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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벗어나려는 오스카, '차별' 프레임 벗어날 수 있을까 [엑's 이슈]

기사입력 2023.03.16 17:30



(엑스포츠뉴스 이창규 기자)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에에올)의 7관왕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시상식을 주최하는 미국 영화 예술 아카데미(AMPAS)가 작품상 후보 선정 기준을 변경하기로 발표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할리우드 리포터(THR)의 보도에 따르면 AMPAS는 2024년 진행되는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부터 한 작품이 작품상 후보로 출품되는 경우 네 가지 기준 중 두 가지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작품상을 제외한 다른 모든 부문의 자격 요건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들이 밝힌 네 가지 기준은 A. 화면 표현, B. 프로젝트 팀, C. 업계 엑세스, D. 관객(청중) 개발 등으로 나뉜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첫 번째 기준인 A의 경우 주연 혹은 조연 중 한 명은 잘 표현되지 않은(혹은 대표성이 부족한, underrepresented) 인종 또는 민족 출신이어야 하고, 2차 및 그 이상의 단역 출연 배우는 최소 30%가 여성이나 성소수자, 인지적 또는 신체적 장애가 있는 인물, 소수인종 출신이어야 하며, 주요 줄거리나 주제가 잘 표현되지 않는 집단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

B는 캐스팅 디렉터부터 작가까지 최소한 두 개의 창의적인 리더십을 이끄는 직책과 부서장이 여성이거나 소수인종, 성소수자 등 소수자 그룹 출신이어야 하며, 이들 중 하나는 서구권 출신이 아닌, 아시아계, 히스패닉, 흑인, 아메리카 원주민, 중동, 폴리네시아 등 그 외의 출신이어야 충족할 수 있다.



C, D 조건 또한 그동안 소외되어 온 사회적 소수자들이 작품에 참여했는지, 혹은 그들을 위한 작품인지를 보는 조건으로 확인됐다.

이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봉준호 감독의 지적처럼 '로컬'(local) 시상식이라는 지적을 비롯해 아카데미 회원 구성이 지나치게 백인 남성에게 집중되어 있었다는 지적을 통해 개선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당시 LA 타임즈가 발표할 당시 아카데미 회원 5000여명 중 90%가 백인이었고, 그들 중 76%가 남성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놀라움을 안긴 바 있다.

이 때문에 AMPAS 측은 2016년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유색인종 회원들의 비율을 늘리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이들의 발표 후 7년이 지난 현재 여성 회원의 비율은 2015년 25%에서 증가한 34%이며, 유색인종·소수민족 출신 회원은 2015년 8%에서 큰 폭으로 증가한 19%로 늘어났다.

더불어 이러한 조치 덕분에 보다 다양한 작품들과 배우들, 스태프들이 상을 수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바로 다음 시상식이었던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문라이트'가 작품상을 수상했고,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최초로 비영어권 작품인 '기생충'이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의 상황이 연출된 것.



하지만 이번 조치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THR의 보도에 의하면 일부 제작자들은 이러한 과정이 번거로울 뿐더러, 최악의 경우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프로듀서는 "AMPAS의 의도는 칭찬할 만 하지만, 상대방에게 질문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느낄 질문들이 많다"며 "난 모든 배우들에게 글을 써서 그들의 성적 취향을 물어볼 생각이 없다. 또 그들의 프로필에 제공된 정보가 아니라면 '당신 장애인이에요?'라고 물어볼 수 있겠느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이러한 기계적인 규정 때문에 사회적 소수자가 작품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작품상 후보에 들지 못하는 불상사가 나올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AMPAS 측의 새로운 규정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는 2005년부터 2020년까지의 15년 간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들을 분석한 결과 11편이 출연진이나 제작진 관련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또한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는 이미 2019년 시상식 당시부터 'BFI 다양성 기준'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정책을 실행하고 있음에도 '1917', '조조 래빗' 등이 작품상을 수상하거나 후보에 올랐던 점도 아카데미 측의 새로운 정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만 오히려 이 점이 아카데미 시상식의 다양성 존중이라는 가치를 훼손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대부분의 작품이 A~D의 기준 중 2가지 이상을 충족시킬 수 있을테지만, 이 규정이 정말로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느냐는 주장이 나오는 것. 앞서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나온 것처럼 약 20년 전의 영화들도 이 기준을 쉽게 충족할 수 있다는 점은 실제로 사회적 소수자들을 위한 규정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

소수자 그룹에게 배우나 주요 스태프 롤을 맡겨야 하는 A, B 규정 대신 C, D 규정을 채우기만 해도 되기 때문에 스튜디오 측이 꼼수를 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향후 AMPAS가 이 규정을 어떻게 보강할 것인지 주목된다.

사회적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에에올'에게 7관왕을 안긴 아카데미지만,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던지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사진= EPA/연합뉴스, 아카데미 시상식

이창규 기자 skywalkerle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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