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현역 시절 관중석으로 달려가 '쿵푸킥'을 날리는 등 불같은 성격으로 유명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전드 에릭 칸토나가 맨유의 현 상황을 두고 안타까워했다.
칸토나는 구단 직원 수를 줄이기로 결정한 짐 랫클리프 경의 결정이 직원들은 물론 맨유라는 구단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일이라며 현재 맨유의 구단주가 맨유를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10일(한국시간) "에릭 칸토나는 맨유 구단주들이 모든 것을 파괴하려 한다고 주장하면서 맨유가 다시 영혼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며 칸토나의 발언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칸토나는 지난 주말 맨체스터 더비를 보기 위해 올드 트래퍼드를 방문한 뒤 현지 언론을 만나 랫클리프 경의 이네오스(INEOS)가 맨유를 인수한 뒤 보여주고 있는 행보를 지적했다.
칸토나는 특히 랫클리프 경이 맨유 직원들을 최대 450명 해고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팀과 클럽의 영혼은 선수들에게 있는 게 아니"라며 "우리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마치 대가족과 같다. 나는 선수들과 알렉스 퍼거슨 경, 그리고 우리가 집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 모든 사람들과 함께 라커룸에서 느꼈던 것을 기억한다. 나는 이 사람들을 존중하는 게 감독과 선수들을 존중하는 것처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랫클리프 경은 맨유를 인수한 뒤 비용 절감을 최우선 목표로 뒀다. 우선 구단 직원들에게 주어지는 복지 혜택을 대거 줄였고, 법인카드 사용 내역까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확인하면서 불필요한 지출을 막았다. 무엇보다 구단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직원들을 다수 해고하면서 인건비 절약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구단 앰버서더로 활동 중이었던 알렉스 퍼거슨 경과의 계약을 해지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문제는 랫클리프 경의 행동이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맨유가 구단 직원들을 해고하고, 불필요할 정도로 소비에 간섭하고 있지만 정작 그 돈을 아껴 선수 영입에 투자한 만큼 효율을 뽑아내지 못해 오히려 비용 절감을 위한 희생들이 헛수고로 돌아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에는 티켓 가격을 인상하고, VIP들을 위한 좌석을 신설하기 위해 시즌권을 보유한 팬들의 자리를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해 팬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랫클리프 경이 마치 토트넘 홋스퍼의 다니엘 레비 회장처럼 축구 클럽을 하나의 사업체처럼 운영하면서 구단의 수익에만 신경 쓴다는 것이다.
물론 맨유가 현재 엄청난 빚을 갖고 있고,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인 맨유가 구단의 역사와 그간 쌓아온 문화를 부정하는 모습은 팬들이 등을 돌리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칸토나 역시 "랫클리프가 맨유에 온 이후로는 상황이 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그는 알렉스 퍼거슨 경을 앰버서더로 원하지 않는다. 퍼거슨 경은 전설 그 이상의 존재"라며 "우리는 우리의 영혼을 되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칸토나는 그러면서 "어쩌면 우리는 몽상가이고, 그들은 경제적인 면과 전략적인 부분을 고려하는 사람들일 수도 있지만 나는 이런 결정이 정말 싫다"며 "나는 맨유를 좋아해서 응원하지만, 내가 팬이라면 그런 결정에 공감하지 못해서 맨유를 선택하지 않을 것 같다. 지금 프로젝트에 공감하는가? 나는 공감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또 "나는 그들에게 내가 팀을 재건하는 걸 도울 수 있다고 말했지만, 그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아무것도 요구할 생각이 없다. 맨유가 이런 상황에 처한 걸 보니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