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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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의 눈] kt의 진일보에 박수를 보낸다

기사입력 2015.07.06 06:22 / 기사수정 2015.07.06 01:42

나유리 기자


올 시즌 초반만 해도 누군가는 신생팀 kt wiz의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누군가는 퓨처스리그에서의 1년이 너무 짧았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NC를 창단할 때와 환경 자체가 달라졌다는 말도 했다. 일리 있는 의견이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본 kt는 생각보다 더 약했다. 외국인 선수들도 대부분 기대 이하였고, 선수들은 우왕좌왕했다. 연패가 길어지고 창단 첫 승을 전 야구팬이 바랄 만큼 시작은 험난했다. 

그랬던 kt가 불과 몇 달 사이 참 많이 바뀌었다. 지난 주말 KIA와의 홈 3연전이 달라진 kt를 가장 확연히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다. 3연전을 싹쓸이 했지만, 경기 내용 자체도 좋았다. 3경기 내내 꼬박꼬박 선취점을 냈고, 상대가 추격을 시작하면 달아났다. KIA의 선발진이 일찍 무너진 탓도 있지만, kt는 '이기는 팀'의 전형적인 모습을 잘 보여줬다.

프로야구 초창기 시절에도 시즌 초반 kt처럼 어려움을 겪었던 팀들이 있다. 삼미 슈퍼스타즈가 그랬고, 태평양 돌핀스가 그랬다. 내가 해태 타이거즈 소속 선수이던 시절, 우리는 태평양과 경기를 하면 '오늘도 이길 것 같다'는 자신감으로 무장해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고, 태평양전은 거의 대부분 해태의 승리로 끝이 났다. 

당시 태평양 소속이던 후배 중 한명이 훗날 내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그때 패배 의식에 젖어 있었다. 해태 선수들만 봐도 겁을 먹을 정도로 위축돼 있었다"고. 맞는 이야기다. 자신이 두려움을 떨쳐내면 상대팀이 두려움을 갖게 된다. 지금 kt 선수들은 두려움을 떨쳐내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신생팀일 수록 강한 정신적인 무장이 중요하다. KBO리그 사상 최초로 10번째 팀이 된 kt에게 올 시즌은 정말 많은 공부를 한 해가 될 것이다. 초반 우려를 떨쳐내고 조금씩 좋은 팀으로 조립되는 과정에 있다. kt의 선전은 우리 리그 전체 흥행과 판도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처음에는 kt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승률 인플레'라는 말까지 나왔지 않나.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상대 열세에 놓였던 팀들을 상대로 승수를 쌓는 것이 그 증거다. 

또 흐뭇한 소식도 들려왔다. NC가 2016년 신인 1차 지명권 순서를 kt에 양보했고, 삼성은 외국인 투수 저스틴 저마노에 대한 보류권을 풀어줬다. 아주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 그동안 통 큰 척 하면서 실질적으로 양보하는데 인색한 구단이 많았다. 어느 팀이라고 밝힐 수는 없지만, 그간 몇몇 팀은 임의 탈퇴로 묶어놓은 선수들을 타 팀이 '풀어달라'고 요청할 경우, 다른 국내 선수를 트레이드 하자는 식으로 뒷거래를 요구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결렬된 사례가 많았다. 그런 사례를 비춰보았을때 NC와 삼성의 이번 결정은 분명 귀감이 되는 사례다. 동업자 정신이 투철한 것 아닌가.

지난 4일 수원 경기는 2만 관중석이 모두 매진 됐다. 비록 원정 팬 비율이 높다고 할지라도 kt의 경기가 훨씬 더 흥미로워졌기 때문에 경기장을 찾는 팬들의 발걸음도 늘어났다고 본다. 오랜 세월 야구계에 몸 담아온 사람으로서 kt의 진일보에 박수를 보낸다.

엑스포츠뉴스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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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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