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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역습, 왜 알고도 당할까

기사입력 2009.05.31 11:27 / 기사수정 2009.05.31 11:27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상암, 전성호 기자] 잘 나가는 집안엔 다 이유가 있다.

2009 K-리그의 최대 화두는 광주 상무의 돌풍이다. 군팀이라는 특성이자 한계를 가진 광주는 최근 4년 연속 리그 최하위를 기록할 정도로 ‘만년 꼴찌’ 팀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7승 2무 2패, 승점 23점의 뛰어난 성적으로 리그 1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 서울, 수원, 인천 등의 강팀을 모두 물리쳤다.

특히 18골을 기록하며 리그 2위의 득점력을 자랑하는 점은 지난해까지 빈약한 공격력을 보이던 광주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사실 광주의 경기를 관전하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야, 왜 저걸 못 막지?’란 말이 여러 번 나올 정도로 광주의 공격은 알고도 당하는 기이한 면이 있다. 도대체 무엇이 광주의 공격을 이렇게 강하게 할까? 단지 최성국이 너무 빠르기 때문인 걸까?

광주 역습의 원천, 수비

우선 광주의 위협적인 공격력은 역설적이게도 탄탄한 수비 조직력에서 비롯된다. 기존의 ‘철벽 수문장’ 김용대 외에 올 시즌 장현규, 최원권, 황선필, 박병규 등 K-리그 강팀에서 주전급으로 활약하던 수비수들이 대거 합류했고, 기본적으로 광주는 미드필더 자원까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며 커버 플레이를 펼친다. 이렇게 수비에 좀 더 역량을 투입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최성국, 김명중, 최원권과 같이 역습을 잘 수행할 수 있는 공격 요원들 덕분이다.

FC서울과의 2009 K-리그 17라운드에서도 광주는 자기 진영에서 밀집 수비를 펼치고 뒷공간을 내주지 않으며 서울의 공세를 막아냈다. 대신 좌우 폭을 크게 벌리며 공격수들의 빠른 발을 이용한 역습 위주로 경기를 가져갔다.

일대일 전술에선 서울 선수들이 광주 선수들에 앞서 있었지만, 광주는 수비수들 간의 커버 플레이를 통해 서울의 공격을 막아냈다. 수비가 성공한 뒤에는 곧바로 날카로운 역습으로 공격에 무게 중심이 쏠린 서울을 끊임없이 위협했다.

이런 광주의 전략은 바로 전반 8분에 결과로 드러났다. 최원권이 한번에 전방으로 길게 연결한 패스를 받은 최성국이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에서 받아 그대로 멋진 선취골을 성공시켰다. 올 시즌 광주의 가장 전형적인 득점 장면이었다.

이처럼 광주는 올 시즌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이어가는 동시에 최성국과 김명중으로 대표되는 공격진의 빠른 발을 이용한 역습으로 상대를 공략했다. 세뇰 귀네슈 서울 감독 역시 광주에 대해 “수비를 견고히 하고 역습을 펼치는 스타일이다. 선수 개개인이 능력도 있고 기술적으로 좋다. 열심히 뛰면서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주 마음에 드는 팀이다.”라며 광주의 경기력을 칭찬했다.

단순하지만 파괴력 있는 공격

겉으로 보기에 광주의 공격은 매우 단순하다. 우선 상대의 공격을 차단한 뒤 최대한 빨리 김명중, 최원권, 전광환 등 좌우 측면에 공을 연결한다. 공을 받은 이는 돌파한 뒤 최성국 등에게 연결해 골을 노린다. 또는 3선에서 한 번에 최성국, 김명중의 빠른 발을 이용해 역습을 노린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광주의 공격은 역습상황이 전개될 때 최성국과 김명중에만 의존하지 않고 2선에서 최원권 등 다른 선수들이 번개같은 속도로 공간을 파고들어 공격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때문에 순간적인 장면에서 광주는 상대 수비보다 많은 공격수가 있는 상황을 연출해 낸다.

또한, 측면에서 돌파하는 선수가 있으면 그 주변의 빈 공간으로 다른 공격수들이 날카롭게 파고들며 공격 찬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최성국, 김명중, 최원권은 이런 유기적인 플레이를 통해 벌써 팀의 18골 중 14골을 합작했다. 광주가 단순한 '선수비-후역습'의 팀이 아님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광주에도 약점은 있었다. 바로 경험의 차이.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고는 있지만 광주는 아직 ‘승리’가 완전히 익숙한 팀은 아니다. 때문에 기존의 강팀과의 경기에서 일격을 통해 이들을 비틀거리게 할 수 있지만, 서울과의 경기처럼 상대가 굴하지 않고 더 강력하게 밀고 나와 경기를 원점 혹은 역전으로 이끌 경우 이는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기술과 개인전술에서 앞서는 서울이 동점골 이후 무섭게 기세를 올리자 이에 눌린 광주는 이전까지 보여주던 안정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짜임새 있던 경기력은 눈에 띄게 떨어졌고, 성공률 높던 전방으로의 긴 패스도 번번이 서울 수비진에 의해 차단되고 있었고, 서울의 공격진에게 이전과는 달리 빈 공간을 너무 많이 허용하고 있었다.

후반 역전을 당한 뒤에도 광주는 경기는 밀리고 있었지만 순간적인 역습에서는 위협적인 모습을 만들어냈다. 다만, 공격이 잘될 때 공격수가 수비수보다 많은 상황에 맞게 반 박자 빠르게 크로스가 올라가던 것과는 달리, 위축된 듯 그 상황을 놓치고 서울 선수들이 수비에 모두 가담한 뒤에야 공격을 펼치는 모습은 아쉬웠다.

그럼에도,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파괴력 있는 광주의 공격은 올 시즌 그들의 돌풍을 이해하는데 핵심이며, 상대팀에게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임이 틀림없다. 후반기에도 광주의 공격력은 빛을 발할까. 최성국의 인터뷰처럼 “앞으로 광주와 싸우는 팀들은 예전의 광주를 버리고 새로운 광주를 위해 전력과 전술을 세워야” 할 것이다.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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