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여름엔 물살을 가르고, 겨울엔 설원을 누비는 꿈 많은 장애인 스포츠 스타 김윤지(BDH파라스)에게 한계는 없었다.
생애 처음으로 패럴림픽에 출전한 열아홉의 강철 소녀는 자신의 두 번째 경기에서 '금빛 질주'를 펼치며 한국 여자 선수 사상 첫 동계 패럴림픽 개인전 금메달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김윤지는 8일(한국시간) 테세로 크로스컨트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 바이애슬론 여자 스프린트 좌식 12.5㎞에서 38분00초1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동계 패럴림픽 역사상 한국 여자 선수가 개인 종목에서 획득한 사상 첫 번째 금메달이자 우리나라의 역대 원정 동계 패럴림픽 첫 금메달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를 마친 뒤 만난 김윤지는 "저도 진짜 제가 딸 줄은 몰랐다"며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솔직하게 말하면 제가 이번 경기를 준비하면서 정말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열심히 훈련했지만 그게 꼭 금메달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다"며 "이렇게 예상치 못하게 금메달을 따게 돼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특히 한국 여성 최초의 금메달이라 대한민국 체육계에도 큰 의미가 있는 기록인 것 같아 너무나 영광스럽다"고 웃어 보였다.
2006년생인 김윤지는 여름에는 수영, 겨울에는 노르딕스키 선수로 활약하는 보기 드문 '철인'이다.
선천적 이분척추증 척수수막류를 앓고 태어난 그는 세 살 때 재활 목적으로 수영을 시작하며 처음 물살을 가르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에 들어선 김윤지는 중학교 3학년이던 2020년, 노르딕스키에 입문했다.
설원 위에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고 스키를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한 지 2년 만인 2022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미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동·하계를 통틀어 최우수선수(MVP)를 세 차례나 거머쥐며 국내 무대를 평정했던 김윤지에게 한국은 좁았다.
패럴림픽을 앞두고도 월드컵 무대에서 금메달을 휩쓸며 예열을 마쳤던 그는 마침내 세계 최고의 무대 가장 높은 곳에서 애국가를 울리며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강렬하게 각인시켰다.
김윤지는 경기 후반부에 "'이제 어느 정도 메달권이구나'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사격 한 발의 실수가 워낙 크기 때문에 끝까지 집중하려 했다"며 "코스에서 기록을 재는 분들의 소리를 듣고 '모르겠다, 그냥 끝까지 가보자'라는 마음으로 달렸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경기 시작 전 관중석의 태극기를 보니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우리 한국도 잘할 수 있는 나라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더 힘을 냈다"고 말했다.
독보적인 실력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것은 밝고 사랑스러운 성격이다.
국제 대회마다 특유의 밝은 미소로 경기에 임해 외국 선수들과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스마일리'(Smiley)라는 별칭으로 통한다.
이러한 낙천적인 성격은 곧 흔들리지 않는 실력이 됐다. 전날 첫 경기 사격에서 5발 중 4발을 놓치는 실수를 했던 김윤지는 절대 낙담하지 않았다.
패럴림픽 두 번째 경기 만에 당당히 시상대 맨 위를 차지하며 전날의 아쉬움을 완벽히 털어냈다.
기록 면에서도 압도적이었다. 김윤지는 2위 아냐 비커(독일)를 12초8 차로 따돌렸고, 3위 켄달 그레치(미국)와는 36초 차를 기록했다.
특히 패럴림픽에서만 총 20개(금 10·은 7·동 3)의 메달을 수확한 '살아있는 전설' 옥사나 마스터스(미국)조차 김윤지보다 47초8 뒤진 4위에 머물렀다.
김윤지는 "저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해서 많이 즐기려고 하고 있다"며 "저는 어제 경기도 즐겼고 오늘 경기도 즐겼다. 특히 어제는 다섯발 중 네발이 빗나가니 안 웃을 수가 없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첫 금메달로 기세를 올린 김윤지의 시선은 이제 다관왕으로 향한다.
이번 대회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 스키 전 종목에 출전하는 김윤지는 오는 10일 크로스컨트리 경기를 시작으로 남은 4개 종목에서 추가 메달 사냥에 나선다.
김윤지는 "바이애슬론보다 크로스컨트리가 조금 더 자신이 있어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며 "장담은 못 하지만, 다관왕을 할 수 있도록 컨디션 조절을 잘해보겠다"고 씩 웃어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