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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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대신 '으아!'…북한의 입촌식, 선수보다 코치·임원이 더 많았다 [항저우 리포트]

기사입력 2023.09.22 13:55 / 기사수정 2023.09.22 13:55



(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항저우에서 잠행을 이어오던 북한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단이 대회 개회식 하루 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은 22일 오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수촌 국기 광장에서 브루나이, 캄보디아, 팔레스타인, 대만, 태국 선수단과 함께 입촌식에 참석했다.

이날 입촌식에 참석한 북한 선수단은 20여 명으로 소규모였다. 선수 중에는 여자 기계체조의 안창옥이 한국 취재진의 눈에 띄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공식 웹사이트 마이 인포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 대회에 18개 종목, 남자 79명, 여자 112명 등 총 191명의 선수단을 등록했지만 입촌식은 최소 인원만 자리를 지켰다.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보다는 임원, 지도자로 보이는 남성들이 더 많아 보였다. 하얀색 재킷을 모두 맞춰 입었고 왼쪽 가슴 부근에는 김일성-김정일의 초상화가 그려진 배지를 달았다. 남성은 파란색 바지, 여성은 스커트를 입었다.





기계체조 종목의 안창옥이 선수단 가장 앞줄에 섰고 웃는 얼굴로 인공기를 흔들며 국기 광장에 들어섰다. 북한 선수단은 오광혁이라는 중년 남성이 선수 단장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였다. 북한의 체육성 부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입촌식 시작 후 국기 광장 한켠에 있는 게양대에 인공기가 걸렸고 북한 국가가 울려 퍼졌다. 오광혁이 북한 선수단을 대표해 무대 위로 올라가 아시안게임 선수촌장과 선물을 교환하고 악수했다.

북한 선수단은 입촌식 종료 후 단상 위로 올라가 단체 사진 촬영도 진행했다. 체조 선수들로 추정되는 여성들이 앞줄에 섰고 뒤에 남자들이 자리했다. 사진을 찍으면서 구호로 '파이팅' 대신 남성들만 '으아아!'라고 크게 소리치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현장에서 대기 중이던 취재진은 입촌식이 끝난 뒤 북한 선수단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누구도 답하지 않았다. 대신 입촌식 도중 코치로 보이는 한 남성이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공식 미디어와 인터뷰에서 "목표는 우승을 쟁취하는 것이다.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짧게 말했다. 



북한은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가국 중 유일하게 투숙 중인 미디어 빌리지에 국기를 붙이지 않아 어느 건물에 묵고 있는지 파악이 불가능한 상태다. 

한국 선수단의 입촌식이 열렸던 지난 21일 오전 아시안게임 선수촌 입구에서 한국 취재진과 마주치기도 했지만 이때도 빠르게 건물 안으로 들어가며 노출을 피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북한은 2020년 1월부터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이유로 자국민의 국제 스포츠 대회 참가를 막아왔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에서 중도 기권했고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원국 중 유일하게 불참했다. 이 때문에 IOC로부터 2022년 말까지 어떤 국제대회도 출전할 수 없는 제재를 받았다.



올해부터 IOC의 징계가 해제되면서 북한은 다시 국제 스포츠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5년 만에 국제 대회로 복귀했다. 이번 하계 아시안게임이 우방국 중국에서 열리는 점도 북한의 참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회식은 오는 23일이지만 북한 선수단의 경기는 이미 시작됐다. 신용남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대표팀이 지난 19일 대만을 2-0으로 꺾으며 첫 승전고를 울렸다.

북한 남자 축구대표팀도 경기 종료 후 공식 인터뷰를 소화해야 하는 신용남 감독을 제외하면 선수들은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입을 열지 않고 있다. 



북한 남자 축구는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조별리그 F조에 대만, 키르기스스탄, 인도네시아와 함께 편성됐다. 19일 대만을 제압한 데 이어 21일에는 키르기스스탄을 1-0으로 이기며 2연승을 내달렸다. 오는 23일 인도네시아와 최종전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조 1위로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북한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한다면 E조 1위를 확정한 한국과 8강 진출을 놓고 토너먼트에서 격돌한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 이후 9년 만에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남북 대결이 펼쳐진다.


사진=중국 항저우,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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