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희은 기자) “언젠가는 다시 기회가 온다고 생각한다. 잘해나갈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롤드컵 결승전이 끝난 뒤 ‘비디디’ 곽보성은 긴 숨을 들이켰다. 청두 동안호 스포츠공원에서 열린 2025 롤드컵 결승전은 KT에게 아쉬운 결과였지만, 팀이 쌓아온 여정과 경험은 흔들리지 않는 의미를 남겼다. 결국 T1이 우승컵을 들었지만, KT는 3번 시드라는 출발점에서 결승까지 올라오며 저력을 증명했다.
이어 KT 선수들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롤드컵을 되돌아보며 각자 얻은 배움과 아쉬움을 정리했다. 특히 기복이 있었던 LCK 시즌과 달리 국제 무대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선수들에게 분명한 성장을 남겼다.
무엇보다 ‘비디디’는 올해 치른 롤드컵에서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을 좋게 마무리해야 팀적으로 얻는 수확이 있을 텐데 수확은 딱히 없는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는 항상 높은 곳도 못 올라가고 마무리가 아쉬워서, 지내온 과정들이 별로라고 느껴졌는데 이번 롤드컵을 진행하면서 과정이 중요하구나 느꼈다”고 털어놨다.
한편 고동빈 감독은 5세트 밴픽에서 ‘페이커’의 갈리오를 열어준 선택에 대해 “여러 상황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제일 괜찮다고 판단한 조합이었다”며 “상대가 돌진 조합을 준비할 걸 알았지만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탑 요릭 선택에 대해서도 “5세트까지 갔을 때 선픽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상황에서 요릭이 괜찮다고 판단했지만 아쉽게 잘 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커즈’는 되돌아가고 싶은 장면으로 1세트의 3용 싸움을 떠올렸다. 그는 “평소 준비했던 구도로 한타를 다시 잘해서 이겼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어 결승전을 준비하던 심경에 대해 “최대한 즐기려고 했고, 올라오는 과정에서 유지해온 마음가짐을 계속 가져가려 했다”며 “한 세트 한 세트가 너무 소중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피터’는 이번 대회에서 얻은 성장 포인트를 구체적으로 되돌아봤다. 그는 “높은 무대까지 올라오면서 경험 많은 선수들과 경기를 치르며 배운 점이 많았다”며 “경기 직후에는 어떻게 했으면 이겼을까, 어떤 부분을 잘했으면 이겼을까 생각이 계속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2군에서 출발해 롤드컵 결승까지 올라온 여정에 대해선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는 걸 크게 느꼈다”며 “조금이라도 못하면 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또한 ‘덕담’은 한 시즌을 돌아보며 “마지막이 너무 아쉬워서 제가 우승하기엔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올해를 보내며 포지션 이해도와 라인전 이해도가 많이 올랐다”고 소감을 남겼다. ‘퍼펙트’ 역시 “다양한 선수들을 만나며 움직임과 생각을 흡수하려 했다”며 “오늘은 겉핥기처럼 느껴져서 아쉽지만, 어떻게 흡수해야 하는지 깨달았고 내년엔 제 것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커즈’는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결승까지 오는 과정에서 배운 만큼 더 성장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비디디’는 “또 이렇게 잘하다 마무리를 지게 돼 죄송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응원해줘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고동빈 감독은 올 시즌을 함께한 선수들에게 “많이 힘들었을 텐데 여기까지 온 것은 모두가 엄청난 노력을 했기 때문”이라며 “오늘은 아쉬움보다 한 해 동안 고생했고 잘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결승 무대를 마친 선수들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스쳤지만, 그 너머로 다시 시작을 준비하는 팀의 단단한 결심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사진 = 라이엇 게임즈
유희은 기자 yooheeki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