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의 비극' 男 배구, 73위 인도에 2-3 충격패…더는 아시아 강호 아니다 [현장 리뷰]

 

(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배구대표팀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첫 경기부터 비극을 맛봤다.

11년 만에 인도에게 무릎을 꿇는 굴욕을 당하면서 17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 도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내용과 결과 모두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는 완패였다.

한국은 20일 중국 항저우 린핑 스포츠센터 체육관(Linping Sports Centre Gymnasium)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배구 C조 조별리그 1차전 인도와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2-3(27-25 27-29 22-25 25-20 17-15)으로 졌다. 한국은 세계랭킹 27위, 인도는 73위다.

한국을 꺾은 인도는 C조 1위를 확정, 12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한국은 오는 2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캄보디아와 조별리그 2차전을 이긴다면 조별리그 통과는 문제가 없지만 현재 경기력으로 입상권 진입을 꿈꾸기 어렵다는 냉혹한 현실을 확인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주포 정지석이 예상외로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는 변수가 있기는 했지만 허수봉, 전광인, 나경복, 김규민 등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이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면서 10-6의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높은 신장을 자랑하는 장신 군단 인도는 예상보다 더 저력을 발휘했다. 한국은 인도의 미들블로커 라인을 쉽게 뚫지 못하면서 1세트 중반부터 원활한 공격이 이뤄지지 않았다. 잦은 범실까지 겹치면서 점수 차가 조금씩 좁혀졌다. 



13-9에서 공격 실패와 범실이 겹쳐 순식간에 동점을 허용했다. 16-16에서는 허수봉의 공격이 인도 Vinit Kumar의 블로킹에 가로막히면서 경기가 뒤집혔다. 1세트 막판 20-22로 끌려가며 '항저우 참사'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한국은 일단 전광인, 나경복의 득점으로 22-22로 균형을 맞추고 한숨을 돌렸다. 세트 포인트를 먼저 선점하고도 24-23에서 동점이 되며 듀스 승부로 넘어간 부분은 아쉬웠지만 25-25에서 나경복의 오픈 성공, 인도의 팀 범실로 한 점을 더 보태 27-25로 천신만고 끝에 1세트를 따냈다.

2세트도 접전이었다. 나경복의 오픈 성공으로 2세트를 기분 좋게 시작하는 듯 보였지만 인도는 높이를 바탕으로 한국과 대등하게 맞섰다. 인도는 종종 기본기 부족을 드러내는 플레이를 보이기는 했지만 한국에게 쉽게 점수를 헌납하지 않았다. 외려 한국이 서브 범실로 주춤한 틈을 타 팽팽한 흐름을 유지하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외려 7-7에서 인도의 공격 성공으로 한국이 한 점씩 뒤쫓아가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11-10으로 역전한 뒤 나경복의 서브 범실로 곧바로 11-11 동점이 됐고 인도의 강공에 한국 리시브 라인이 흔들리며 11-13으로 열세에 몰렸다.

한국은 이후에도 2점의 점수 차를 쉽게 좁히지 못했다. 2세트 중반까지 14-16으로 끌려가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게임이 흘러갔다. 인도가 세터 APPAVU Muthusamy의 안정적인 볼배급과 인도 공격수들의 파워 넘치는 스파이크를 앞세워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간 반면 한국은 공수 모두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17-19에서는 전광인의 공격 범실이 겹치며 17-20까지 벌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됐다.

21-23에서 허수봉의 공격 성공, 김규민의 블로킹으로 힘겹게 23-23 동점을 만들었지만 1세트에 이어 또다시 맞이한 듀스 승부에서 무너졌다 26-26에서 나경복의 득점으로 세트 포인트를 선점했지만 인도 주포 Vinit Kumar에게 연이어 득점을 내줘 27-28로 재역전 당한 뒤 임동혁의 공격이 RAl Ashwal의 블로킹에 막히면서 2세트를 인도에 헌납했다. 



한국은 3세트에서 인도의 기세에 완전히 짓눌렸다. 인도의 높이는 한국에게 쉽게 점수를 허락하지 않았다. 반면 한국은 인도의 공격수들의 강스파이크에 대처하지 못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스코어가 7-7에서 순식간에 8-12가 되면서 승부의 추가 인도 쪽으로 조금씩 넘어갔다. 3세트 중반 14-21까지 뒤처지면서 모멘텀을 완전히 상실했다.

한국은 3세트 막판 인도의 공격 범실과 허수봉의 공격 성공 등을 묶어 22-24까지 추격했지만 여기까지였다. 전광인의 공격 범실로 인도에게 세트 포인트를 내줘 인도가 세트 스코어도 한국을 앞서는 상황이 됐다.

벼랑 끝에 몰렸던 한국은 4세트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우리의 강점인 강력한 서브가 서서히 살아나면서 인도의 리시브 라인을 조금씩 흔들었다. 6-6에서 나경복의 공격 성곡, 황택의의 서브 에이스, 김민재의 블로킹 등을 묶어 10-6으로 앞서가며 서서히 경기력을 회복했다.

한국은 4세트 중반까지 4~5점의 리드를 유지하면서 서서히 공수 밸런스가 정상궤도에 올라섰다. 허수봉이 좋은 컨디션을 과시하면서 고비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해냈고 한국에 4세트를 가져다줬다. 25-20으로 4세트를 따내면서 승부를 5세트로 끌고가는데 성공했다.



한국은 5세트도 순탄하지 않았다. 5세트 중반 5-8로 끌려가면서 패색이 점점 짙어졌던 가운데 허수봉이 힘을 냈다. 허수봉의 연이은 공격 성공으로 극적인 8-8 동점을 만들고 마지막까지 희망을 이어갔다.

한국은 이후 12-14까지 몰렸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13-14에서 나경복의 공격 성공으로 극적으로 듀스 승부를 이끌어냈다. 나경복은 곧바로 또 한번 공격을 성공시켜 한국에 매치 포인트를 안겼다. 

그러나 한국은 15-14에서 승부에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인도 역시 침착하게 공격을 성공시키며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코트 위에서 드러냈다. 다시 동점을 허용한 뒤 허수봉의 공격이 연이어 인도의 블로킹에 막혀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 남자 배구는 2002 부산 아시안게임, 2006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하계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에 그친 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12년 만에 결승 진출에 만족한 채 은메달로 마쳤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아시아 최강의 위치를 되찾고 금메달을 겨냥하고 있지만 첫 경기부터 약체로 분류된 인도에게 덜미를 잡히며 우승 도전 전선에 먹구름이 꼈다.

한편 아시안게임 남자 배구는 19개 팀이 참가해 6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벌인다. 각 조 1, 2위가 12강 토너먼트에 진출해 메달권 입상을 놓고 다툰다. 



한국 남자 배구는 2002 부산 아시안게임, 2006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하계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에 그친 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12년 만에 결승 진출에 만족한 채 은메달로 마쳤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아시아 최강의 위치를 되찾고 금메달을 겨냥하고 있지만 첫 경기부터 약체로 분류된 인도에게 덜미를 잡히며 우승 도전 전선에 먹구름이 꼈다.


사진=중국 항저우,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