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16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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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After GSL] 스베누 한이석, 철저한 분석이 만든 3년 3개월만의 승리

기사입력 2016.01.11 00:01 / 기사수정 2016.01.11 00:01

박상진 기자


공허의 유산 들어 스타크래프트2 리그에서는 군단의 심장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선수들이 많이 모습을 보였다. CJ 엔투스의 저그 신희범처럼 자유의 날개와 군단의 심장 모두 성적을 내지 못했던 선수가 GSL과 스타리그라는 양대 리그에 이름을 드러내는 한편, 변현우와 스베누 한이석처럼 자유의 날개에서 절정의 기량을 보였던 선수가 군단의 심장에서는 침체기를 겪은 후 공허의 유산에서 다시 경기력을 폭발시키기도 했다.

곰exp를 떠나 아프리카tv에서 처음 진행된 GSL Code A 승자는 스베누 한이석이었다. 공허의 유산으로 게임이 바뀌며 첫 예선부터 다시 시작한 이번 GSL Code A에서는 총 60명의 선수가 선발됐다. 이를 통해 Code A에 모습을 드러낸 스베누 한이석의 첫 상대는 GSL 3회 연속 준우승 경력의 CJ 엔투스 저그 한지원. 스베누 한이석은 공허의 유산이 출시된 순간부터 연습을 시작했고, GSLTV에서 진행되는 연승전에서 15연승을 거둔 후 왕중왕전에서 준우승에 오르며 자유의 날개에서 보이던 경기력을 되찾았다. 

긴 공백기를 보낸 스베누 한이석이 군단의 심장 후반기를 대표하는 저그인 한지원에게 이길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얼마 없었다. 심지어 상대 전적은 8대 3. 누가 봐도 한지원에게 유리한 게임이었고 많은 사람이 한지원의 Code S 입성과 함께 네 번째 결승 진출에 도전할 거로 예상했다. 그러나 스베누 한이석은 한지원을 상대로 3대 1 승리를 거두고 정말 오래간만의 Code S 진출에 성공했다. 



스베누 한이석은 이날 경기에서 예리한 모습을 보였다. 해병과 공성 전차, 그리고 의료선을 이용한 찌르기로 한지원을 몰아붙인 것. 그러나 게임을 조금 더 살펴보자면 경기 내내 한이석과 한지원은 계속 서로의 심리를 읽어내려고 했고, 그 결과 스베누 한이석이 승리를 거두고 Code S에 올라가게 됐다.

첫 세트인 레릴락 마루에서의 경기를 살펴보자. 레릴락 마루는 앞마당 입구가 넓어 앞마당에 바로 사령부를 짓기보다는 본진 언덕 위에 사령부를 짓고 천천히 앞마당을 가져가는 것이 정석이었다. 하지만 한이석은 이를 역이용해서 과감히 앞마당에 바로 사령부를 지어 상대의 저글링 찌르기를 유도했고, 벙커와 건물 배치로 이를 막아내며 분위기를 자신의 것으로 가져왔다. 이후 5병영에서 생산한 바이오닉 병력과 군수 공장에서 공성 전차를 사용해 상대 일꾼을 계속 견제함과 동시에 상대 뮤탈리스크 체제를 확인하자 바로 전투 자극제만 개발하고 공격에 나섰다. 한지원의 뮤탈리스크를 각개 격파해야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었고, 이 판단은 옳았다.

2세트 경기가 벌어진 궤도 조선소는 8가스 지역이 먼 맵이다. 이런 맵 특성상 저그는 빠르게 6가스를 확보한 후 최대한 방어를 하며 빠르게 울트라리스크를 생산하는 게 정석이다. 한이석은 이를 노리고 빠른 2병영 사신으로 상대를 압박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한지원이 일벌레 정찰을 통해 한이석의 수를 읽어내며 경기 초반 주도권을 잡았다. 하지만 승부는 한순간에 갈렸다. 한이석은 맵 12시 지역에서 자신의 두 번째 확장을 정찰하려는 상대 대군주를 잡아낸 것이 경기의 분수령이었다. 상대의 눈을 가린 한이석은 두 번째 확장을 포기한 후 한지원의 예상보다 빠른 자극제 연구 완료 타이밍에 진출을 시도했다. 이 대군주가 살아 있었더라면 한지원은 상대의 제2확장 타이밍과 진출 의도를 모두 읽어낼 수 있었겠지만, 자신의 눈을 잃은 한지원은 결국 이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한지원 역시 만만찮았다. 8분 55초에 바퀴와 궤멸충으로 인구수 200을 채우는 강민수 식 전략이 가능하기에 많은 저그 선수가 좋아하는 프리온 단구였지만, 한이석은 또다시 빠른 찌르기를 선택했다. 앞마당에 이어 황금 광물지대에 제2확장을 빠르게 가져갈 수 있어 저그들이 프리온 단구 초반 자원에 집중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한지원은 이를 읽어내고 상대의 공격을 안정적으로 막아낸 후 역습이라는 전략을 취해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두 선수의 마지막 세트는 GSL에서만 사용되는 라크쉬르. 제2확장을 가져가기 굉장히 까다로운 데다 제2 확장까지 거리가 먼 맵이다. 이를 위해서는 파괴 가능한 바위를 철거해야 하기에 저그들은 여왕 위주로 경기를 운영하며 번식지를 먼저 올리는 전략이 주로 나온다. 

한이석은 라크쉬르라는 맵과 한지원의 스타일을 정확히 읽어냈다. 전체적인 전황이 불리할 때 더욱 공격적이 되는 이승현과 달리 한지원은 더 단단하게 방어로 돌아섰다. 한지원은 앞마당 확장 후 번식지를 올리고 천천히 제2 확장을 가져갔지만, 이미 한이석의 공성 전차의 포구는 한지원의 확장을 향해 있었다. 한이석의 공성 전차가 한지원의 제2 확장 가스 추출장을 파괴하는 순간 한지원의 빌드는 완전히 무너졌다. 한이석의 소수 견제 병력에 가스 수급이 문제가 생기며 한지원은 뮤탈리스크 타이밍을 놓쳤고, 이 타이밍에 한지원은 공성 전차와 의료선, 그리고 바이오닉 병력을 이끌고 한지원의 기지를 공격하여 승리를 차지했다.

3대 1로 끝난 이날 경기는 모두 경기 시간이 길지 않았다. 테란의 타이밍에 모두 경기가 끝나며 한지원이 방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한지원의 방심보다 한이석의 철저한 분석이 빛났고, 그 결과로 스베누 한이석은 Code S 진출이라는 결과를 만들었다. 

스베누 한이석은 이제서야 Code S 32강에 올랐다. 3년 3개월 만의 일이다. 한 번 기량일 잃어버린 선수가 다시 전성기의 기량을 얻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스베누 한이석은 그 어려운 일을 해내기 위해 연습과 분석에 시간을 쏟았고, 자신의 전성기 시절 스타일을 녹여내 Code S 32강에 진출했다. 과연 자유의 날개 시절 IPL 우승을 차지했던 한이석이 이번 시즌 어디까지 진출할 지, 그리고 군단의 심장에서 부진했던 선수들이 얼마나 활약할 지, 공허의 유산으로 진행되는 GSL이 다른 어떤 리그보다 기대되는 이유다.

글=박진영 GSL 해설/정리=박상진 기자

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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