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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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웅에게 이런 면이"...박진만 놀라게 한 '유망주'의 한마디 [오키나와 인터뷰]

기사입력 2024.03.04 06:50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김영웅. 오키나와(일본), 최원영 기자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김영웅. 오키나와(일본),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오키나와(일본), 최원영 기자) 적극적인 모습이 반갑다.

"김영웅에게 이런 면도 있구나 싶었죠."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김영웅과 대화하다 깜짝 놀랐다. 조용하고 소심한 줄만 알았던 김영웅이 당당하게 자신의 야구관을 밝혔기 때문. 박 감독은 "당차게 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무척 긍정적으로 봤다"며 미소 지었다.

물금고 출신인 김영웅은 2022년 2차 1라운드 3순위로 삼성에 입단했다. 데뷔 시즌 양쪽 발목 부상 등으로 1군에서 13경기 출장에 그쳤다. 지난해엔 55경기서 타율 0.187(91타수 17안타) 2홈런 12타점을 기록했다. 수비에선 3루수로 215⅓이닝, 유격수로 36이닝, 2루수로 9이닝을 소화했다.

올해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1일 캠프 첫날, 박 감독이 타격 훈련 중인 김영웅에게 다가갔다. 방망이 쥐는 방법을 바꿔보자고 제안했다. 본래 김영웅은 손가락 두 개 정도를 걸고, 방망이를 가장 길게 잡는 편이었다. 박 감독은 배트 끝에서 손가락 두 마디 정도를 남긴 채 방망이를 짧게 잡아 보자고 했다. 손가락은 걸지 말라고 덧붙였다. 당시 박 감독은 "경기에 나서려면 타율도 중요하지만 출루율도 신경 써야 한다. 출루율이 최소 0.250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때, 김영웅이 입을 열었다. "감독님, 제가 비시즌 준비해 온 게 있습니다. 계속 손가락을 건 채 방망이를 잡았고, 거기에 맞게 스윙도 맞춰놓았습니다. 방망이 길게 잡고 타격하고 싶어 몸을 키우는 등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한 번만 믿어주십시오"라고 했다. 결국 박 감독의 승낙을 받아냈다. 박 감독은 "그래, 네 메커니즘대로 해보자"고 고개를 끄덕였다.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 삼성 라이온즈 제공


김영웅은 "프로 1~2년 차 때 코치님들의 말씀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전부 다 받아들이려 했다. 그러다 스스로 복잡해졌다"며 "올해는 코치님들의 피드백을 새겨들은 뒤 알맞게 잘 적용해 보려 한다. 물론 코치님들의 말씀이 틀렸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솔직히 소심한 성격이라 감독님께 그렇게 말씀드리는 게 어려웠다. 그래도 올 시즌 주전이 되는 게 목표이니 결과가 어떻든 내가 원하는 대로 자신 있게 해보고 싶었다"며 "실패해도 후회 없이 부족한 점을 찾을 수 있을 듯했다. 내 야구를 정립하는 시간인 것 같다. 흔쾌히 허락해 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캠프 기간 사령탑에게 합격점을 받았다. 박 감독은 기존 주전 유격수 이재현의 대체자원 1순위로 김영웅을 생각 중이다. 이재현은 지난해 10월 말 왼쪽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받은 뒤 재활하고 있다. 박 감독은 캠프 연습경기에 김영웅을 꾸준히 유격수로 출전시키며 경험을 쌓게 했다. 김영웅은 "유격수 포지션이 어렵긴 하다. 난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그래도 이제 경기 도중 긴장감은 사라진 것 같다"고 밝혔다.

차근차근 수비 실력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김영웅은 "원래 공을 잡은 뒤 무조건 투 스텝을 밟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원 스텝은 안 해봤다. 원 스텝을 밟으려 하면 불편하고 송구도 이상해졌다"며 "비시즌 계속해서 원 스텝을 연습했다. 빠른 투 스텝도 잘 못했는데 꾸준히 노력한 덕에 이제 편하다. 모두 유격수를 하려면 꼭 필요한 동작들이다"고 강조했다.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김영웅.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김영웅. 삼성 라이온즈 제공


실전 경기를 소화하며 느낀 점이 있다. 김영웅은 "수비는 무척 잘 되는 듯했다. 하지만 타격이 너무 아쉬웠다"며 "방에서 계속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등 애썼다. 그럼에도 야구는 참 어려운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재현이 복귀하면 유격수 포지션을 놓고 경쟁하거나 3루 등으로 자리를 옮길 수도 있다. 김영웅은 "(이)재현이는 야구를 정말 잘한다. 재현이를 보고 배우는 것도 많을 것이다. 좋을 듯하다"고 덤덤히 말했다.

올해 목표는 다소 특이했다. '깔끔하게 인정하기'다. 김영웅은 "캠프 중 심적으로 힘들 때 팀 선배 (김)성윤이 형을 찾아갔다. 항상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며 "덕분에 캠프 내내 경기 중 수비에서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형의 조언 덕분이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어 "형이 인정할 건 깔끔하게 인정하는 게 좋다고 했다. 한 타석에서 못한 것에 계속 얽매여 있으면 다음 타석, 다음 날에도 영향이 있다고 했다. 형이 그런 점들을 많이 느꼈다고 하더라"며 "그래서 그냥 '투수가 잘 던졌다'라고 여기며 깔끔히 인정하려 한다. 형은 내 정신적 지주라 형과 같이 있으면 정말 편하다. 쓴소리도 하지만 내겐 큰 도움이 된다"고 미소 지었다.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김영웅.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김영웅.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사진=​​​​​오키나와(일본), 최원영 기자 / 삼성 라이온즈​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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