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카즈하, 허윤진, 홍은채, 김채원, 카즈하.
(엑스포츠뉴스 도쿄, 장인영 기자) 데뷔 초부터 르세라핌이 갖고 갔던 팀컬러는 '독기'였다.
지금도 그 날카로운 에너지와 투지는 여전하지만, 도쿄돔 무대 위에서 보여준 얼굴은 분명 달랐다. 독기가 빠졌다고 할 순 없다. 다만 그 안에 여유가 더해졌을 뿐이다. 치열함을 지나 단단해진 팀의 또 다른 성장의 증거였다.
지난 18~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첫 월드투어 '이지 크레이지 핫(EASY CRAZY HOT)' 앙코르 콘서트 무대에 선 르세라핌은 팬덤 '피어나'(FEARNOT)와 함께 꿈을 이룬 벅찬 시간을 보냈다.
2일차 공연 말미 홍은채는 "그동안 꿈꿔왔던 도쿄돔에서의 공연이 끝이 났다. 이곳에 오기까지 열심히 달려왔던 모든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어제, 오늘 이렇게 많은 피어나를 직접 제 두 눈으로 보니까 '그동안 피어나는 정말 모든 순간에 우리 옆에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고맙고 울컥했다. 뭐 하나 소중하지 않은 무대는 없지만 그토록 바라왔던 오늘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르세라핌 홍은채.
"무대 오르기 전에 평소보다 많은 생각을 가지고 올라왔다"라는 홍은채는 "오늘 저희를 처음 보는 분들께는 르세라핌이라는 팀이 얼마나 진심으로 공연을 하는지 보여드리고 싶었다. 저희를 항상 지켜봐 주셨던 피어나한테는 여기까지 오게 해줘서, 늘 고맙다는 마음을 무대로 보답하고 싶었다. 이런 마음들이 모두에게 와닿았을지는 모르겠지만 즐거운 추억이 됐길 바란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결국 눈물을 터뜨린 그는 "앞으로 느릴 때도 있겠지만 우리의 속도대로 더 멋진 꿈들을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고 지금까지 그래왔듯 서로에게 힘이 되면서 더 단단한 르세라핌과 피어나가 됐으면 좋겠다"며 "
다음에도 또 이곳에서 꼭 만나요"라고 기약했다.

르세라핌 김채원.
김채원은 "꿈의 무대인 이곳에서 공연을 마치고 멘트를 하는 지금, 노래 부르고 춤추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부터 조금씩 꿈을 키워오고 포기하지 않았던 과거의 저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고 축하해주고 싶다"며 "여러분들도 각자 꿈이 있을 텐데 스스로 터무니없다고 생각하는 꿈이어도 남들 눈치 보지말고 한 발짝씩 꿈을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다. 우리가 함께하겠다"고 사랑하는 팬들에게 응원을 북돋웠다.
수많은 아티스트에게 '꿈의 무대'이자 '대세의 상징'으로 불리는 도쿄돔. 데뷔 3년 만에 그 무대에 입성한 르세라핌에게는 잊지 못할 이정표이자 성과다. 특히 일본 출신 멤버 사쿠라와 카즈하에게는 고향에서 거둔 성취이기에 더욱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르세라핌 사쿠라.
특히 과거 일본에서 걸그룹 활동을 했던 사쿠라는 당시 도쿄돔에 섰던 기억을 떠올리며, "마지막으로 도쿄돔에 선 것은 11년 전이었다. 11년 전 도쿄돔에 섰을 때는 이 무대가 무슨 뜻인지 아직 잘 모르고 선배님들의 등을 그냥 바라보고 있었다는 기억이 있다. 11년 후에 이렇게 도쿄돔에 다시 서보니 굉장히 여러 감정이 생긴다. 그날 선배님들의 마음을 지금이라면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사쿠라는 이후 한국에서 Mnet '프로듀스 48'에 출연해 프로젝트 그룹 아이즈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속해 있는 르세라핌까지, 14년 동안 아이돌로 살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만약에 내가 아이돌이라는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생각을 한 적도 있다"며 "14년 동안 아이돌을 하면서 많은 꿈을 이뤘지만 대신 많은 것을 포기해 왔다. 그래도 그 시련을 이겨낸 후에 오늘의 이 경치가 기다리고 있다면 저는 다시 태어나도 분명 아이돌의 길을 다시 선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르세라핌 카즈하.
사쿠라 역시 감정이 북받친 듯 눈시울을 붉히며 "아무것도 아닌 저도 이렇게 멋진 아이돌로 만들어 준 팬 여러분 정말 감사하다 르세라핌이라는 존재 가 조금이나마 여러분들의 행복의 원천이 되었으면 좋겠다. 눈물이 나버렸지만 기쁜 눈물"이라고 이야기했다.
카즈하는 "얼마 전에 있었던 사인회에 와주신 한 아버지 피어나(팬덤명)가 굉장히 인상에 남았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운을 뗀 뒤 "'이번 공연을 지금 발레를 열심히 하고 있는 딸과 보러 간다. 굉장히 기대가 된다'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저도 처음 이런 공연을 본 게 똑같이 발레를 열심히 할 때고 아버지와 함께 보러 갔을 때여서, 왠지 제 일과 겹쳐서 되게 인상에 남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제가 꿈꾸는 계기가 되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의 누군가가, 지금은 여기 도쿄돔이라는 굉장히 큰 곳에 저희 공연을 보러 와 주고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고 감회를 밝혔다.

르세라핌 허윤진.
카즈하는 "개인적으로 정말 감사하게도 이 길을 걷기 시작하고 나서 굉장히 빠른 시일 내에 이런 큰 무대에 서게 된 것 같다. 이 길을 함께 걸어줄 수 있는 굉장히 멋있고 존경스러운 네 멤버 덕분"이라고 멤버들에게 공을 돌린 뒤 "개인적으로 아직 부족한 부분도, 미숙한 부분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제가 목표로 하는 이상향에 이르기까지 좀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그런 제 모습을 통해 여러분들도 한 발짝 앞으로 나가는 용기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허윤진 역시 눈물을 보인 멤버 중 하나다. 그는 '도쿄돔 입성'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를 떠올리며, "실감이 전혀 나지 않았지만 순간 듣자마자 눈물이 엄청났다. 눈물의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잊었던 것의 가치를 누군가 알아줄 때, 재발견해 줄 때 기쁨을 혹시 알고 있냐. 삶에 지쳐서 잊고 있었던 나의 밝은 모습일 수도 있고 부끄러워서 말을 아낀 꿈일 수도 있는데 사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제게는 한 줄기 빛 같은 희망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 이겨낼 거고 피어나와 함께 특별한 자리에 있는 저희의 모습을 상상하고 힘을 냈다. 다양한 온도의 시간을 보내고 마침내 실감 났던 순간이 '핫' 무대할 때였다"며 "다 이겨내고 아직도 뜨겁다, 앞으로도 뜨거워질 거라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르세라핌.
더불어 허윤진은 "속도가 달라도 서로를 기다려주고 이끌어주는 멤버들에게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오늘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느껴지는데 저는 지금이 시작이고, 새 챕터라고 본다. 부끄럽지 않은 아티스트가 되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공연은 지난 4월 인천에서 시작해 9월까지 일본, 아시아, 북미를 열광시킨 첫 월드투어의 피날레이자, 미니 3집 '이지', 미니 4집 '크레이지', 미니 5집 '핫'으로 이어지는 3부작 프로젝트의 완결판으로 의미를 더했다.
르세라핌은 빌보드 '핫 100'과 영국 '오피셜 싱글 톱 100' 최고 기록을 쓴 신곡 '스파게티(SPAGHETTI)'를 비롯 데뷔곡 '피어리스(FEARLESS)', '언포기븐(UNFORGIVEN)', '안티 프래자일(ANTIFRAGILE)' 등 히트곡 퍼레이드와 다채로운 특수효과로 도쿄돔을 뜨겁게 달궜다.
마이 멜로디와 쿠로미 캐릭터가 무대에 등장한 '카와이(Kawaii)', 첫 선보이는 팬송 '펄리즈(Pearlies)', EDM 편곡 버전의 '크레이지' 등 오직 앙코르 콘서트에서만 볼 수 있는 무대들의 향연이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사진=쏘스뮤직
장인영 기자 inzero6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