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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에 차가웠던 감독…토트넘엔 은인 "모드리치 내가 '중미'로 바꿨어"

기사입력 2023.11.02 22:00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박지성에게는 차가웠지만 선수 재능을 알아보는 능력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과거 토트넘 홋스퍼를 이끌었던 노장 해리 레드냅이 루카 모드리치를 중앙 미드필더로 변신시킨 게 자신의 공이었다고 자찬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이 1일(한국시간) 게재한 모드리치의 레알 마드리드 통산 500번째 출전 특집 기사에서 레드냅은 "난 모드리치가 공을 빼앗기는 걸 본 적이 없다. 내가 토트넘에 부임했을 때 모드리치는 왼쪽 측면에서 뛰고 있었다. 공을 잡기 위해 안쪽으로 들어오고는 했다"라면서 "잉글랜드는 모드리치가 중앙 미드필더로 뛸 만큼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난 모드리치의 포지션을 바꿨고, 그 후 모드리치는 다시는 다른 위치에서 뛰지 않았다"고 말했다.



크로아티아 레전드 모드리치는 지난 2008년 자국 리그 명문 디나모 자그레브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토트넘 입단 초기에는 레드냅의 말처럼 측면에서 뛰었으나 레드냅이 부임한 후에는 중앙 미드필더로 변신했다. 자로 잰 듯한 패스와 경기 흐름을 읽고 조율하는 능력은 프리미어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모드리치와 함께 레드냅이 포지션을 측면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변경한 개러스 베일의 활약을 더해 토트넘은 2010/11시즌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는 기쁨을 맛봤다.

2012년까지 토트넘에서 160경기를 뛰며 17골을 기록한 모드리치는 이후 세계적인 명문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 월드클래스 미드필더로 거듭났다. 카세미루, 토니 크로스와 함께 레알의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이끌었다. 2018년에는 크로아티아를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으로 견인하며 세계 최고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레드냅은 "내가 본 최고의 미드필더 중 일부는 작은 선수들이었다. 1970년대 리즈 유나이티드의 빌리 브렘너와 조니 자일스는 키가 5피트 5인치(167cm), 5피트 7인치(173cm)에 불과했지만 놀라운 선수들이었다. 폴 스콜스 또한 중앙에서 뛰었다. 큰 선수는 아니었으나 환상적인 두뇌를 가졌다. 모드리치도 똑같았다"고 172cm인 모드리치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통할 거라는 걸 알았음을 자랑했다.

이어 "모드리치는 적응하는 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유고슬라비아 전쟁 중에 자랐던 매우 힘든 삶을 살았던 사람이었기에 작지만 터프하고 훌륭한 사람이었다"면서 "얼마나 훌륭한 축구선수였는지 모른다. 훈련이 시작되기 전 원을 그리며 몸을 풀고 론도(볼돌리기) 훈련을 했다. 공을 빼앗는 2명의 선수가 있었지만 내가 있던 3년 동안 모드리치는 단 한 번도 공을 빼앗기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모드리치가 중앙 미드필더로 변신해 처음 출전했던 경기도 인상적이었다고 기억했다. 레드냅은 "내가 강조하고 싶은 건 모드리치가 중앙 미드필더로 처음 출전했던 아스널과의 경기다. 사람들은 아스널 중원이 크지도, 강하지도 않은 선수들로 구성돼 무사했다고 말했으나 며칠 뒤 첼시와의 경기에서도 모드리치는 미하엘 발라크, 프랭크 램파드 같은 선수들 상대로도 훌륭했다. 경기도 우리가 이겼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모드리치를 만든 것과 다름 없는 레드냅은 사실 한국 팬들에게는 박지성에게 차갑게 대한 일화도 유명하다. 박지성은 2012년 맨유에서 퀸스파크레인저스(QPR)로 이적했으나 마크 휴즈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시즌 초반 경질되면서 레드냅 감독을 맞이했다. 하지만 레드냅은 박지성의 주장직을 박탈하고 벤치로 내렸다. QPR에서도 입지가 줄어든 박지성은 팀을 떠나 친정팀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으로 임대를 떠나야 했다.

이런 일화로 레드냅을 향한 국내 축구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하지만 모드리치를 측면 미드필더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변경시켜 월드클래스 미드필더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을 보면 레드냅의 안목은 왜 프리미어리그에서 오랫동안 감독직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레드냅은 2008년 10월부터 2012년 6월까지 3년 8개월간 토트넘 지휘봉을 잡았는데 98승 50무 50패를 기록하며 승률도 괜찮았다. 토트넘의 마지막 공식 무대 우승컵인 2008/09시즌 EFL컵도 레드냅 아래서 일궈낸 것이었다.


사진=AP, EPA/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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