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과거 토트넘 홋스퍼에서 손흥민을 지도하며 손흥민과 해리 케인 '손케 듀오'를 앞세운 역습 전술로 토트넘 팬들을 열광시켰던 세계적인 명장 출신 조세 무리뉴 감독이 구설수에 올랐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페네르바체를 이끌고 있는 무리뉴 감독은 갈라타사라이와의 '이스탄불 더비'를 치른 뒤 상대 벤치에 앉은 갈라타사라이의 코칭 스태프가 "원숭이처럼 뛰어다녔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페네르바체는 지난 24일(한국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위치한 람스 파크에서 열린 갈라타사라이와의 2024-25시즌 튀르키예 쉬페르리그 25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리그 선두 갈라타사라이와 2위 페네르바체는 승점 1점씩 나눠 가지면서 승점 6점 차와 함께 순위를 유지했다. 아무래도 무승부라는 결과가 아쉬운 쪽은 갈라타사라이를 쫓아가야 하는 2위 페네르바체다.
이날 두 팀은 빅터 오시멘, 루카스 토레이라, 바르쉬 알페르 일마즈, 드리스 메르턴스, 에딘 제코, 두산 타디치, 필리프 코스티치 등 핵심 선수들을 총출동시켰으나 결국 득점 없이 경기를 마쳤다. 튀르키예 최고의 더비로 불리는 것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치열한 더비로 유명한 '이스탄불 더비'의 명성을 생각하면 흥미가 떨어지는 결과였다.
그런데 경기보다 더 주목받은 게 있었으니, 바로 페네르바체의 사령탑 무리뉴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꺼낸 발언이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갈라타사라이는 페네르바체의 감독인 조세 무리뉴가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고 주장한 뒤 형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갈라타사라이는 공식 성명을 통해 "페네르바체의 감독인 조세 무리뉴는 튀르키예에서 감독으로 일하기 시작한 이래 튀르키예 국민을 향해 지속적으로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면서 "오늘날 그의 발언은 단순히 부도덕한 내용을 넘어 명백히 비인도적인 내용으로 확대됐다"고 분노했다.
구단은 이어 "우리는 조세 무리뉴의 인종차별적 발언과 관련해 형사 소송을 제기할 의도가 있음을 공식적으로 알리며, 그에 따라 유럽축구연맹(UEFA)과 국제축구연맹(FIFA)에 공식적인 불만을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더 나아가 우리는 모범적인 도덕적 가치를 고수한다고 공언하는 페네르바체가 감독이 보인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에 대응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면서 페네르바체의 향후 대처도 지켜볼 것이라고 호언했다.
'BBC'는 갈라타사라이가 무리뉴 감독의 어떤 발언을 문제 삼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무리뉴 감독이 갈라타사라이와의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홈팀(갈라타사라이) 벤치가 원숭이처럼 뛰어다녔다"고 했으며, 튀르키예 심판진에 대해서는 "재앙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BBC'에 따르면 무리뉴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페네르바체의 19세 중앙수비수 유수프 아크치첵의 플레이에 대해 "심판에게 감사드린다. (아크치첵이) 1분 만에 다이빙을 하자 상대 벤치는 아이 위에 있는 원숭이처럼 펄쩍 뛰었다. 튀르키예 심판이라면 옐로카드를 받았을 거고, 5분 뒤에는 그를 교체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기가 끝난 뒤 심판들이 있는 라커룸으로 갔다. 튀르키예 심판이었다. 나는 그에게 '여기 와 주셔서 감사하다. 당신은 큰 경기를 담당하러 왔다'고 말했고, 네 번째 심판에게 가서 '당신이 심판이었다면 이 경기는 재앙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야기했다.
두 팀의 경기는 갈라타사라이와 페네르바체의 요청 하에 슬로베니아 출신 심판인 슬라브코 빈치치 주심의 주관 아래 진행됐다. 튀르키예 쉬페르리그에서 가장 치열한 라이벌리를 자랑하기 때문에 튀르키예 주심이 경기를 담당했다가 괜히 불똥이 튀는 걸 방지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다만 대기심은 튀르키예 출신이었는데, 무리뉴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이야기를 나눴다는 심판 중 한 명은 바로 이 튀르키예 출신 대기심인 것으로 추측된다.
'BBC'는 "갈라타사라이는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과 더불어 축구 관리 기관에 공식적인 불만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며 "과거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을 이끌었던 무리뉴 감독과 페네르바체는 아직 이번 일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 무리뉴 감독은 UEFA나 FIFA로부터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
무리뉴 감독이 실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BBC'는 이번 시즌 초 그가 튀르키예 심판의 기준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출장 정지 및 벌금 징계를 받았다는 점을 짚었다.
당시 무리뉴 감독은 하타이스포르를 2-1로 꺾은 뒤 갈라타사라이와 헤즈테페의 경기에서 나온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심의 판정을 두고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런 식으로 이기는 것은 최악"이라며 "무언가 독성 같은 게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격차를 줄이려면 이겨야 하고, 선두 클럽이 승점을 잃어야 한다. 나는 우리가 지금보다 나아지고, 경기에서도 이길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그들(갈라타사라이)이 대체 어떻게 승점을 잃겠는가?"라며 튀르키예 심판진의 판정이 갈라타사라이 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듯한 주장을 펼쳤다.
리그 선두 갈라타사라이를 쫓아가고 있는 2위 페네르바체의 감독이 한 말이었기에 무리뉴 감독의 저격성 발언은 큰 화제가 됐고, 결국 무리뉴 감독은 출장 정지와 벌금 징계를 받았다.
무리뉴 감독은 페네르바체 지휘봉을 잡기 전 프리미어리그(PL)와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감독직을 수행할 때에도 예상할 수 없는 직설적인 발언으로 몇 차례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하지만 갈라타사라이와 페네르바체가 앙숙 관계이고, 유독 서로에 대해 예민하게 생각하는 사이인 만큼 이번 사안은 쉽게 넘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