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플때 사랑한다' 류수영이 신의 한수...인생 악역 펼쳤다[종영①]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슬플 때 사랑한다’ 류수영의 연기력이 빛났다.
 
27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슬플 때 사랑한다'에서 윤마리(박한별 분)는 이혼 서류를 접수하기 위해 강인욱(류수영)을 만났다. 강인욱은 자신의 머리에 총을 댔고 윤마리는 이를 막으려 했지만 총소리가 났다. 정신을 차린 윤마리는 피범벅이 된 강인욱을 보고 놀랐다. 

병원에서 의식을 회복한 강인욱은 눈 수술을 거부하고 뛰쳐나가 서정원(지현우)의 병원으로 달려갔다. 강인욱은 서정원에게 자신을 죽이라고 했지만 윤마리가 말렸다. 강인욱은 긴급 체포됐고 아내 폭력 사실이 방송돼 널리 알려졌다.

강인욱은 이후 윤마리를 납치했다. 하지만 눈 부위 통증이 심해지면서 풀장으로 빠졌다. 서정원은 놀란 윤마리를 보고 안아줬다. 분노한 강인욱은 서정원에게 총구를 겨눴다. 서정원 대신 총을 맞은 윤마리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자살했다. 서정원은 윤마리의 몸에 들어간 총알을 빼내는 수술에 직접 참여해 윤마리를 살렸다.

‘슬플 때 사랑한다’는 1999년 일본 TBS에서 방영된 노지마 신지 작가의 '아름다운 사람'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살려고 얼굴을 바꾼 윤마리와 그런 윤마리를 죽은 아내의 얼굴로 바꿔주고 사랑하게 되는 서정원, 윤마리를 지독하게 쫓는 강인욱, 서정원을 사랑하지만 갖지 못한 절친 주해라(왕빛나)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담았다.   

들여다보면 전개에 큰 변화는 없다. 예상을 깨는 지점이 나온다거나 새로운 사건이 자주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애절하게 사랑하고, 또 쫓고 쫓기는 흐름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됐다.

대신 인물의 감정에 의존했다. 각각의 캐릭터가 처한 상황과 감정의 변화를 세밀하게 그렸다. 사건의 시발점이 되는, 얼굴을 완전히 바꾼다는 설정은 비현실적이지만 남편의 폭력을 피하고자 하는 윤마리의 처절한 상황이 초반부터 비중 있게 담겨 당위성을 부여했다. 꽃말을 이용해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한 것이 좋았고 마지막까지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 강인욱의 행보가 이어져 긴장감을 유발했다.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했다. 류수영의 인생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류수영은 그간의 부드럽고 스윗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맡았다. 겉으로는 완벽하지만 알고 보면 아내에게 지독하게 집착하는 남자를 강렬하게 소화했다. 살기어린 눈빛과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폭주하는 캐릭터에 몰입했다.

그러면서도 과거 어머니가 아버지의 폭력 속에 자신을 버리고 자살한 트라우마 때문에 힘들어하고 불안해하는 남자의 내면을 섬세하게 연기했다. 아버지를 증오하지만 그런 아버지를 닮아갈 수밖에 없는 강인욱의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했다. 폭력 남편을 미화한 작품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지만 그만큼 류수영의 연기가 뛰어났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강인욱과 대척점에 있는 서정원 역의 지현우의 연기도 눈에 띄었다. 그토록 사랑한 아내가 자신 몰래 친구와 불륜을 저질렀고 교통사고 후 식물인간이 된 뒤 죽자 절망했다. 죽은 아내의 얼굴로 바꿔 준 윤마리에게 연민을 넘어 사랑에 빠졌다. 사랑에 헌신적인 무결점 남자를 그려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얼굴이 바뀌기 전의 윤마리를 연기한 박하나는 특별 출연임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살기 위해 강인욱에게서 탈출을 결심하는 윤마리의 간절함을 잘 표현해 초반 흥미를 돋울 수 있었다.

배턴을 이어받은 박한별의 복귀도 화제가 됐다. 2017년 12월 종영한 MBC '보그맘' 이후 1년 3개월여 만에 안방에 컴백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나아졌지만 한결같은 감정 연기가 아쉬웠다. 작품 외적으로도 논란이 됐다. 남편 유 모씨가 승리의 버닝썬 논란에 휩싸였다. 누리꾼의 하차 요구가 이어지자 SNS에 직접 사과까지 하는 등 구설에 올랐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MBC 방송화면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