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6-01-02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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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의 풋GPT] 정정용-이정효, '자수성가형 감독들'의 대세는 올 것인가

기사입력 2026.01.02 06:30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2026년 새해를 맞아 K리그에 새로운 이슈가 등장한다. 현역 시절 무명에 가까웠던 지도자들이 나란히 1부와 2부 최고의 팀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K리그1 정상 탈환에 성공한 전북 현대엔 우루과이 출신 거스 포옛 감독이 1년 만에 계약해지하고 떠나는 가운데 정정용 전 김천 상무 감독이 자리를 옮겨 지휘봉을 잡는다.

2025년 K리그2에서 2위를 차지했으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제주에 고배를 마시고 3년 째 2부에 머무르게 된 수원 삼성 벤치엔 어느 덧 국내 프로축구 최고의 전술가·지략가로 자리매김한 이정효 전 광주FC 감독이 앉게 됐다.

정 감독과 이 감독을 관통하는 코드는 뚜렷하다.

'자수성가형 감독'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오늘날 삼성과 현대차라는 국내 양대 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축구단에 입성하게 됐다.

정 감독은 선수 시절 실업팀 이랜드에서 뛴 것이 전부로, 프로 무대를 단 1분도 밟은 적이 없다. 이 감독은 부산 아이파크 한 팀에서 측면 수비수로 222경기를 뛰긴 했지만 두각을 나타내진 않았고 10년 프로 생활한 뒤 조용히 옷을 벗었다.



당연히 두 지도자의 일대기도 파란만장할 수밖에 없어 정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전임지도자 2기로 들어와 유소년 코치 외길을 오래 걸었으나 축구판에 유력 인사가 등장해 힘을 좀 쓰면 밀려나기 일쑤였다. 2019년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 남자축구사 최초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준우승을 이끌고 나서야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 감독은 대학 감독을 하다가 프로 4곳에서 코치 및 수석코치 생활을 7년 했다. 2022년 2부 광주FC 지휘봉을 잡고 생존 싸움을 해나간 끝에 그 해 2부 최다승점으로 1부 바로 승격을 이끌면서 주목을 받았다.

정정용 감독의 표현처럼 "맨 땅에서 시작한", 이정효 감독 말처럼 "패자부활전이 없는" 두 지도자가 묘하게 같은 시점에 1부와 2부 최고 유력 구단 지휘봉을 동시에 잡게 됐으니 국내 축구계에선 '자수성가형' 두 감독의 리더십이 국내 최상위권 구단과 어떻게 결합할지 궁금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일단 '자수성가형' 두 감독의 전북 및 수원 입성은 K리그가 건강하다는 증거다.

사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등의 쾌거가 10년 사이 일어나면서 당시 맹활약했던 선수들이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도 주류를 형성할 가능성이 컸다. 간단히 말하면 이름 없는 선수들은 은퇴해도 중대형 프로구단 감독 맡기가 힘들 수 있다는 뜻이다.

SKY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대치동에서 학원강사하기도 힘들다는 곳이 한국 사회다. 스포츠도 예외는 아니어서 무명 선수 출신의 지도를 어떤 선수가 받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 정 감독과 이 감독이 핸디캡을 극복하고 명문 구단까지 왔다.

'언더독 구단'에서 성적 냈던 감독들이 빅클럽에서 고전하는 경우가 지금 K리그에도 존재하고 있어 정 감독과 이 감독이 전북과 수원에서 성공할지 여부는 누구도 모른다. 용병술 만큼이나 자존심 강한 스타 선수들을 감독이 정서적으로 보듬어야 하는 곳이 바로 빅클럽이다. 전북과 수원 같은 큰 구단은 두 감독에게도 큰 시험대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정정용, 이정효 스타일의 감독들을 K리그와 각 구단이 받아들이고 팬들이 환영하는 자체가 K리그의 스토리텔링 면에서, 요즘 시대가 요구하는 공정성 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스타 선수들의 해외 진출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해외로 가는 빈도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빈 자리를 메울 무언가가 필요하다. 감독들이 실력 하나로 지략대결을 펼치는 것은 리그의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내고 상품성을 높일 수 있다.

국내 팬들이 유럽 축구를 보며 열광하는 것 중 하나가 조세 무리뉴, 알렉스 퍼거슨, 거스 히딩크처럼 선수 시절이 평범했거나 무명이었던 지도자들의 성공 사례들이다. K리그에도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물론 시대의 흐름이 바뀌어 언제 다시 스타플레이어 출신 지도자들이 대세를 이뤄 K리그에 속속 들어올지는 모르는 일이고,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들의 장점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적어도 올해 정 감독과 이 감독의 빅클럽 입성 만큼은, 한국 축구에 모처럼 지켜볼 만한 큰 관전포인트로 평가할 만하다. 당연히 두 감독의 1년 뒤 모습도 궁금하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 한국프로축구연맹 / 수원 삼성 / 전북 현대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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