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하얼빈, 최원영 기자) 보다 멋진 내일을 꿈꾼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박지원(서울시청)은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다시 한번 에이스로서 능력을 입증했다. 9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대회 쇼트트랙 일정을 모두 마치고 만난 그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앞둔 각오를 묻자 "1년 남았다. 그때까지 내가 얼마나 더 발전할지 나도 궁금하다"고 당당히 말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첫 메달 데이는 지난 8일이었다. 박지원은 혼성 2000m 계주 결승에 최민정, 김길리(이상 성남시청), 김태성(화성시청)과 함께 출격해 2분41초534를 합작하며 우승을 빚었다. 이번 대회 쇼트트랙 종목의 첫 금메달이자 한국 선수단의 첫 우승을 이뤄냈다.
남자 1500m에선 2분16초927로 금메달을 따냈다. 순식간에 2관왕에 올랐다. 남자 500m서는 아쉽게 우승을 내줬다. 중국의 귀화 선수인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이 41초150으로 1위, 박지원이 41초398로 2위를 기록했다.
다만 린샤오쥔이 마지막 바퀴서 박지원을 제치고 역전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중국대표팀 동료인 쑨룽이 한 손으로 린샤오쥔의 엉덩이를 밀어준 것. 명백한 규정 위반이지만 심판은 이를 지적하지 않았고, 결과도 바뀌지 않았다.
박지원은 9일 메달을 추가했다. 남자 1000m 결승서 장성우(1분28초304·화성시청)에 이어 1분28초829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은메달을 챙겼다. 쇼트트랙의 대회 마지막 경기였던 남자 5000m 계주서는 2위로 들어오고도 실격당했다.
에이스답게 마지막 주자로 나선 박지원은 끝까지 린샤오쥔과 선두 경쟁을 펼쳤다. 마지막 바퀴서 몸싸움이 발생했는데, 심판은 박지원에게만 페널티를 부여했다. 카자흐스탄이 어부지리로 1위, 일본이 2위에 올랐고 제일 늦게 들어온 중국이 동메달을 가져갔다. 한국은 빈손에 그쳤다.
박지원은 개인 첫 국제종합대회였던 이번 아시안게임을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로 끝마쳤다.
우선 9일 열린 남자 1000m와 5000m 계주부터 복기했다. 수차례 집중 견제와 몸싸움에 시달렸음에도 잘 버텼다. 박지원은 "8일 금메달을 따고 500m에서도 인상적인 경기를 해서인지 많은 견제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특히 내 경기치고는 몸싸움이 많았다"며 "깔끔한 레이스를 하기에는 어려웠다. 내가 앞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할 부분인 듯하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깔끔한 경기를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마지막 날 결과는 은메달 1개이고 계주에서 실격당하기도 했지만 많은 배움을 얻은 하루였다"고 덧붙였다.
계주서 늘 2번을 맡아 마지막 주자를 담당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쇼트트랙 계주에서 2번 주자는 맨 마지막 결승선을 들어오는 에이스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책임이 막중하다. 박지원은 "부담감이 있는 자리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만큼 팀원들이 믿어주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팀원들도 내가 잘할 수 있도록 모든 환경을 맞춰주려 노력한다"며 "이번 결승서도 모두 많이 고민하고 노력했다. 2번으로 뛴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덤덤히 말했다.
남자계주 종료 후 선수들끼리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박지원은 "다들 고생을 너무 많이 한 것 같아 그런 이야기를 했다. 지금까지 연습하면서 정말 많은 피드백을 했고, 보완을 위해 서로 노력했다. 난 그런 점들이 자꾸 떠올랐다"며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내게 완벽하게 바통 터치를 해줬다. 내가 잘 해내지 못한 것 같아 정말 미안하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박지원과 중국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

왼쪽부터 중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린샤오쥔과 한국 박지원, 장성우.
첫 국제종합대회인 아시안게임을 마무리한 소감을 물었다. 박지원은 "너무 어렵진 않았던 것 같다. 좋은 경험이 됐다"며 "언제나 첫 경험이 중요한데, 굉장히 인상 깊었다. 그래서 스스로 더 기대하게 되고 설렌다"고 미소 지었다.
박지원은 "이 대회를 준비하며 많은 도움과 지원을 받았다. 잘 버텨내 준 나에게도 너무 수고했고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지금 이 순간 내 스토리가 끝난 것은 아니다. 아직 더 남아있는 내 이야기의 완결을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대표팀의 에이스 린샤오쥔과는 1996년생 동갑내기 친구다. 린샤오쥔도 한때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이었으나 이제는 라이벌로 맞붙게 됐다. 이번 대회서도 대부분 결승서 서로 실력을 겨뤘다. 박지원은 "정말 재미있었다. 우리가 이렇게 치열하게 경쟁해야 보시는 분들도 더 즐겁지 않을까 싶다"며 "스스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시상대에서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다. 박지원은 "축하한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 고생했다고도 했다"며 "아주 어릴 때부터 같이 경쟁해서인지 서로 고생한 것밖에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때로는 서로를 인정하고 지원해 줄 때도 있었다. 정말 많은 시간이 흐른 듯하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1년 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서도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 박지원은 "누가 이길지 장담할 수 없지만 난 최선을 다할 것이다. (린샤오쥔도) 최선을 다해줬으면 한다. 그러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눈을 반짝였다.
이어 "나는 매년 더 발전하고 있다. 경기를 하나씩 거칠 때마다 성장하는 것 같다"며 "올림픽은 지금으로부터 1년 뒤에 열린다. 그 기간 내가 얼마나 성장해 있을지 나도 궁금하다. 분명한 것은, 오늘보다는 더 나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