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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여우조연상 쾌거…'기생충' 이은 韓 영화사 새 족적 [93회 아카데미①]

기사입력 2021.04.27 06:50 / 기사수정 2021.04.26 16:49


[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배우 윤여정이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 102년의 새 역사를 썼다.  

26일(한국시간) 미국 LA 유니온 스테이션과 돌비 극장 등에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이 열렸다. 

'미나리'의 윤여정은 함께 후보에 오른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카로바, '맹크'의 아만다 사이프리드,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맨,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즈를 제치고 여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아카데미는 지난해 수상자 중 성별이 다른 배우가 시상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공교롭게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브래드 피트가 '미나리'의 제작사 플랜B를 설립한 주인공이기도 해 브래드 피트가 윤여정을 호명하는 특별한 풍경이 연출됐다. 

수상자로 호명된 윤여정은 "드디어 브래드 피트를 만났다. 우리가 털사에서 영화를 찍을 때 어디 있었냐?"며 제작자인 브래드 피트를 언급하는 재치 있는 농담으로 운을 뗐다. 이어 "아시다시피 나는 한국에서 왔고 윤여정이다. 유럽 분들은 제 이름을 여영이나 유정이라고 부르곤 하는데, 오늘만은 여러분 모두 용서해드리겠다"고 말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윤여정은 "스티븐 연, 정이삭 감독, 한예리, 노엘, 앨런, 우리는 모두 가족이 됐다. 특히 정이삭 감독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다. 우리의 선장이자 나의 감독이었다. 너무 감사하다"며 '미나리'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다섯 명의 후보가 각자의 영화에서 다른 역할을 했다. 내가 운이 더 좋아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 내가 어떻게 글렌 클로스 같은 대배우와 경쟁을 하겠나"라며 함께 후보에 오른 네 배우와 특히 동갑내기인 글렌 클로즈에 예의를 표했다. 

또한 윤여정은 "두 아들이 항상 저에게 일하러 나가라고 하는데 이 모든 게 아이들의 잔소리 때문이다. 열심히 일했더니 이런 상을 받게 됐다"며 두 아들에게 고마움을 전했고, 끝으로 "김기영 감독님에게 감사하다. 나의 첫 번째 영화를 연출한 첫 감독님인데 그는 천재 감독이다. 여전히 살아계신다면 수상을 기뻐해 주셨을 것"이라며 '화녀'(1971)의 김기영 감독에게 영광을 돌렸다. 

이변 없는 수상이었다. 초반부터 수십 여개의 상을 휩쓸며 돌풍의 핵으로 떠오른 윤여정은 이달 초 미국배우조합상(SAG),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을 휩쓸며 이 부문 아카데미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자리했다. 

특히 윤여정의 수상은 한국 영화사 102년의 '최초' 기록을 썼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한국인이 아카데미 시상식 연기상 후보에 오르고, 수상자로 호명된 경우는 윤여정 외에는 전무후무했다.  

아시아 여성으로도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일본) 이후 두 번째 수상이다. 또한 아카데미 역사상 영어가 아닌 외국어로 연기해 수상한 사례도 '두 여인'(1961)의 소피아 로렌(이탈리아어) '라 비 앙 로즈'(2007)의 마리옹 꼬띠아르(프랑스어) 이후 세 번째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앞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지난해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포함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하며 4관왕의 업적을 이뤄냈다. 특히 '기생충'의 작품상은 비(非)영어 영화로는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였고,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까지 석권한 것은 '잃어버린 주말'(1946), '마티'(1955) 이후 아카데미 역사상 세 번째 기록이라는 점에서 이변 그 자체였다. 한국 영화가 오스카 초청을 한 번도 받지 못했던 만큼 '기생충'의 모든 기록 역시 최초로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직후 엑스포츠뉴스에 "윤여정 배우의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은 한국 영화와 연기자들의 역량, 우수상에 대해 공히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라며 "지난해 '기생충'에 이어서 한국 영화인들이 아카데미의 역사를 바꾸고 있다는 점, 특히 63년 만의 동양 여배우 여우조연상 수상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기생충' 이후 K-무비에 대한 전세계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는 기쁜 소식이다"고 전했다. 

한편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클로이 자오 감독의 영화 '노매드랜드'가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프랜시스 맥도먼드) 3관왕에 올랐다. 남우주연상은 '더 파더'의 안소니 홉킨스, 남우조연상은 '유다 그리고 블랙메시아' 다니엘 칼루유야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미나리'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윤여정의 여우조연상을 제외하고 아쉽게 불발됐다.

다음은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작(자) 명단.

▲최우수 작품상= '노매드랜드'
▲감독상= 클로이 자오('노매드랜드')
▲남우주연상= 안소니 홉킨스('더 파더')
▲여우주연상=프랜시스 맥도먼드('노매드랜드')
▲남우조연상= 다니엘 칼루유야('유다 그리고 블랙메시아')
여우조연상= 윤여정('미나리')
▲각색상= '더 파더'
▲각본상= '프라미싱 영 우먼'
▲장편애니메이션상= '소울'
▲단편애니메이션상=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사랑해'
▲국제장편영화상= '어나더 라운드'
▲단편다큐멘터리상= 'Colette'
▲장편다큐멘터리상= '나의 문어 선생님'
▲단편영화상= '투 디스턴트 스트레인저스'
▲주제가상= 'Fight For You'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음악상= '소울'
▲촬영상= '맹크'
▲의상상=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편집상= '사운드 오브 메탈'
▲분장상=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미술상= '맹크'
▲음향상= '사운드 오브 메탈'
▲시각효과상= '테넷'

hsy1452@xportsnews.com / 사진 = 연합뉴스, 판씨네마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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