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16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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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다

기사입력 2008.02.21 13:42 / 기사수정 2008.02.21 13:42

박현철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현철 기자] '흑자 경영'을 표방하고 프로야구 무대에 뛰어든 센테니얼. 21일에는 '우리 담배'가 메인 스폰서로 결정되어 시즌 참여를 위한 준비는 거의 끝난 상태다. 

그러나 종전 현대 유니콘스의 정든 유니폼을 벗고 새 구단에 정착한 선수들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지난 19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를 통해 '선수 참가활동보수액(연봉) 삭감 제한 조항 폐지'안이 결의된 후 센테니얼은 '고연봉에도 실적이 여의치 않은 선수들의 연봉을 대폭 삭감하겠다.'라는 의견을 밝혔기 때문. '왕년의 에이스' 정민태(39)의 연봉 삭감은 불 보듯 뻔하며 지난 시즌 고군분투한 선수들의 연봉 대폭 인상은 '다른 나라 이야기'가 되었다.

대한해협 건너 일본의 예를 들어보겠다. 임창용(32)의 새로운 소속팀이자 다니엘 리오스(36)의 새로운 둥지로 주목을 받고 있는 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스는 스토브리그에서 '칼'을 휘두른 후 가장 슬라이더를 잘 던지던 투수 한 명을 은퇴시켜 버린 전력이 있다.

주인공은 93년 센트럴리그 신인왕을 차지하는 등 고속 슬라이더를 자랑하던 투수 이토 도모히토(39. 현 야쿠르트 투수코치)다. 이토는 잦은 부상으로 인해 통산 127경기 37승(7완봉승 15완투) 27패 평균 자책점 2.31의 기록을 남기고 마운드를 떠났다.

<이토의 슬라이더 영상 (C) Youtube>

부상의 이유는 바로 슬라이더 때문이었다. 이토의 슬라이더는 한때 '일본 최고'라는 평가를 받던 '흑마구' 중 하나였다. 당시 이토와 배터리를 이뤘던 '컴퓨터 포수' 후루타 아쓰야(43. 전 야쿠르트 감독 겸 포수)는 "가장 위력적인 슬라이더다. 빠르기는 마쓰자카 다이스케(28. 보스턴 레드삭스)가 더할 지 몰라도 묵직함과 예리함은 현역 투수 중 최고다."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토는 잦은 팔꿈치와 어깨 부상으로 시즌 중 이탈이 많았고 두 시즌(1994~1995)을 연달아 '펑크'낸 전력도 있었다. 그러나 부상을 떨치고 합류하면 짧은 잔여 시즌 동안 좌완 이시이 가즈히사(35. 현 세이부 라이온스), 우완 가와사키 데쓰로(37. 전 주니치 드래곤스 은퇴)와 1-2-3 펀치로 좋은 활약을 펼치던 선수였다.

이토의 '부상 후 뒷처리'에 힘썼던 야쿠르트는 결국 '유리몸' 이토에게 2001' 시즌 후 8,000만 엔에서 대폭 삭감된 1,200만 엔의 연봉을 제시했다. 부상으로 재활군을 들락날락했던 이토는 그나마에도 '감지덕지'하며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전년도 세금을 납부하고 나면 2002년 이토의 손에 들어오는 돈은 거의 없었다. 재활 중 '근로의욕'까지 잃어버린 이토는 이후 구위와 변화구까지 모두 잃어버렸다. 결국, 이토는 2003' 시즌 후 선수 생활을 끝냈고 구단은 임의은퇴 명단에 이토를 올렸다.

연봉 지출을 줄인다면 구단 운영은 손쉬울 것이다. 그러나 선수들의 '근로 의욕 저하'는 피할 수 없는 길이 될 것이다. 단기적인 이익을 좇다가 '성적'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에서 '팀 성적'이 나쁜 경우 팬들은 발길을 돌리게 마련. 전신 현대는 그나마도 팬이 얼마 없었던 팀이다.

센테니얼 선수들은 구단 운영진과 연봉에서의 불이익을 어느 정도 합의했다. 그러나 똑같은 성적을 올리고도 타 팀 선수들에 비해 적은 연봉을 받는다면 '피해 의식'은 언제든지 싹트게 마련이다. 많은 연봉을 줄 수 없다면 적어도 '선수가 야구 하기 편한 환경'은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것이 당연한 이치다.

그마저도 실패한다면 센테니얼 구단은 기대 이하의 성적이 나오더라도 선수를 원망하지 말아야 한다. 이 또한 당연한 이치다.

<사진=현대 유니콘스>



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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