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1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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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올림픽 특집⑤] 내셔널리즘에서 벗어난 21세기 올림픽

기사입력 2014.02.05 08:00 / 기사수정 2014.02.05 11:56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국가의 영웅' 우리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선수를 이렇게 부른다. 올림픽에서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고국의 국기를 바라보며 경기장 전체에 울려퍼지는 국가를 듣는다. 더러는 눈물을 흘리며 "고국의 영예가 나의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한다.

정정당당한 승부를 표방하는 스포츠 정신 아래 더이상 국경도, 국적도 없다. 오는 8일(이하 한국시각) 개막하는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내셔널리즘의 탈피'다.

올림픽 메달의 갯수로 나라와 민족의 서열을 나누고, 서열에 따라 우월감 혹은 열등감을 느낀다. 이것이 흔히 얘기하는 스포츠 내셔널리즘의 정의다. 그리고 '우리 나라', '우리 선수', '우리 민족', '우리 팀'의 경계를 더욱 공고히 함과 동시에 스포츠를 통해 짜릿한 원시적 욕망을 채울 수 있는 곳이 바로 올림픽이다.

그러나 갈수록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이 내셔널리즘의 경계가 희미해질 것 같다. 여러 선수들이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혹은 메달권 진입을 하기 위해 자신의 국적을 포기하며 제 3국의 국기를 가슴에 달았다. 이는 이번 소치올림픽에서도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소치올림픽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기도 전에 국내에서 가장 이슈가 됐던 선수는 바로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의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다. 안현수는 쇼트트랙 강국인 한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선수였다. 그는 김기훈-김동성의 계보를 이으며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에 올라 명실상부 '쇼트트랙 황제'로 떠올랐지만 빙상연맹과 '파벌싸움'에 휘말리고 말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국가대표팀선발전 탈락과 소속팀(성남시청) 해체까지 겹치자 안현수는 고국이 아닌 러시아를 선택했다.

러시아는 지난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로 11위에 그쳤다. 구 소비에트 연방시절 7차례나 종합 1위를 차지했던 과거의 영광이 무색한 성적이었다. 때문에 독립 이후 처음으로 올림픽을 유치하는 러시아는 어느 때보다 '스포츠 강국' 부활을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

러시아가 안현수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림픽 개최 확정 이후 러시아는 수준 높은 외국인 코치들과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을 귀화시켰다. 더불어 최고의 훈련시설을 제공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슬로베니아 출신 알파인 스키 선수 알렉스 글레보프 역시 고국 보다 더 나은 기회를 얻기 위해 러시아 국적을 선택했다.



물론 조금 색다른 이유로 귀화를 결심한 경우도 있다. 미국 출신인 남자 스노우보드 대표팀의 빅 와일드는 사랑 때문에 러시아에 귀화했다. 그는 러시아 스노우보드 대표팀의 앨레나 자바르치나를 보고 첫 눈에 반했고, 결혼에 골인한 후 국적을 러시아로 바꿨다. 이번 소치올림픽부터 러시아 국가대표팀의 일원으로 출전할 예정이다.

이밖에 영화 '쿨러닝'으로 유명한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의 '파일럿' 윈스턴 왓츠가 귀화한 미국인이며 영국과 태국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는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바네사 메이는 이번 올림픽에서 태국의 스키 대표팀 선수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선수 뿐만이 아니다. 자국 대표팀이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타국의 전문가를 감독 및 코칭스태프로 영입하는 것은 더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한국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의 '위기론'이 제기되는 것도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을 비롯해 여러 국가에 한국인 코치들이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더이상 '절대강국'은 없다는 얘기다.

새로운 기회, 새로운 환경을 위해 모험을 감행한 이들. 그들의 도전이 소치에서 어떻게 꽃피울지 이제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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