과 후배들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다.

이천수 "나는 어릴 때에는 나를 위해서, 나를 위한, 내가 위주가 되는 운동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이후에 나이가 들수록 나 위주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위주로 해주고 싶어지고 나는 조금 뒤로 물러서 있는 것이 이제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보고 이제는 주변에서 '반코치, 반감독님'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이제는 같이 운동을 하는 후배들을 보고 있으면 열심히 하지 않는 것들이 보일 때가 있다. 우리들의 표현에 의하면 '2군으로 내려보내야 겠다'는 그런 판단이 서는 선수들이 있다. 그리고는 갔다 오면 잘한다. 나보다 경험이 많은 선배나 감독님들은 그러한 것들이 얼마나 잘 보이겠나. 축구를 어떻게 하라고는 말해주는 것은 좀 아니지만 골프에서 기본 자세를 가르쳐 주듯이 자세나 정신은 내가 잡아주려고 한다.  보일 때마다 후배들에게 말한다. 더 뛰라고. 내가 운동할 때는 사람을 잡아먹으려 할 만큼 했다. 요즘은 신체조건도 좋고 발전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 많다. 그런 선수들에게 집중하면 더 잘할 수 있다고 자주 말해준다."

지금 인천의 어려운 상황은 이미 모두 아는 기정사실이 됐다. 올 시즌에도 인천 선수들은 봉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그라운드에 나서고 있다. 이천수 역시 옛날에 비하면 많이 깎였다. 자세하게는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그중 일부 금액은 이천수도 못받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인천은 올 시즌 눈길을 사로잡는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만 해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분위기를 뒤집으며 이제는 상위 스플릿 진출을 바라보고 있다. 최근에는 3연승을 달리면서 저력을 보여줬다. 여기에는 선수들의 간절함이 있었다고 이천수는 말한다.

이천수 "우리의 분위기는 선수들의 구성이나 누가 경기에 나오고 안 나오고를 보면 솔직히 다들 알 수 있다. 최근 경기력이 좋은 것, 결국은 간절함 때문이다. 다음 시즌에는 나아질 것이라는 간절함을 가진 선수들이 많이 있다. 나는 구단 대표님과도 허심탄회하게 팀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 팀에 그만큼 애정이 있는 선수고 고향이 또 인천이기도 하니까. 선수들이 월급을 못받는 것을 보면서 모두가 그렇겠지만 나도 역시 항상 마음이 아프다. 다시는 아프지 않기 위해서 지금 모두 잘해야 하는 것이다."



그만둘 때 세상에서 가장 힘들어 할 선수

마침표를 찍는 일은 힘든 일이다. 만남에서 이별이 힘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축구와 사람이 만나서 서로 돌아서는 순간도 그럴 것이다. 많은 선수들이 은퇴식에서 눈물을 흘린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고 어떻게 보면 계속해서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철인들은 그 순간이 워낙에 특별하기에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계속해서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천수도 아직 은퇴를 기약해두지 않았다. 향후 몇년은 더 인천에서 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가 확신하는 것은 그만둘 때 누구보다도 자신이 가장 아쉽고 힘들어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이천수의 축구 인생은 남들과는 조금 달랐기에 그렇다. 축구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지만 일각에서는 미움도 받았다. 유럽과 국내를 오가는 등 둥지도 많이 옮겼고 월드컵도 두 번 경험했다. 우여곡절이 유난히 많았기에 더욱 축구를 놓기 힘들 수도 있어 보였다.

이천수 "그런 생각을 해봤다. 1년이면 사람이 정말 마음만 먹으면 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이 아니라서 조금만 관리를 하면 충분히 뛸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면 그 1년이 좋은 1년이 될 지 힘든 1년이 될 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나와 함께 했던 많은 선수들이 은퇴를 했다. 은퇴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힘들어하는 것을 느꼈다. 오랫동안 쥐고 있던 끈을 놓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인 것 같았다. 직접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나는 축구를 하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만약에 축구를 놓는다면 누구보다 아쉬울 거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은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만 그렇게 된다면 누구보다 더 힘들어하는 한 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천수는 자신의 마지막 팀은 인천이 되길 원한다는 말을 마지막에도 되풀이했다. 자신의 삶의 터전이고 고향인 인천을 떠날 생각이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만약 인천이 떠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면 남겠다는 계획이다. 아주 잠시였지만 김도훈 감독과도 "선수생활 몇년 더 하라"는 내용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고 한다. 아직 30대 중반인 이천수에게는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은퇴한 이후에 그리고 있는 삶도 확실히 그려 놓은 것은 없다. 되도록 해보고 싶은 일들을 모두 하며 즐기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과연 앞으로의 이천수의 선수생활 막바지의 행보와 남은 인생이 어떻게 그려질 지 축구팬들은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이천수 "아마도 축구계를 배회할 것 같다. 한편으로는 방송도 해보고 싶고 지도자도 하고 싶고 욕심이 많다. 운동만 했기 때문에 남들보다 공부도 못했고 못하는 것이 많았다. 아직도 지금 젊은 나이라고 생각하는데 앞으로도 제 2의, 제 3의 인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khm193@xportsnews.com / 사진=이천수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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