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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유리정원' 문근영 "연기, 늘 진짜처럼 하고 싶어요"

기사입력 2017.10.30 06:45 / 기사수정 2017.10.29 16:18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문근영이 영화 '유리정원'(감독 신수원)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출연하면서 스스로에게 힐링이 됐던, 여전히 문근영에게는 짙은 여운으로 남아있는 작품이다.

25일 개봉한 '유리정원'은 베스트셀러 소설에 얽힌 미스터리한 사건, 그리고 슬픈 비밀을 그린 영화다.

홀로 숲 속의 유리정원에서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과학도를 훔쳐보며 초록의 피가 흐르는 여인에 대한 소설을 쓰는 무명작가의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세상에 밝혀지게 되는 비밀을 다룬다. 영화 속에서 문근영은 미스터리한 과학도 재연 역을 맡았다.

'유리정원'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문근영은 "촬영하면서 힐링을 많이 받은 듯한 느낌이었어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유리정원'은 지난 해 5월 27일 크랭크인 해 7월 24일 촬영을 마쳤다. 지난 21일 폐막한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돼 개봉 전 먼저 관객들을 만났다.

문근영은 "정말 좋았던, 행복했던 기억이에요. 재연이라는 캐릭터에 집중해서 그 잔여 감정들의 여운도 있는 것 같고요. 이렇게 개봉하게 돼서 영화를 함께 만들었던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하며 또 그 때의 마음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아요"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전하는 문근영은 내내 차분했고, 또 진중했다. 조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질문에는 때때로 머리를 긁적이며 잠시 생각에 잠겼고, 조용히 두 눈을 빛내 집중하면서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짧은 분량에도 존재감이 돋보였던 2015년 영화 '사도' 속 혜경궁 홍씨 이후 2년 만의 스크린 컴백 이유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대답했다.

"사실 촬영은 1년 전에 했었고, 개봉이 약간 늦춰지는 사이에 제가 다치고, 그런 일들이 있으면서 엄청난 복귀작처럼 됐지만 평소처럼 찍었던 영화가 잘 준비가 돼서 딱 보여드리게 되는 그 시간인 것 같아요. '유리정원'을 선택한 이유요? 정말 잘 설명해드리고 싶은데….(웃음) 적합한 말을 찾자면 대본도, 역할도 정말 매력적이었고요. 무엇 때문에 그렇게 매력을 느꼈을까 생각해봤는데, 그것보다는 이 역할을 잘 이해하고 싶고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문근영은 '제가 재연이 되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과 재연이를 연기하고 싶다는 배우로의 욕심이 함께 같이 어우러진 것 같다'고 정의했다.

캐릭터를 위한 외적인 준비도 이뤄졌다. 문근영은 "원래 도시에서도 메이크업을 하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숲에 들어와서는 조금 더 숲의 느낌이 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메이크업도 거의 하지 않고 더벅머리 그대로 빗고 촬영했어요. 또 헤어스타일로도 조금 다른 느낌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셔서 쇼트커트와 단발, 그리고 긴 머리 스타일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쇼트커트와 단발을 선택했죠"라고 설명했다. 5~6kg에 가까운 체중 감량도 이때 이뤄졌다.

연기를 하면서도 감정의 변화를 극도로 표출하는 것이 아닌,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도록 '자연스러움'에 초점을 맞췄다.

'순수하다'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 시간이었다. 문근영은 "재연이가 '순수한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데에는 어려운 지점이 있죠. 이 사람은 순수하게 본다고 얘기했을 때 그것은, 뭔가에 마음을 다 쏟을 수 있었다는 것에서 온 게 아닐까 싶어요"라고 말을 이었다.

"어떻게 보면 도시에서도 재연이 상처 아닌 상처를 받은 것은 정교수(서태화 분)가, 혹은 수희(박지수)가 못되게 굴어서라기보다도 내가 그들에게 열었던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돌아오는 칼이 더 날카롭고 아프게 느껴졌다고 생각해요. 그런 맥락에서 순수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됐죠. 마냥 깨끗하고 마냥 고귀한 게 순수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보면 도심처럼 순수의 양면성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순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저도 촬영하면서 들더라고요."


이어 문근영은 "'재연이가 왜 상처를 받았을까' 이 지점에 대해 고민하다가 제 경우를 떠올리게 됐어요. 상처를 받았다고 해서 그것을 발현시키는 게 아니라, 자신을 지키고 치유하기 위해서 유리정원 안으로 들어가잖아요. 저도 그렇게 상처를 받으면 그것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다시 또 안에서 스스로 이것을 정화하든 극복시키려 하든 내 안으로 들어간다는 점이 비슷했다고 느꼈죠"라고 덧붙였다.

재연의 유리정원은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져 그 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누구나 볼 수 있고, 언제든 깨질 수 있을 것 같은 위태로움이 보인다.

문근영은 "나를 보호하는 공간을 찾아가는 건데 사실 그 곳이 안전하고 탄탄한 곳이 아니잖아요. 연약하고 인간형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지다가, 문득 '누군가가 이걸 깨 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더라고요. 그런 마음도 굉장히 아팠던 것 같아요"라고 설명을 이었다.

문근영 역시 올 한 해 많은 일들을 겪어왔다. 지난 2월에는 급성구획증후군투병 사실이 알려지며 많은 이들의 걱정과 우려 속에 4번의 수술 후 치료에 전념해 왔다. 이후 7개월 만의 공식석상이었던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으로 다시 대중과 만났고, 지금의 '유리정원' 개봉까지 이어지게 됐다.

"건강은 많이 좋아졌어요"라고 말한 문근영은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마음의 짐이나 부담감 같은 무거운 것을 좀 덜어낸 듯한 느낌이에요. 나는 변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아, 이런 것이 변화인가?'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죠.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은 크게 변하지 않더라고요"라고 웃었다.

"그래도 아주 작은 것이 확 달라지니까 내가 크게 변하지 않아도 내 마음이 많이 변한 느낌이고, 편해지고 좋아졌어요. 벽이 사라진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전까지는 사람들에 의한 벽도 있었고, 내 스스로가 만든 벽도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것들이 사라졌고요. 예전에는 제 의지 중에서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돼' 이런 것들이 하나씩 생겼다면, 지금은 그런 것들이 중요하게 와 닿지는 않는 것 같아요."

"연기는 항상 진짜처럼 하고 싶은 마음이 1번인 것 같아요"라고 미소를 보인 문근영은 "캐릭터를 선택할 때도 내가 진짜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또 찾았거든요. 제가 진짜 애정을 줄 수 있는 캐릭터요. 이유는 여러 가지가 될 수 있겠지만 제가 정말 그 캐릭터를 사랑할 수 있어야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그 마음을 가까이에서 느끼지 않을까 싶어서요. 앞으로도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재미있게 잘 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라고 전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리틀빅픽처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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