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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버닝' 이창동 감독 "대중에게 환호받는 서사 무엇인지 궁금해"

기사입력 2018.05.28 18:30 / 기사수정 2018.05.28 18:17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이창동 감독이 8년만의 복귀작 '버닝'을 통해 숨가쁜 5월을 보냈다.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으로 프랑스 칸을 다녀왔고, 영화의 국내 개봉 후 관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버닝'에 대한 생각도 자꾸만 곱씹게 된다.

17일 개봉한 '버닝'은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 분)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

이창동 감독의 복귀작이라는 사실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던 '버닝'은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매년 칸국제영화제에 출품된 영화 중 각국 평론가들로부터 가장 뛰어난 평가를 받은 작품에게 수여되는 상인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상을 수상했다.

비록 본상은 아니었지만, 이는 상영 후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버닝'의 존재감을 재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한국으로 돌아와 국내 팬들과 '버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창동 감독을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귀국한 지 하루가 지난 시간, "시차 적응이 될 것 같으면서도 안된다"고 웃으며 인사를 전한 이창동 감독은 칸국제영화제에서의 '버닝'에 대한 호평들을 먼저 되짚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예상보다는 훨씬 좋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칸영화제에 나오는 영화들이 대개 예술영화만 들어가는 건 아니거든요. 굉장히 개성이 강한 그런 영화들이 많은데, 그러다보면 호불호가 나뉘어지고 '모두가 좋다'고 말하는 경우는 없거든요. 그런데 '버닝'을 두고서는 모두가 다들 좋다고 하니까, 이 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되고 읽히는지에 대한 느낌이 궁금해졌죠."

국내에서의 반응을 접한 얘기도 솔직히 덧붙였다. '버닝'은 국내 흥행 성적에서는 다소 아쉬운 면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17일 개봉 후 27일까지 전국에서 44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창동 감독은 "(국내외의 반응이) 예상외로 온도차이가 있어서 , 그게 뭔지 생각을 해봤어요. 대충은 알겠지만, 좀 더 생각을 해봐야겠죠"라며 고민했다.

칸국제영화제에서 본상 수상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솔직한 마음도 털어놓았다. 영화제 진행 당시 '버닝'은 연이은 호평 속에 황금종려상 후보로까지 거론될 정도로 높은 화제성을 자랑했다.

이창동 감독은 '수상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냐'는 물음에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죠. 어쨌든, '버닝'이라는 영화가 칸국제영화제 결과에 올인하는 것처럼 돼 버렸어요. 여러 정황이 겹쳐져서 그렇게 된 것 같은데, 결과 자체가 결정적인 것처럼 돼버렸죠"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만약 영화가 수상하게 된다면, 평가 면에서도 오히려 관객들이 낯설어한다 하더라도 그게 인정받는 것이 돼서 오히려 좋게 해석하게 되는, 그런 이점이 있었을 수는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게 사라져버렸죠. 만약 상을 받았다면, 한국영화 전체적으로 봐도 그렇고 제 개인적인 것도 그렇고 큰 자극이나 활력을 줄 수도 있었는데 그게 좀 아쉬운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버닝'은 관람 후 관객들의 다양한 평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만큼 많은 해석의 여지로 궁금증을 자극한다. 이창동 감독은 이에 대해 "영화의 구조 자체가 갖고 있는 해석의 가능성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해요"라고 웃어보였다.

"사실 그런 여지를 남겨둬야 되고, 그게 이 영화가 가진 미스터리의 특징이랄까 성격이랄까 그런 것이기도 하죠. 영화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겹들이 있는가,  그리고 그런 영화가 영화라는 매체로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해지는가가 제가 이 영화를 만든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죠."

이창동 감독은 "어쨌든 각자가 자기 나름의 해석으로 서사를 만들어서 영화를 보는 것이고, 그 점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자신과 다른, 다른 사람들의 서사에도 귀를 기울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면 더 좋을 것이라는 말도 더했다.

상업영화로의 '버닝'의 가치를 얘기할 때는 조금 더 진지해졌다. "이 위험성을 어느정도는 예상을 했어요"라고 입을 연 이창동 감독은 "이걸 어떻게 극복하느냐 신경을 많이 썼지만, 제 나름대로 어느정도는 대중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영화가 어떤 분위기에서 받아들여지냐에 대한 것도 중요한 문제인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흥행이라는 것을 성공모델로만 따라가서는 어떤 작품은 성공하겠지만, 크게 보면 그게 발전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죠. 누군가는 저지르고, 누군가는 모험을 해야 하는데 그게 우리 영화 산업에서도 선순환하는 그런 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이창동 감독은 자신이 '메시지를 전하는 감독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제가 영화를 통해 굉장한 메시지를 전하는 감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전 사실 그런 영화를 만들어보지 않았어요. 그리고 메시지를 전해야겠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요. 전 그런 방식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저는 그저 질문할 뿐입니다. 받아들이는 것은 관객의 몫이고요."

"이 상황 자체가 운명적이에요"라고 다시 입을 연 이창동 감독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데드풀 2'같은 히어로 영화의 예를들며 "'버닝'은 종수와 해미 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거든요. 그런데 이게 공개되는 자리는 칸영화제의 레드카펫이죠.그건 벤의 세계의 꼭지점에 있는 비현실적 세계이기도 하고요. 제가 볼때 이건 굉장한 미스매치에요. 영화를 찍고 칸에 갈 때마다 느끼죠"라고 말을 이었다.

"이 영화는 극장에서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나 '데드풀2' 같은 마블의 영화와 싸워요. 세상을 슈퍼히어로가 구해준다는 이야기죠. 세상의 미스터리에 대해 어떤 분노를 갖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버닝'같은 영화가 이런 영화와 맞붙어서 처절하게 깨지고 있어요. 그것이 '버닝'의 운명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죠."

고민은 이어졌다. "슈퍼히어로가 과연 세상을 구원하느냐"고 되물은 이창동 감독은 "우리같은 서사는 지금 대중에게 별로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는데 그럼 환영받는 서사는 뭔지, 그것이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지 궁금해요. 우리는, 또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요"라고 말했다.

8년 만에 다시 돌아온 결과물인 '버닝'. 길었던 기다림의 시간만큼, 다음 작품을 만나보기까지도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 이창동 감독은 "그동안에도 놀면서 8년을 보낸 것은 아니거든요. 여러 프로젝트를 고민하고, 시나리오도 쓰고 준비도 하다가 보류했다고 해야 되나요. 그런 것들이 많거든요. 사실 하고 싶은 프로젝트는 많이 있어요. 그래서 짧은 시간 안에 다시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될 것 같기도 하고요"라고 전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CGV아트하우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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