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가까이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으로 활약했던 김보름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전 국민적인 비난을 받았던 이른바 '왕따 주행' 논란의 진실을 밝혀내고, 명예를 회복한 뒤 맞이하는 아름다운 작별이다. 억울한 누명 속에서도 묵묵히 얼음을 지치며 실력과 법으로 결백을 증명해 낸 김보름의 제2의 인생에 많은 팬의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엑스포츠뉴스DB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10년 가까이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으로 활약했던 김보름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전 국민적인 비난을 받았던 이른바 '왕따 주행' 논란의 진실을 밝혀내고, 명예를 회복한 뒤 맞이하는 아름다운 작별이다.
김보름은 30일 자신의 SNS를 통해 "11살에 처음 스케이트를 시작해 2010년부터 2024년까지 국가대표로 얼음 위에 서며 내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다"며 "올해를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은퇴를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1993년생인 김보름은 쇼트트랙 선수로 시작해 2010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뒤 두각을 나타냈다. 2014 소치 올림픽을 시작으로 태극마크를 달았고, 2017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목별 세계선수권 매스스타트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 정상급 기량을 뽐냈다.

10년 가까이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으로 활약했던 김보름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전 국민적인 비난을 받았던 이른바 '왕따 주행' 논란의 진실을 밝혀내고, 명예를 회복한 뒤 맞이하는 아름다운 작별이다. 억울한 누명 속에서도 묵묵히 얼음을 지치며 실력과 법으로 결백을 증명해 낸 김보름의 제2의 인생에 많은 팬의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엑스포츠뉴스DB
하지만 2018년 평창 올림픽은 영광과 상처가 공존하는 기억으로 남았다. 당시 김보름은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이뤘지만 그 과정에서 왕따 주행 논란에 휘말렸다.
대회 중 열린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동료 노선영과 페이스를 맞추지 않고 고의로 따돌렸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당시 여론은 김보름을 '빙상 적폐'로 몰아세웠다. 노선영도 "김보름이 따로 훈련하는 등 특별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더욱 불타올랐다.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할 정도로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김보름은 멘털이 붕괴되는 상황 속에서도 남은 경기에 출전해 은메달을 따내고, 관중석을 향해 '큰절'을 하며 사죄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사실 김보름은 평창 올림픽에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이 단거리 여제 이상화와 함께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우는 여자부 메달 후보였다. 어릴 적 쇼트트랙으로 빙상을 시작했기 때문에 당시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에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10년 가까이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으로 활약했던 김보름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전 국민적인 비난을 받았던 이른바 '왕따 주행' 논란의 진실을 밝혀내고, 명예를 회복한 뒤 맞이하는 아름다운 작별이다. 억울한 누명 속에서도 묵묵히 얼음을 지치며 실력과 법으로 결백을 증명해 낸 김보름의 제2의 인생에 많은 팬의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엑스포츠뉴스DB
하지만 매스스타트 직전 벌어진 '왕따 주행 논란'은 김보름의 멘털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 김보름은 훈련보다 기자회견 등에서 해명을 하는 것에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그럼에도 값진 은메달을 따내며 개인의 목표를 이뤘다.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는 영예를 안았음에도 그는 입상 기쁨을 말하기 이전에 '논란'에 대한 사과부터 해야했다.
진실은 달랐다. 이후 김보름은 억울함을 풀기 위해 긴 법정 싸움을 시작했다.
2020년 11월 노선영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김보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주행이 정상적이었음을 인정했고, 오히려 노선영이 훈련 중 김보름에게 욕설하는 등 괴롭힌 사실이 인정된다며 "노선영은 김보름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화해를 위해 여러 번 조정을 시도했으나 양측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김보름이 일부 승소하는 결과가 나왔다.
2023년 5월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서 김보름은 5년 만에 '왕따 가해자'라는 끔찍한 꼬리표를 떼어냈다.
트라우마를 딛고 일어선 김보름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매스스타트 5위를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을 오가며 수많은 메달을 수집한 그는 명실상부한 한국 빙속의 레전드로 남게 됐다.
김보름은 은퇴사를 통해 "어린 시절 얼음 위에 처음 발을 디뎠던 날부터 스케이트는 제 삶의 전부였다"며 "선수 생활은 여기서 마무리하지만, 스케이트를 향한 마음은 여전히 제 안에 남아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많은 어려움과 좌절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선수로 기억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억울한 누명 속에서도 묵묵히 얼음을 지치며 실력과 법으로 결백을 증명해 낸 김보름의 제2의 인생에 많은 팬의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김보름이 은퇴를 선언하면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남여 중장거리 간판으로 한 획을 그었던 이승훈과 김보름 없이 내년 2월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 임하게 됐다. 정재원(남자), 박지우(여자)에게 매스스타트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