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SSG가 5:0으로 승리했다. 경기 후 SSG 김건우가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인천, 유준상 기자
(엑스포츠뉴스 인천, 유준상 기자) SSG 랜더스 좌완 영건 김건우가 기대 이상의 투구를 보여줬다.
김건우는 2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15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5⅓이닝 1피안타 2사사구 1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면서 시즌 4승을 달성했다.
김건우는 이날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종전 올해 3월 27일 문학 롯데 자이언츠전, 8탈삼진)을 만들었다. 또 올시즌 국내 선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타이기록(롯데 자이언츠 박세웅, 4월 17일 사직 키움 히어로즈전 12탈삼진)도 세웠다. 올 시즌 8번째(국내 선수 2번째) 선발 타자 전원 탈삼진이라는 기록까지 작성했다.
김건우는 이날 총 77구를 던졌다. 구종별로는 직구(45개)가 가장 많았고, 체인지업(16개), 커브, 슬라이더(이상 8개)가 그 뒤를 이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9km/h를 나타냈다.
5회초까지 노히트 행진을 이어간 김건우는 6회초 1사에서 박민에게 2루타를 내줬다. 이후 1사 2루에서 이로운에게 마운드를 넘겨줬고, 관중석에서는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SSG는 김건우의 호투에 힘입어 KIA를 5-0으로 제압했다.

11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SSG 랜더스의 더블헤더 2차전 경기, 9회초 SSG 김건우가 공을 힘차게 던지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건우는 "좋은 성적을 생각하고 투구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포수 (조)형우의 리드대로 잘 따라가다 보니까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8번째 탈삼진을 기록한 뒤 한 번 전광판을 봤는데, 그때부터 (탈삼진을) 10개 이상은 기록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닝을 거듭할수록 힘이 떨어질 수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붙어서 인플레이 타구를 끌어내면서 승부하자고 생각했는데, 그게 삼진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일단 3회까지는 무조건 힘으로 눌러서 이기려고 했는데, 3회 이후에도 기회를 받았기 때문에 형우에게 오늘 경기에서 좋았던 구종을 많이 활용하자고 얘기했다. 형우가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줬다"며 조형우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6이닝을 채우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을까.
김건우는 "투수코치님이 '힘이 떨어지지 않았느냐'라고 하셔서 '괜찮습니다'라고 했는데, '내려와야 할 것 같다'고 하시더라(웃음). '고생했다'고 말씀하시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셨다. 기분이 좋았다"며 "더 센 투수가 있으니까 뭔가 교체될 것 같다고 느꼈다. 후회는 없었다"고 얘기했다.

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8회말 1사 SSG 김건우가 역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2002년생인 김건우는 2021년 1차지명으로 입단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33경기 55⅔이닝 3승 4패 2홀드 평균자책점 4.20을 기록 중이었다. 불안한 제구 때문에 고전하다 지난달 16일 문학 LG 트윈스전(2이닝 3실점) 이후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이후 김건우는 한 달 넘게 2군에서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다. "'(1군에서) 나를 언제 불러주나' 이런 생각은 없었다. 그동안 너무 앞만 보고 달렸던 것 같다. 개막 엔트리에 포함된 이후 쭉 하다가 2군에 내려갔는데, 자신을 많이 돌아보는 시간이었다"며 "자꾸 안 좋은 것만 생각하고 문제점만 생각하면서 시즌을 치른 게 독이 됐다. 2군에 내려간 뒤에는 좋은 투구를 했을 때의 영상을 찾아보고 좋은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운동했다. 오늘을 위해서 (2군에) 내려갔던 것"이라고 돌아봤다.
김건우는 2군에 머무르는 동안 투구폼에 변화를 줬다. 그는 "안 좋았던 부분이 계속 반복된 것 같아서 2군에 내려간 뒤 연습할 때부터 이중키킹으로 연습했는데, 이제 일관성 있게 던진다"며 "많이 급했는데, (변화를 주면서) 그 부분을 보완했다. 또 시즌 초반처럼 힘을 많이 쓸 수 있다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팔각도가 높아진 것 같아서 데이터나 영상을 많이 찾아왔다. 시즌 초에 던진 것처럼 편안한 팔 각도를 찾으려고 했다"며 "슬라이더의 그립이나 슬라이더를 던지는 방식도 바꿔봤는데, 지금의 폼에 가장 적합한 슬라이더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김건우는 지금의 흐름을 계속 이어가고자 한다. "(잘 안 되는 것도) 그냥 지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오고 팀에 도움이 되니까 내년에도 잘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내년부터 선발로서 꾸준히 좋은 기록을 내고 싶다"며 "오늘 좋았던 건 오늘로 끝내고, 이제 좋은 리듬을 다음 경기까지 이어가야 한다. 많이 공부해서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인천, 유준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