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김하성.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어썸킴'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여전히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트레이드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빠른 시일 내로 트레이드가 이뤄지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16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의 2루수에 대한 내용을 다루면서 김하성의 상황을 언급했다.
매체는 "김하성은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선수 중 한 명이지만, 올해와 그 이후의 거취에 대한 의문이 많다"며 "공격적인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 수비에서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인 그는 가장 생산적인 선수였는데, 그의 미래와 현재 팀의 포지션 적합성에 대해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하성과 샌디에이고는 2025년 1000만 달러의 상호 옵션을 갖고 있는데, 지난 두 시즌 동안 김하성이 보여준 생산력을 감안하면 이걸 거절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는 다음 겨울 시장에서 가장 생산적인 중앙 내야수 중 한 명으로 떠오를 것이다. 기본적으로 그는 낮은 가격에 이적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활약을 펼친 김하성. 사진=AP/연합뉴스
또 MLB.com은 "김하성은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이기도 하고, 샌디에이고의 클럽하우스에서도 사랑받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전성기를 누리고 있고, 여러 포지션에서 자신의 가치를 발휘 중"이라며 "김하성이 FA 자격을 얻기 전에 연장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트레이드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매체는 "김하성은 2024년 800만 달러의 연봉을 받고 뛰는데, 나머지 29개의 팀은 김하성을 영입함으로써 전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그가 다재다능하기도 하고 3개의 포지션에서 뛰어난 수비력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미 샌디에이고는 중앙 내야 옵션을 많이 갖고 있고, 김하성을 트레이드함으로써 로스터의 심각한 구멍을 메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얘기했다.
앞서 메이저리그 이적시장 소식을 다루는 매체 'MLB트레이드루머스(MLBTR)'은 15일 "아직 트레이드 가능성은 열려있다. 김하성은 광범위한 관심을 받고 있다"며 "얼마나 많은 팀들이 내야수를 필요로 하는지 고려해 보면 최대 메이저리그의 절반 정도의 팀들이 김하성에게 관심을 보일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기존에 언급됐던 팀들 이외에도 많은 구단이 김하성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트레이드 예상 구단으로는 탬파베이 레이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피츠버그 파이리츠, 캔자스시티 로열스, 밀워키 브루어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애틀 매리너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LA 에인절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시카고 컵스, 마이애미 말린스까지 총 17개 팀을 꼽았다.
지난해 10월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김하성.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오는 3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MLB 정규시즌 개막전 '서울시리즈' 포스터. 사진=쿠팡플레이
다만 MLB.com은 "(김하성을 트레이드하는 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샌디에이고는 그를 트레이드할 경우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김하성은 지난해 내야진이 온갖 부상에 시달리는 가운데서도 (2루뿐만 아니라) 유격수, 3루수까지 내야에서 노련한 모습을 보여줬다"며 "김하성을 트레이드하는 데 있어서 단점이 있다. 그가 출전 예정인 개막 시리즈(서울시리즈) 전에 트레이드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의 대가로 많은 이득을 얻지 못하면 트레이드가 성사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샌디에이고는 오는 3월 20~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라이벌' LA 다저스와 2024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전을 치른다. 두 경기 모두 오후 7시 5분에 시작되며, 미국에서는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이 두 팀의 경기를 생중계한다. 한국에서는 OTT 플랫폼 쿠팡플레이가 생중계할 예정이다. 샌디에이고와 다저스는 개막전에 앞서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LG 트윈스, 팀 코리아와 스페셜 경기를 치른다.
한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 현지 언론도 한국에서 진행되는 메이저리그 경기를 주목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2일 '우리가 2024년에 기다리는 8가지'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면서 서울시리즈를 언급했다. 매체는 "다저스는 3월 20일과 21일 대한민국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샌디에이고와 개막전을 치른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오타니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 대회, 윔블던 테니스대회, 2024 파리 올림픽, 포뮬러원(F1) 월드챔피언십 최종전(아부다비 그랑프리)과 더불어 '여행을 가서라도 봐야 할 새해 스포츠 이벤트'에 서울시리즈를 포함시켰다.
특히 고우석과 함께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한국 땅을 밟는 김하성으로선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김하성은 지난해 10월 입국 기자회견 당시 "한국에서 메이저리그 경기를 하는 게 처음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많이 기대하고 있고, 정말 큰 영광이다. 동료 선수들이 기대하고 있는데, 원하는 것을 최대한 들어줄 생각"이라며 "후배들과 아마추어 선수들이 많이 와서 경기를 봤으면 좋겠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꿈을 키워나갈 수 있지 않는가. 팬분들도 정말 좋아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매체는 "샌디에이고가 트레이드에 대해 제안을 듣는 건 나쁠 게 없지만, 현재 로스터에서 김하성이 큰 가치를 갖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그 기준이 높아야 한다"며 "샌디에이고는 어느 팀과 협상하더라도 FA까지 몇 년이 남은, 임팩트 있는 선수를 영입해야 한다"며 섣불리 트레이드에 나서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의 데니스 린 또한 "샌디에이고는 올해 경쟁력을 갖추려고 하고, 김하성은 800만 달러의 연봉으로 큰 가치를 팀에 제공할 수 있다. 팀 입장에서는 김하성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유지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스프링 트레이닝 도중 다른 팀에서 부상이 발생하면서 중앙 내야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수 있고, 혹은 샌디에이고 팀 내에서 부상자가 나올 수도 있다"며 김하성의 트레이드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분석한 바 있다.
물론 김하성과 샌디에이고의 동행이 계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MLB.com은 "김하성은 보가츠보다 좋은 유격수 수비를 보여주지만, 보가츠는 하락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크로넨워스는 계약 기간이 7년이나 더 남았고, 수비적으로도 뛰어나다. 2루수 유망주 잭슨 메릴은 지난해 더블A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모든 것들이 김하성의 연장 계약 가능성은 낮게 만든다"고 짚었다.
결국 올 시즌만 놓고 봤을 때 돌발 변수 등을 감안하면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에 남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지만, 팀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김하성의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수로선 팀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샌디에이고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김하성. 사진=AFP/연합뉴스
KBO리그, 국제무대를 통해 능력을 검증받은 김하성은 2021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4+1년 총액 3900만 달러(4년 보장 28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으면서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이미 3년이 지났고, 올해로 빅리그에서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김하성이다.
2021년(117경기 267타수 54안타 타율 0.202 8홈런 34타점 6도루 OPS 0.622)과 2022년(150경기 517타수 130안타 타율 0.251 11홈런 51타점 12도루 OPS 0.708)까지만 해도 김하성의 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그 흐름이 달라진 건 지난해였다. 김하성은 152경기 538타수 140안타 타율 0.260 17홈런 60타점 OPS 0.749를 기록, 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및 도루로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수비에서는 자신의 주포지션인 2루수(106경기 856⅔이닝)뿐만 아니라 3루수(32경기 253⅓이닝)와 유격수(20경기 153⅓이닝)도 완벽하게 소화했다. 넓은 수비 범위와 안정적인 포구 능력을 선보이며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았고,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에서 무키 베츠(LA 다저스)와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제치고 아시아 지역 출신 내야수로는 처음으로 골드글러브를 품었다.
하지만 김하성은 구단의 열악한 재정 상황으로 인해 트레이드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지역 중계방송사가 파산한 여파로 재정에 큰 타격을 받았고, 지난 9월 선수단 연봉 지급을 위해 5000만 달러(약 652억원)를 대출받은 사실이 뒤늦게 전해지면서 팀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샌디에이고는 지난달 7일 뉴욕 양키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주전 외야수 후안 소토와 트렌트 그리샴을 떠나보냈고, 그 대가로 우완투수 마이클 킹, 자니 브리토, 유망주인 우완투수 드류 소프와 랜디 바스케스, 포수 카일 히가시오카를 받았다. 또한 FA 자격을 취득한 선발투수 세스 루고, 마이클 와카(이상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팀을 떠났고 마무리투수 조시 헤이더 또한 시장의 평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AP, AFP/연합뉴스, 쿠팡플레이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