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3.27 04:09 / 기사수정 2011.06.30 01:43
[엑스포츠뉴스=엄진옥 기자] 방학 동안 광희(가명, 15세)는 엄마의 퇴근을 기다리며 저녁 병실을 지켰다. 아빠의 목에 연결된 호스에서 가래를 제때 제거하지 않으면 호흡이 불안해지고 발작을 일으키기 때문에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 가족의 보살핌과 호흡기에 삶을 의지하는 마종수 씨. 상태가 좋지 않아 일반실과 중환자실을 자주 옮겨 다닌다.
교통사고, 심장만 살아
2010년 12월 마종수(가명, 49세) 씨는 택시운행 도중 의식을 잃고 중앙 분리대를 들이받았다. 응급실에 옮겨졌을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지만 심폐소생술로 심장이 살아났고 그는 현재 모든 신체 기능이 멈춘 뇌사상태이다.
영주(가명, 37세) 씨는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치면 관절염이 진행 중인 다리를 무겁게 끌고 병원으로 왔다. 광희와 함께 집에서 싸온 식은 밥과 찬으로 늦은 저녁을 해결했다.
“제가 무슨 정신이 있어 입으로 밥이 들어가겠어요. 그런데 제가 안 먹으면 큰애가 통 먹지를 않아요.”
영주 씨의 어두운 얼굴빛이 지난 2개월 동안의 마음고생을 말해주었다. 다정하고 꼼꼼한 남편 덕에 결혼 후 동사무소 출입은 물론 집에서 전구 하나 갈아본 적 없다는 영주 씨. 가장의 빈자리는 금방 표시가 났다. 아침마다 두 아들을 학교에 태워다주던 아빠의 온기는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 혹시 온기를 느끼고 일어나지 않을까. 광희는 아빠 손을 쥐고 놓지 못 한다.
그리움, 가장의 빈자리
광희는 아빠의 빈자리가 허전하다고 했다. 평소 성격이 밝고 운동을 잘해 친구가 많은 광희, 아빠의 사고 이후 오직 집과 병원만 오가며 빨리 철들어가는 모습이 영주 씨를 울린다.
영주 씨는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쏟는다. 욕창이 안 생기도록 남편의 몸을 돌려 눕히다가, 반쯤 뜬 눈에 들어간 눈썹을 꺼내주다, 그대로 주저앉아 깊숙이 참았던 울음을 터뜨린다.
“너무 그리워요. 어서 예전으로 돌아가면 좋겠어요. 애기들도 저도 그이가 필요해요.”
의사들은 6개월을 더 지켜봐야 호전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고 말한다. 만약 환자가 깨어난다 해도 불구의 몸으로 온전한 사회생활은 힘들다는 의견이다.
▲ 능숙한 솜씨로 아빠 얼굴을 닦아주는 광희.
아빠 언제 오세요
“엄마! 아빠 언제 집에 오세요?”
영주 씨와 광희가 병원에서 지내는 시간 동안 막내 광오(가명, 13세)는 집을 지킨다.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쌀도 깨끗하게 씻는다. 광오는 아빠의 심각한 건강상태를 전혀 모른다.
세상에서 아빠가 가장 좋다고 말하는 어리광쟁이 광오에게 영주 씨는 차마 사실을 말해줄 수 없었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에게 다정한 아빠는 듬직한 슈퍼맨이고 영웅이다.
▲ 아빠와 떨어져 있는 사이 바짓단이 껑충해진 광오. 아이들은 아픈 시련 속에서도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정신적 고통, 빚
목에 구멍을 내어 가래를 받는 일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2~3분에 한 번씩 갈아주어야 한다. 상태가 호전 되면 30분 만에 갈아주기도 한다. 누군가 24시간 환자 곁에 붙어 돌보지 않으면 안 된다.
영주 씨는 초인적인 힘으로 현실을 버텨내고 있다. 낮에는 출근하고, 밤에는 뜬눈으로 가래를 받아낸다. 하지만 종수 씨가 깨어날 수만 있다면 이런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
첫 번째 병원에서 산재처리가 늦어져 의료보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고 했다. 처음 들어보는 낯선 전문용어에 겁이 났지만, 영주 씨는 무작정 구청에 살려달라고 매달렸다.
“나중에 산재처리가 안 되면 갚겠다는 각서를 쓰고 겨우 의료보험 혜택을 받았어요.”
병원비는 2천만 원에서 5백만 원으로 줄었지만 영주 씨에게는 여전히 큰 금액이다. 의료비가 좀더 싼 곳으로 이동을 했고 두 번째 옮긴 곳의 병원비는 1천 5백만 원이 되어간다.
병원비 지원은 가장의 빈자리에 힘들어하는 두 아이와 영주 씨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가장이 다시 깨어나길 고대하는 모자(母子), 이들이 기다림에 지치지 않도록 손잡아줄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줄 이웃이 필요하다.
후원금은 전액 광희가족에게 전달된다..[엑스포츠뉴스 라이프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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