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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열의 인사이드MLB] 김응용 감독과 데이비 존스

기사입력 2013.07.26 14:05 / 기사수정 2013.07.26 18:34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로스앤젤레스(미국) 문상열 칼럼니스트] 기자는 지난 4월에 이 코너에서 ‘감독에게도 은퇴 적기가 있다’는 글로 한화 이글스 김응용 감독의 현장 복귀에 비판적인 지적을 한 바 있다. 김 감독은 복귀 후 많은 것을 잃었다. 야구인들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한국시리즈 10번 우승에 대한 업적마저 감독의 능력보다는 선수와 구단의 힘이 더 컸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려줬다. 김 감독 스스로 자신이 야구계에 남긴 ‘유산(legacy)’이 이처럼 처참히 허물어지는 것을 볼 줄이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 내일이 없다. 시간이 기다려주지 않는다. 선수도 마찬가지다. 젊은 선수는 실수를 해도 다시 만회할 기회가 있다. 하지만 베테랑은 고꾸라지면 치명적이다. 복귀가 쉽지 않다. 김응용 감독은 40, 50대가 아니다. 오는 9월이면 만 72세다. 오랜 기간 공백기를 거쳐 복귀하는 지도자는 더욱 사려깊은 판단을 해야하는 이유다.

김 감독은 메이저리그 최고령 워싱턴 내셔널스 데이비 존슨(70)보다 나이가 많다. 올시즌을 끝으로 지휘봉을 놓게 될 존슨은 현재 사면초가다. 워싱턴 구단은 지난 23일 타격코치 릭 엑스타인을 해고했다. 2007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월드시리즈 MVP 데이비드 엑스타인의 형이다. 구단의 마이크 릿조 단장이 엑스타인을 해고한 것은 최근 타격부진 때문이다. 워싱턴 타격은 4,5월 LA 다저스를 연상하면 된다. 국내 프로야구는 성적 부진을 분위기 쇄신 차원으로 돌려 1,2군 코칭스태프를 교체하지만 메이저리그는 해당코치를 해고한다. 꼴찌로 주저앉은 김 감독도 전반기를 마치고 관례처럼 코칭스태프를 교체했다. 국내 프로야구는 웃기는 게 코치 교체다. 책임은 감독이 지는 것이다. 왜 코치에게 전가하는가. 전 롯데 자이언츠 제리 로이스터도 그걸 지적한 적이 있다.

엑스타인 해고 때 존슨 감독은 “충격을 받았다. 야구생활을 하면서 수 많은 경험을 했다. 트레이드도 됐고, 방출도 당했고, 목도 잘렸고 그랬다. 하지만 오늘은 그보다 더 어려운 날이다”며 그의 해고를 가슴아파 했다. 존슨 감독과 릿조 단장은 엑스타인 해고를 놓고 이견을 보였다. 엑스타인이 해고된 뒤에도 워싱턴의 타격은 여전히 물방망이로 26일 간신히 6연패 사슬을 끊었다. 최근 10경기 스코어링 포지션에서의 타율이 0.067이다. 에이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가 삼진 12개를 빼앗아도 이길 수가 없다.

엑스타인 해고 후 기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국내 기자들은 김 감독에게 제대로 질문을 해볼 수도 없다. 거의 일방적인 얘기다. 경기 전 덕아웃에도 잘 나오지않는 김 감독이다. 감독실에서 민감한 질문은 애당초 어렵다. 기자들은 타격부진의 책임도 존슨에게 있다는 식으로 몰아 붙였다. 존슨도 이 부문은 인정했다. 당일 날 엑스타인의 해고로 존슨 감독이 그만둬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표정이 일그러진 존슨은 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틀 후 지역 라디오토크쇼에서 한 팬이 똑같은 질문을 했다. 그러자 존슨은 “죽기 전에는 그만 둘 생각이 없다(I may slit my wrists, But I’m not quitting)”며 2014시즌을 마치겠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에게 전반기 마치고 코칭스태프 교체 때 이런 질문을 했다면 어떤 답이 돌아왔을까 궁금하다.

존슨 감독에게 이런 예민한 질문들이 나온 이유는 워싱턴은 지난해 지구우승을 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워낙 마운드가 좋아 시즌 전 지구우승은 거의 낙관적이었다. 하지만 타선불발로 선두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게임 차가 벌어지고 있고, 필라델피아 필스에게마저 밀려 3위로 처졌다. 워싱턴은 지난해 1933년 워싱턴 세네터스 이후 79년 만에 처음으로 지구우승을 차지했다. 우연치않게 감독직을 맡은 존슨은 올해의 감독상마저 수상하며 인생말년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하지만 1년도 채 안돼 타선의 침묵으로 곤욕을 겪고 있는 것이다.

올해 한화 이글스 야구를 보면서 느낀 점은 “이건 아니다”였다. 김 감독은 무슨 심산으로 야구계에 복귀했는지 도무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야구계 원로로서 복귀했으면 성적을 떠나 후배들에게 무언가를 남겨 줘야 한다. 선수단 장악력은 여전하지만 경기운영은 시대의 흐름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투수로테이션, 불펜운용, 선수기용 등은 1990년대 초반으로 시계를 돌려 놓았다. 실책을 범하는 선수들의 교체도 너무 즉흥적이다. 해태 시절에는 괜찮아도 할아버지 뻘의 감독으로서는 할 게 아니다. 나이가 들면 인내심이 있어야 하는데 더 팔팔하다. 전반기를 마치고 리빌딩을 선언한 것도 우습다. 구단도 리빌딩에 동조했는지 모르겠다. 김 감독은 리빌딩 지도자가 아니다. 4강 청부사로 영입했다.

또 하나 야구규정에는 모든 어필은 감독이 하게 돼 있다. 하지만 한화는 김성한 수석코치가 어필을 하고 있다. 이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영’을 무시하는 처사다. 김 감독이 한국시리즈를 10차례 우승한 대한민국 최고의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지만 KBO보다 위를 점할 수는 없다. 자신의 스타일이라면 애초에 야구계 복귀를 신중히 생각했어야 했다. 사실 김 감독은 국내 프로야구를 긍정적인 환경으로 바꿀 수있는 위치에 있었다. 투수교체 때 메이저리그처럼 감독이 마운드에 오르는 것도 김 감독이 솔선수범했으면 지금쯤 일반화돼 있었을 것이다. 이는 돈내고 관전하는 팬들에 대한 예우이자 최소한의 서비스다. 현재 김 감독은 카메라를 의식해 덕아웃 뒤켠에 앉아 있다. 감독이 방관자처럼 경기를 지휘하고 있다. 이래서는 안된다. 원로로서 할 일이 아니다.

김 감독이 일궈낸 한국시리즈 10번 우승은 점차 빛이 바래고 있다. 한화 이글스의 올시즌 야구를 보면서 새삼 느끼는 것은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다”는 점이다. 전 SK 와이번스 김성근 감독은 감독이 야구를 하는 것이다고 강조하지만 여기에 동조할 야구인을 별로 없다. 시카고 불스 6차례, LA 레이커스 5차례 등 총 11번 NBA 우승을 거둔 필 잭슨은 마이클 조던, 스코티 피핀, 코비 브라이언트, 샤킬 오닐, 파우 가솔등 슈퍼스타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한화는 홈런으로 타점맨이 돼야 하는 김태균이 엉뚱한 타율에 신경을 쓰고 있으니 좋은 성적이 날 리가 없다.



LA 문상열 스포츠 칼럼니스트 sports@xportsnews.com

[사진=김응용 한화 감독 ⓒ 엑스포츠뉴스DB]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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