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양정웅 기자) 43세의 나이에 동계올림픽 무대를 처음 밟은 선수가 있다. 특히 나이가 중요한 피겨 스케이팅에서 오랜 공백을 딛고 마침내 빙판에 섰다.
16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페어 쇼트프로그램에 나선 캐나다 대표 디아나 스텔라토-두덱과 막심 데샹 조가 주인공이다.
스텔라토-두덱과 데샹은 주제곡인 카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에 맞춰 연기를 펼쳤다.
첫 과제로 트리플 트위스트 리프트(기본점수 6.00)를 최고난도 레벨4로 성공시켜 수행점수(GOE) 가산점 1.80을 따낸 트리플 토루프(기본점수 4.20)에서 삐끗해 GOE -1.02점을 받았으나 스로우 트리플 루프(기본점수 5.00)에서 GOE 1.36점을 얻었다.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기본점수 3.50)을 레벨4, 스텝 시퀀스를 레벨3으로 뽑아낸 스텔라토-두덱과 데샹은 5그룹 리버스리프트(기본점수 7.00)를 시도할 땐 관중들의 박수를 받았지만, 기술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스텔라토-두덱이 착지를 잘못해 넘어지면서 GOE -2.60점이 잘려 나갔고, '넘어짐(Fall)' 감점 -1.00점도 추가됐다.
백워드 데스 스파이럴은 레벨3로 끝내 GOE 0.74로 마무리한 스텔라토-두덱은 감정이 벅차오른 듯 얼굴이 벌개진 모습이었다.
스텔라토-두덱과 데샹 조는 기술점수(TES) 34.97점, 예술점수(PCS) 32.07점, 감점 -1.00점 총점 66.04점을 기록했다. 상위 16개 팀이 프리 스케이팅에 진출하는 가운데, 이들은 14위에 위치하면서 17일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지만, 이 중 여자 선수 스텔라토-두덱의 출전 자체가 놀라웠던 건 그의 나이에 있다.
스텔라토-두덱은 1983년 6월 22일생으로, 올해 43세가 된다. 피겨 스케이팅은 신체 변화가 중요하기에 나이가 많으면 선수생활을 이어가기 어렵다. 그런데 아무리 싱글보다 연령대가 높은 페어 스케이팅이라고 해도 43세는 많은 편이다.
미국 스케이트 전문 사이트인 '어덜츠 스케이트 투(Adults Skate Too)'는 최근 스텔라토-두덱의 선수 스토리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이미 10대 중반부터 미국 최고의 주니어 싱글 스케이터였고, 1999~2000시즌에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또한 2000년 ISU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는 은메달을 따냈다.
당시 스텔라토-두덱의 경쟁자가 미국 피겨 스케이팅의 전설 미셜 콴이었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사라 휴즈 등과 함께 기대주로 손꼽혔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스텔라토-두덱의 커리어는 불과 16세에 꺾이고 말았다. 2000년 ISU 그랑프리 시리즈 스케이트 캐나다 인터내셔널에서 고관절 부상을 당한 후, 이듬해 미국 피겨스케이팅 선수권을 앞두고 같은 부위를 다치 다치면서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결국 오랜 부상 끝에 스텔라토-두덱은 2001년 은퇴를 택했다. 대학에 진학한 후 스케이팅과는 관계가 없는 미용 전공을 선택했다. 이후 결혼에 성공했고, 사회인으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스텔라토-두덱의 인생을 다시 바꾼 건 회사 워크숍에서의 일이었다. 당시 그는 '실패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하겠나'라는 질문에 "올림픽 금메달"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리고 2주 후 그는 시카고의 본가 지하실에 있던 스케이트를 꺼내며 현역 선수로의 복귀를 선택했다.
16년의 공백 후 페어 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스텔라토-두덱은 네이선 바톨로메이에 이어 2019년 현재의 파트너인 데샹과 만났다. 이후 스텔라토-두덱은 데샹의 나라인 캐나다 시민권을 획득, 일찌감치 2026년 올림픽을 준비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이 금지되면서, 스텔라토-두덱·데샹 조는 승승장구했다. 2022 챌린저 시리즈(CS) 네벨혼 대회에서는 22년 만에 국제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2024년에는 상하이 ISU 4대륙선수권과 몬트리올 ISU 세계선수권에서 정상에 오르며 불혹의 나이에 전성기를 구가했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4대륙선수권에도 참가해 은메달을 땄다.
미국 국적인 스텔라토-두덱은 2024년 12월 캐나다 시민권을 획득하며 2026년 동계올림픽 출전에는 문제가 없어보였지만, 위기는 있었다. 대회 개막을 코앞에 둔 1월 말 그는 훈련 도중 빙판에 머리를 부딪히고 말았다.
이로 인해 이번 올림픽 단체전 출전을 포기했고, 올림픽 참가 자체에 대한 고민도 생겼다. 하지만 스텔라토-두덱은 결국 참가를 결정했고, 43세에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됐다.
최근 세계 정상권을 오갔던 순위를 고려하면 14위는 아쉬울 수 있지만 피겨스케이팅에서 40세가 넘은 나이에 올림픽 데뷔를 이루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스텔라토-두덱의 삶을 많은 이들에게 박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스텔라토-두덱 SNS / 캐나다올림픽위원회
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