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트윈스 선수단이 스프링캠프를 위해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LG 김현수가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지난 두 시즌 동안 한 자릿수 홈런에 그쳤던 LG 트윈스 베테랑 외야수 김현수가 아쉬움을 훌훌 털어낼 수 있을까.
김현수는 지난해까지 통산 2081경기 7627타수 2388안타 타율 0.313 249홈런 1432타점 출루율 0.394 장타율 0.477로 활약했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8시즌(2016~2017년 제외)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터트리는 등 투수 친화적인 잠실야구장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다.
하지만 최근 두 시즌에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23년 133경기 488타수 143안타 타율 0.293 6홈런 88타점, 지난해 137경기 517타수 152안타 타율 0.294 8홈런 69타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특히 2022년(23개)과 비교했을 때 홈런 개수가 크게 줄어든 게 눈에 띈다.

27일 오후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연습경기, 4회초 LG 김현수가 안타를 날리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김현수는 그 흐름을 계속 이어갈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이번 스프링캠프에 임했다. 사령탑도 만족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박해민, 오지환, 김현수가 캠프 기간 자신의 타격을 정립하면서 훈련에 임했는데, 연습경기 3경기를 통해 그 부분이 잘 수정된 게 가장 좋았던 것 같다"고 김현수를 언급했다.
스프링캠프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김현수는 5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취재진과 만나 "예전에 했던 만큼 똑같이 연습량을 소화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내가 해왔던 걸 다시 찾았다고 생각한다"며 "이전에 변화를 주려고 했는데, 그게 왜 안 됐는지 알고 캠프에 갔으니까 준비가 잘 된 느낌이다. 감독님께서 보시기에 내가 예전의 모습을 찾은 것 같아서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LG는 지난달 1차 스프링캠프를 마친 뒤 파트별 수훈선수 6명(투수 김영우, 포수 박민호, 내야수 문보경, 외야수 김현수, 타격 이영빈, 주루 구본혁)을 선정했는데, 김현수도 포함됐다. 김현수는 "캠프 MVP로 뽑힌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어릴 때도 받아보지 못했다"며 "이전 2년이 너무 최악이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올해 캠프를 정말 잘 치른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결과는 나중에 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얘기했다.
이번 스프링캠프를 통해 성장세를 나타낸 젊은 야수들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그는 "다들 열심히 준비했고,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은 경쟁 상대로서 시너지 효과가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9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1차전 호주와 대한민국의 경기, 5회말 1사 대한민국 김현수가 볼넷으로 출루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인터뷰 도중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대표팀은 수년간 국제대회에서 부진하다가 세대교체를 시도했지만, 2023년과 지난해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면서 대표팀을 경험한 선수들이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미국에 와서 느낀 게 미국 선수들도 단단히 벼르고 있다. 우리도 지금부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위해) 잘 준비해야 한다. 대표팀은 경험을 쌓는 곳이 아니라 그해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낸 선수들이 가서 우리나라의 이름을 걸고 싸우는 곳"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후뿐만 아니라 류지현 WBC 대표팀 감독, 류현진(한화 이글스), 김광현(SSG 랜더스) 등 여러 야구인과 선수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베테랑 선수들의 WBC 출전 여부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

12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체코와 대한민국의 경기, 7회초 1사 2루 대한민국 김현수가 최지훈과 교체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시작으로 2023 WBC까지 10년 넘게 태극마크를 달았던 김현수는 2023 WBC를 마친 뒤 은퇴를 시사한 바 있다. 당시 김현수는 "내가 국가대표로 뽑힐 때마다 좋은 성적이 나와서 좋았는데 그만큼 부담감이 있었다"며 "선수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고 나보다 더 좋은 선수들이 뽑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 선수들이 더 잘해 줄 것이다. 나는 내려올 때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2년이 지난 지금, 김현수의 생각은 어떨까. 김현수는 "내가 어렸을 때처럼 신·구 조화가 잘 이뤄져서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면서 "다만 내가 (WBC에) 나가고 싶다고 해서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또 김현수는 "누가 봐도 대회에 출전해도 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잘해야 나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일단 대표팀에 대한 생각보다는 내 자리부터 확실하게 찾은 뒤 그 다음에 (대표팀을)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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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