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9 19:29
스포츠

[이병규 은퇴, 그후①] LG와 이병규 그리고 정신적 지주

기사입력 2016.11.26 12:26 / 기사수정 2016.11.26 12:26

채정연 기자

[엑스포츠뉴스 채정연 인턴기자] '잠실벌 적토마' 이병규가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97년 1차 지명으로 LG 트윈스에 입단한 이병규는 일본 주니치 드래곤즈(06-09) 시절을 제외하고는 LG에서만 뛰었던 프랜차이즈 스타다. 2013년 최고령 타격왕(만 38세)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던 그는 2016년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1타석을 끝으로 길었던 현역 시절을 마무리하게 됐다.

▲ 2016년 '평행선' 그린 LG와 이병규

이병규는 2016년의 대부분을 퓨처스리그에서 보냈다. "나이가 많아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던 그는 부진했던 2014년과 지난해를 만회하기 위해 LG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4월, 5월 연달아 4할 타율을 기록하며 1군을 향해 묵묵히 실력으로 보여줬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리빌딩 모드'를 선언한 후 신예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던 1군 무대에 베테랑 이병규의 자리는 없었다. 그래도 이병규는 불평 없이 운동에만 매진했다. 6월 29일 들려왔던 종아리 부상 소식은 그래서 더 뼈아팠고 결국 힘든 재활이 시작됐다. 당시 5위에서 멀어지며 성적이 추락하고 있던 LG였기에 팬들은 이병규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프런트에 불만을 쏟아냈다.

이병규는 재활 후 8월에 복귀했지만, '신바람 야구'로 반등을 시작한 1군에 여전히 그의 자리는 없었다. 10월 초까지 이어진 치열한 중위권 다툼에 양상문 감독은 "순위가 결정되면 그 때 이병규를 올리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병규를 '전력 외'로 분류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LG가 4위를 확정했던 10월 6일 후 이병규는 시즌 첫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10월 8일 정규시즌 최종전은 그에게 2016년 처음이자 마지막 1군 경기였다. 4회말 두산 니퍼트 상대로 기록한 안타는 그의 시즌 처음이자 마지막 안타가 됐다. 이 안타는 이병규 커리어 마지막 안타이기도 했다.

▲ '순리대로 은퇴'인가 '리빌딩의 희생양'인가

과거 하위권을 헤매던 LG 트윈스의 문제점 중 하나는 '뚜렷한 육성 방향'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전임 감독들은 '새 얼굴 발굴'과 '신구조화'를 외쳤지만, 추락하는 성적에 못 이겨 베테랑 중심의 라인업으로 회귀하곤 했다. 2016년 초 양상문호는 '리빌딩'을 내세웠다. 시즌 중반 -14의 승차를 기록하며 부침을 겪었지만, 양 감독은 뚝심있게 신인들에게 기회를 부여했다. 시즌 시작 전 하위권으로 분류됐던 것과는 달리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뤄내며 성공적인 리빌딩을 해냈다고 평가된다.

이 과정 속에서 베테랑 이병규는 전력에서 제외됐다. 이병규의 것이었을지 모르는 자리에서 영건들이 경험을 축적했고, 결과적으로 이는 내년 LG의 모습을 더욱 기대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 그러나 어린 연령층 위주로 구성된 2016년의 LG는 기복이 심했다. 선수단의 분위기를 다잡고 '으쌰으쌰' 하는데 있어 베테랑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2013년 이병규는 주장으로서 LG를 이끌었다. 당시 그는 커다란 세리머니로 덕아웃 분위기를 주도했고, LG는 13년만에 가을야구 초대장을 받았다. LG가 투타 엇박자와 어수선한 분위기로 흔들리던 6월, 1군 덕아웃에 이병규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안갯속이던 LG의 분위기를 '정신적 지주' 이병규라면 바꿔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 이병규의 은퇴를 '일방적인 희생' 혹은 '순리'로 결정 내리는 건 섣부른 일이다. 2016년 LG가 닦아놓은 리빌딩의 초석이 향후 '화수분 야구'를 가능케한다면 이병규의 은퇴는 LG의 미래를 위한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될 수 있다. 베테랑의 아쉬웠던 마지막 시즌의 가치는 이제 LG 영건들의 손에 달렸다.

▲ 이병규 이후의 LG, 누가 '정신적 지주'가 될까

이병규의 은퇴 이후, LG에서 '이병규의 역할'을 해 줄 차기 미스터 엘지는 누구일까. 가장 유력한 후보는 올해 2000안타 금자탑을 쌓은 박용택이다. 2002년 데뷔 이후 한번도 LG를 떠나지 않은 박용택은 실력이나 인성 모든 면에서 의심의 여지 없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더불어 끊임없는 타격 연구와 노력은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된다.

나이가 어리지만 중견급에 접어든 오지환 역시 차기 미스터 엘지가 유력하다. 2009년 LG에 입단한 후 꾸준히 유격수 자리를 지켜온 그는 펀치력과 빠른 발, 매년 향상되는 수비력으로 팀의 얼굴이 되어가고 있다. 또한 뛰어난 친화력으로 덕아웃 분위기를 이끄는데 적임자다.

올해 주장을 맡았던 투수 류제국의 활약도 빛났다. 과거 경직된 분위기의 대명사와도 같았던 LG 덕아웃을 자유롭게 바꾸며 '2016년 신바람 야구'가 펼쳐질 수 있는 바탕을 만들었다. 또 작년의 불운과 부진을 떨쳐버리고 올해 후반기와 포스트시즌에서 호투를 선보이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실력과 리더십을 동시에 갖췄다고 평가된다.

채정연 기자 lobelia12@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DB

채정연 기자 lobelia12@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