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후가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라움아트센터에서 열린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2025'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엑스포츠뉴스 역삼동, 김지수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에서 뛰고 있는 이정후가 친정팀 키움 히어로즈 어린 선수들을 향해 쓴소리를 남겼다.
매 경기, 한 타석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했다.
이정후는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라움아트센터에서 열린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2025'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뒤 "(KBO리그에서 뛰던 시절) 매년 여러 시상식에 참석했기 때문에 긴장을 잘 안 하는 편이었는데 오늘은 오랜만이라 조금 떨렸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첫 풀타임을 소화한 2025시즌 타율 0.266(560타수 149안타) 8홈런 55타점 10도루 OPS 0.734의 성적표를 받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준수한 활약을 펼치면서 2026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정후는 2023시즌 종료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키움을 떠나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샌프란시스코가 계약기간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약 1665억원)라는 역대 아시아 타자 포스팅 최고 계약을 따내고 화려하게 태평양을 건너갔다.
이정후의 빅리그 데뷔 첫해는 순탄치 못했다. 지난해 5월 외야 수비 중 펜스에 충돌, 어깨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2024시즌을 37경기 타율 0.262(145타수 38안타) 2홈런 8타점의 성적으로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정후가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라움아트센터에서 열린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2025'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사진 일간스포츠 제공
이정후는 일단 성공적으로 재활을 마친 뒤 2025시즌 샌프란시스코 주전 중견수로 풀타임을 소화한 부분이 의미가 컸다. 페넌트레이스 중 슬럼프, 외야 수비력 지적 등 극복해야 할 숙제들은 남아 있다.
이정후는 "올해는 풀타임을 뛴 게 가장 크다. 아쉬운 점도 있었고, 좋았던 점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뭘 더 준비해야 하는지도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그러면서 친정팀 키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답변을 내놨다. 자신이 한국 야구 최고 타자로 성장했던 키움이 최근 하위권으로 추락한 현실에 누구보다 가슴 아파하는 모습이었다.
이정후는 신인왕을 차지한 2017시즌과 KBO에서의 마지막 해였던 2023시즌을 제외하고 한국에서 보낸 7시즌 중 5시즌 동안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다. 2019, 2022시즌에는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려놨다.
그러나 키움은 2023시즌부터 올해까지 창단 첫 3년 연속 최하위의 수모를 당했다.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 등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메이저리그 진출, FA를 앞둔 주축 선수들의 트레이드 등 전력 출혈이 결정타가 됐다.
키움은 여기에 1군 선수단 연령층이 어려지면서 분위기가 다소 해이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식 사령탑으로 승격한 설종진 감독은 지난 7월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감독 대행을 맡은 뒤 "선수들의 절실함이 부족해 보인다"는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키움 캡틴 송성문도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 어린 선수들이 1군 경기 출전을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정후도 절친한 선배의 발언에 힘을 실어줬다.
이정후는 "나도 키움에 있을 때 어린 선수들에게 '1군에서 뛰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팀 문화가 내가 뛸 때와 달라진 것 같다"며 "내가 어릴 때는 키움에 워낙 쟁쟁한 선배들이 많았고, 2군도 강했다. 2군에서 1군으로 올라오는 게 쉽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또 "내가 키움에 있었던 막바지쯤부터는 1군 엔트리 변동도 컸다. 올라온 선수에게 무조건 기회를 줬고, 게임을 나가게 해주니까 이 선수들이 '1군에서 뛰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나 분위기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이정후는 실제 키움에서 2023시즌 후반기 부상으로 재활군에 내려갔을 당시 2군 선수들 분위기에 놀랐다는 입장이다. 2년이 흐른 현재 분위기는 더 악화됐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이정후는 "2023시즌 부상으로 재활군, 2군에 있을 때를 보면 내가 신인 때와 분위기가 너무 달라져 있었다. 기회를 놓쳐도 아쉬워하는 느낌도 없었다"며 "감독님, 코치님들이 잘해 주시고 기회도 많이 주시는데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지금 시대는 야구를 하기 정말 좋은 시대다. 프로 선수니까 한 만큼 대접받는다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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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