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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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어느날'②] "부끄럽진 않았지"…김남길, '배우'라는 그림 (인터뷰)

기사입력 2017.04.12 16:50 / 기사수정 2017.04.12 15:29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김남길이 완성한 깊은 연기가 영화 '어느날'(감독 이윤기)을 통해 그 진가를 발휘했다.

5일 개봉한 '어느날'은 아내가 죽고 희망을 잃은 채 살아가던 어느 날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의 영혼을 보게 된 남자 강수(김남길 분)와 뜻밖의 사고로 영혼이 돼 세상을 처음 보게 된 여자 미소(천우희)가 서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남자 강수로 분한 김남길은 겉으로는 까칠해 보이지만 따뜻한 속내를 가진 강수 캐릭터를 스크린 속에 섬세하게 그려냈다.

스크린 밖 현실 속 김남길은 짧은 한 시간 사이에도 연기에 대한 긍정적인 의미의 욕심,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세상을 향한 시선,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간미까지 모두 담아내며 막힘없이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어느날'에서는 김남길과 천우희의 호흡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대본 리딩에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등장해 서로에 대한 동질감을 느꼈다는 이들은 로맨스 없이 전개되는 영화 속에서도  남다른 조화를 자랑한다.

김남길은 "멜로 같은 장면도 멜로 같지 않게 보이려고 노력했다"고 말하며 "호칭에 대해서도 (천)우희 씨와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저기요', '강수 씨'처럼 어떤 호칭을 쓸까 고민하다가 '아저씨'로 가자고 얘기했었죠. 어느 정도의 거리감과, 나이 차이에 대한 느낌도 좀 있으니까요. 사실은 멜로 형식도 있었어요. 떠나간 사람들을 잊어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느낌도 생각해보자고 해서 고민했는데, '멜로보다는 이야기가 중심이다'라는 결론이 나왔죠"라고 설명했다.

작품을 본 후에는 늘 아쉬움이 남는다고 털어놓았다. 상업 영화의 본질에도 충실하고 싶었고, 관객들에게도 편안하고 친절하게 다가가는 영화가 됐으면 하는 것이 김남길의 바람이었다.

'무뢰한' 당시 감정의 마무리를 남길 수 있는 영화가 좋다고 했던 김남길은 감성을 잘 담아낸 '어느날'에 대한 호평에 "저 역시 그런 것에 대한 기대치가 좀 있었어요. 정석대로 찍힌 것 같아 좋다고 생각했는데, 관객들이 지루해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죠. 어떤 분들은 '상업영화인데 상업영화인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하시더라고요. 누누이 말씀드리는데, 이윤기 감독님 영화 중 가장 상업적인 영화입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간 김남길이 걸어온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사연이 담긴, 우수에 찬 인물을 연기한 경우가 많았다.

쑥스러운 듯 "헤헤" 소년처럼 해맑은 웃음을 보인 김남길은 "그런 작품 위주로 들어오는 부분들도 있었고요. 예전에 어릴 때는 배우로서 자리매김할 때 명확한 이미지가 하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장첸이나 양조위, 장국영 같은 분들을 많이 염두에 두고 있었죠. 슬픔이나 우울, 고독에 대한 대명사이고 그런 쪽으로 포커스를 많이 맞추다 보니까 작품도 그렇게 선택하게 됐고요. 독보적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굳어지는 것 같아서 지금은 '우수에 찼다' 이런 것이라기보다는 사람에 대한 고민을 좀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보시는 분에 따라 성향이 다 다르니까 그 느낌 역시 모두 다르겠죠. 그 인물이나 이야기를 보면서 고민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많이 선택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을 이었다.

고민은 자연스럽게 캐릭터의 깊이를 표현해내는 것으로 이어졌다.

김남길은 "'선덕여왕'이나 '나쁜 남자' 같은 작품들을 해오면서 같은 감정 표현이라고 해도 다르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성숙한 감정 표현을 많이 해보려고 하면서 그런 것에 차별성을 두려고 했었어요. 사실 달라도 한 사람이 얼마나 다를 수 있겠어요. 제가 송강호, 최민식, 김윤석 선배님들도 아닌데.(웃음) 그런데도 예전에는 다 달라야 한다는 강박증이 굉장히 심했죠.(연기를 하고 나서) '쟤 원래 그래' 이런 이야기가 제일 싫었거든요"라고 솔직하게 토로했다.

"그럴 때 주변의 선생님들, 감독님들이 많이 얘기해주셨던 게 '한 사람이 얼마만큼 여러 가지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냐, 스펙트럼을 넓게 이야기하는 것은 좋은데 한계에 부딪히지 말고 그런 것보다 같은 캐릭터라도 깊이 있게, 방향을 다잡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말을 해주셨어요. 정말 맞는 이야기인데, 그게 한두 달 연습한다고 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20대 후반부터 조금씩 달라지는 법을 알아가고 있다고 설명한 그다.

"20대 때는 '남자는 서른부터야, 조바심 갖지 마' 이런 말을 들었는데, 30대가 되니 아직도 '남자는 마흔부터야. 마흔부터는 괜찮아질 거야'라고 하세요.(웃음) 그리고 또 '남자배우는 50, 60 돼야 인생 뭐 안다'고 하시더라고요. 어찌하였든, 변화된 모습에 대한 기대치는 조금 더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웃을 일이 없다'고 말하는 이 시기에 '어느날'이 관객의 마음에 따뜻함을 안기는 작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변함없었다.

김남길은 "그런 시기에 참 잘 맞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요. 사회적인 메시지를 좀 벗어나서 본연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런 것이요"라고 웃으며 "작은 영화에서도 좋은 배우들이 나오고, 볼거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라는 바람을 전했다.

'절망적이진 않았어'라는 이야기에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숨을 고르고,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용기를 내보는 그다. '그래도 부끄럽지는 않았지'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지금 이 순간도 차곡차곡 채워나가고 있는, 김남길이 걸어가는 '배우'라는 그림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오앤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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