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6 04:23
스포츠

김민재, 왜 실점하고 키미히에게 화를 냈을까…나폴리와 뮌헨 사이

기사입력 2024.05.01 21:55 / 기사수정 2024.05.01 21:55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김민재는 왜 화를 냈을까.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한국산 철기둥' 김민재가 1일 전세계 축구팬들의 최대 화제가 된 날이었다. 맹활약은 아니었고, 오히려 중요한 경기에서 치명적 실수를  두 차례나 범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김민재는 1일(한국시간)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 바이에른 뮌헨-레알 마드리드 맞대결에서 에릭 다이어와 함께 4-2-3-1 포메이션의 센터백 콤비로 선발 출전해 90분 풀타임을 뛰었다.

박지성, 이영표, 손흥민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4번째도 '별들의 전쟁'이라 불리는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무대를 밟는 영광을 누렸지만 킥오프 휘슬 90분 뒤 결과는 처참했다. 뮌헨은 레알과 2-2로 비겼는데 뮌헨 2실점에 모두 김민재가 깊게 관여됐다.

​뮌헨은 전반 24분 비니시우스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레로이 자네의 동점포, 해리 케인의 페널티킥 역전골로 뒤집기 승리를 거두는 듯했으나 후반 38분 비니시우스에게 페널티킥 동점골을 내줘 2-2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김민재가 특히 뮌헨의 두 실점에 모두 치명적인 실수를 제공했다.



첫 실점 땐 김민재 수비 '양날의 검'으로 지적받는 전진 수비가 문제였다. 김민재는 상대 월드클래스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에게 패스를 받으려는 비니시우스에게 따라붙으며 전방으로 달려 나왔는데 이 때 뒷공간이 텅 비고 말았다. 

크로스는 여기에 빠른 침투 패스를 넣어줬고, 비니시우스는 빠르게 달려 나가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김민재가 쫓아갔지만 비니시우스의 발을 따라잡지 못했다. 김민재가 전진하지 않고 뒤에서 진을 치고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묻어나오는 수비였다.

뮌헨이 2-1로 뒤집은 후반 37분엔 김민재가 비니시우스의 패스를 받으려던 호드리구를 잡아채며 발로 걸어 넘어뜨리는 명백한 파울을 범하고 말았다. 애초 호드리구의 움직임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평소 솔직한 화법을 즐겨쓰는 뮌헨 사령탑 투헬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김민재의 잘못을 지적했다. 회견에서 감독이 같은 팀 선수의 잘못을 거론하는 것도 이례적인데 이날은 거의 저격하듯이 매섭게 공격했다.

투헬 감독은 첫 실점을 거론하며 "김민재는 수비할 때 그렇게 공격적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 공을 따낼 수 있을 땐 괜찮지만, 아니라면 그래선 안 된다"면서 "김민재는 너무 탐욕스럽다. 공에 대한 압박감이 너무 없다. 너무 쉽게만 생각한다. 그래서는 아무도 그를 도울 수 없다"고 말했다. 페널티킥을 내준 상황에 대해선 "계속 안쪽에 잘 있다가 비니시우스가 패스할 때 쓸데없이 (앞으로 나오며) 공간을 내주는 실수를 했다. 그런 상황에선 침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김민재의 실수를 생각해볼 지점도 있다.

김민재는 전반 24분 첫 실점 뒤 자신의 오른쪽에 있던 요수아 키미히를 굉장히 야단쳤다. 키미히는 월드클래스 미드필더로 각광을 받고 있으나 이번 시즌엔 20세 신성 알렉산다르 파블로비치에 밀려 자신이 원래 보던 포지션인 오른쪽 수비수로 보직 이동을 한 상태다. 누가 봐도 김민재 실수라고 간주됐고 투헬 감독도 사후 기자회견에서 이를 지적했지만 김민재는 키미히와 꽤 긴 시간을 다퉜다.

레알 마드리드 상대로 괜찮은 수비를 펼친 김민재가 느닷 없는 실점에 당황해서 키미히에게 화풀이를 했을 수도 있지만 어느 덧 프로 8년차인 김민재가 그 정도로 멘털이 엉망인 선수는 아니다.



김민재와 키미히 사이에 뭔가 약속됐던 게 이뤄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김민재는 뮌헨 오기 전 소속팀이었던 2022-2023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에서 맹활약했고, 결국 팀을 33년 만에 우승으로 이끌면서 리그 최우수수비수로 뽑히는 쾌거를 일궈냈다.

그런데 나폴리 시절에도 김민재는 이번 레알전 선제골 실점처럼 앞으로 뛰쳐나가 상대 공격수 혹은 에이스를 밀착 방어하고 볼을 빼앗는 '공격적인 수비'를 곧잘 펼쳤다. 하지만 이 땐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동료 미드필더 혹은 수비수들이 김민재가 앞으로 전진해서 수비하면 일시적으로 백3를 형성해 방어선을 지켰기 때문이다.

수비형 미드필더 스타니슬라브 로보트카와 안드레 잠보 앙기사, 오른쪽 수비수인 조반니 디 로렌초가 김민재의 빈 자리를 전술적으로 잘 메웠다. 김민재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는 루치아노 스팔레티 당시 나폴리 감독(현 이탈리아 축구대표팀 감독)도 김민재에겐 큰 힘이었다.



그런 김민재의 과거 플레이를 감안하면 이번에 키미히와 다툰 것 역시 김민재 입장에선 어느 정도 합의가 된 키미히의 커버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아 서운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약속이 어디까지 이뤄졌는지는 당사자들만 아는 얘기가 되겠지만 김민재가 무턱대고 키미히에게 화풀이를 하진 않았을 것이란 뜻이다. 키미히 역시 중계화면으론 김민재의 공격을 굉장히 받아쳤다.

김민재가 간과한 것은 뮌헨은 나폴리가 아니란 점이다. 이번에 나타난 공격적인 수비에 대해 투헬 감독은 여러 번 지적을 하며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뮌헨은 나폴리와 달리 선수들 기량이나 유명세, 자존심이 더 좋고 세서 무조건 김민재가 원하는 대로 수비하기도 쉽지 않다. 김민재 입장에선 뮌헨에서 만큼은 자기 자신을 믿고 플레이해야한다는 점을 깨달은 한 판으로 레알 마드리드전이 남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