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탈리아 밀라노, 권동환 기자) 한국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이해인(고려대)이 긴장감 속에서 올림픽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해인은 1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37.61점, 예술점수(PCS) 32.46점을 받아 합계 70.07점을 찍었다. 전체 9위에 오르면서 프리스케이팅 출전 자격을 얻었다.
이해인은 이날 자신의 2025-2026시즌 쇼트프로그램 베스트 점수를 기록했다.
이해인이 올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인 대회에서 세운 쇼트프로그램 최고 점수는 올림픽 직전에 치른 사대륙선수권대회에서 기록한 67.06점였는데, 첫 올림픽 무대임에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시즌 베스트 점수를 새로 썼다.
이날 이해인은 첫 번째 점프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기본 점수 10.10)을 넘어지지 않고 깔끔하게 수행했지만, 심판진은 쿼터 랜딩(점프 회전수가 90도 수준에서 모자라는 경우) 판정을 내렸다. 이로 인해 수행점수(GOE) 0.76점이 깎였다.
이후 나머지 연기는 깔끔하게 수행했고, 이해인은 마지막에 심판진 앞에서 강렬한 포즈를 취하는 것으로 연기를 마무리했다.
이해인은 연기를 마친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등장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어제까지만 해도 긴장이 하나도 안 됐는데 아무래도 (오늘)긴장이 많이 됐다"라며 "긴장되는 와중에도 내가 해야 될 걸 해야 되기 때문에 더 집중했다. 얼음판에서 느끼는 발 감각에 좀 더 집중했고, 큰 실수가 없어서 잘 했다고 생각한다"라며 소감을 드러냈다.
이어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뒤에 한 발로 엣지를 그리면서 나오는 트랜지션을 많이 연습했었는데, 랜딩이 바뀌면서 이 부분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받은 점수에 대해선 "그 점수를 받을 거라고 생각을 못 했다. 그래도 요소마다 점수를 더 얻기 위해 노력한 점에 대해서 그저 칭찬해 주고 싶다. 점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시즌 베스트 점수 나와서 기뻤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첫 올림픽을 치른 소감에 대해 이해인은 "긴장도 많이 됐고 다리도 막 후들후들 떨렸지만, 내가 연습해 왔던 것들을 믿었다"라며 "미래에 어떻게 되든 나 자신을 100% 믿어야 된다고 생각해 그동안 힘들었을 때 내가 어떻게 연습했었는지를 다 생각하면서 했다"라고 밝혔다.
연기 마지막에 심판진 앞에서 포즈를 취한 부분에 대해선 "심판 선생님들 앞에서 끝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종합선수권 때는 카메라 앞에서 끝나서 좀 아쉬웠다. 심판 선생님 앞에서 마칠 수 있어서 오늘 되게 재밌었고, 심판 선생님들도 보시는데 즐거우시게 표정 연기 빼먹지 않고 잘해냈다"라고 설명했다.
이해인은 지난 2023년 미국 콜로라도스프링스에서 열린 사대륙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2009년 김연아 이후 14년 만에 사대륙선수권 여자 싱글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해 일본 사이타마에서 벌어진 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선 은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피겨 여자 싱글 세계선수권 입상도 2013년 김연아 이후 10년 만의 쾌거였다
어려운 시기도 있었다. 지난해 5월 피겨 대표팀의 이탈리아 전지훈련 중 남성 후배 선수와 불미스러운 일을 벌였다는 이유로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자격정지 3년 중징계를 받았다.
이후 소송에 들어가 법원이 효력 정지 가처분을 받아들여 선수로 임시 복귀하는데 성공했고,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지난해 5월 징계를 취소하면서 명예를 되찾고 지난달 4일 끝난 종합선수권대회에서 뒤집기에 성공해 시니어 선수 중 2위에 오르며 두 장 뿐인 한국의 2026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티켓을 거머쥐었다.
종합선수권 당시 이해인은 높은 점수를 받으며 올림픽 출전권 획득이 유력해지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해인도 "종합선수권대회가 내 인생에서 가장 떨렸던 대회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너무 긴장이 많이 되는 대회였다"라며 "그때 눈물을 흘렸던 건 많은 분들이 오셔서 오랫동안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기도 했고, 내가 다치지 않고 잘 마무리한 것에 대해 너무 감사해서 울었다"라고 말했다.
또 "그렇게 울었었는데 올림픽에 와서 실수 없이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드린 것 같아서 기쁘다"라고 했다.
이제 이해인은 오는 20일 오전 3시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을 준비한다. 그는 올시즌 프리스케이팅 주제곡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에 맞춰 연기를 할 예정이다.
이해인은 "이제 모든 요소에서 더 신경 써야 된다. 오늘 좀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이 있으니까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좀 더 보완했던 점들이나 내가 열심히 다져왔던 부분들을 빠짐 없이 꼼꼼하게 다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아무래도 집중해야 될 요소가 더 많아지기 때문에 안 떨릴 것 같지는 않다"라며 "그래도 이제 쇼트프로그램 한 번 마쳤으니까 프리스케이팅에서는 떨리는 것보다 좀 더 재미있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원조 카르멘 캐릭터는 아니어서 좀 생소하신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나만의 카르멘을 보여드렸을 때 '이런 카르맨도 연기할 수 있구나'라고 느껴주셨으면 좋겠다"라며 "내가 보완하고 싶었던 점들을 다 꼼꼼하게 다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도록 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