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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도쿠라와 가코, 그 엇갈린 운명의 결말은

기사입력 2011.06.15 10:58 / 기사수정 2011.06.15 10:58

김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삼성 외국인 타자 라이언 가코가 결국 2군으로 내려갔다. 올 시즌 58경기 출장 타율 0.248 1홈런 28타점. 오래 기다렸다. 류중일 감독은 '나믿가믿'이라는 희대의 유행어를 만들며 전폭적인 신뢰를 보였지만 결국 2군으로 내렸다. 류 감독은 퇴출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지만 외국인 타자 없이 토종 타자만으로 시즌 운영을 할 계획을 넌지시 밝혔다는 점에서 가코는 이미 돌아서지 못할 강을 건넜다고 보는 게 맞다. 그 사이 카도쿠라는 차우찬과 함께 원투펀치를 형성하며 올 시즌 최고 외국인 투수자리를 넘보고 있는 수준의 투구를 펼치고 있다. 반전이 아닐 수 없다.

▲ 금이야 옥이야

선동열 전 감독의 경질 원인은 결국 한국시리즈서 SK에 맥없이 4연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이는 타력의 해결 능력 부재의 심각성을 일깨워줬고 선 전 감독은 2008년 크루즈 이후 3년만에 외국인 타자 라이언 가코를 영입하는 데 앞장섰다. 당연히 기대가 컸다. 외국인 타자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사령탑이었으나 공격력 강화의 필요성을 절감해 스카우트 팀에 타자 영입을 부탁해 인연을 맺은 이가 가코다.

메이저리그 시절 추신수의 동료이기도 한 그는 동료 친화적인 성격과 유인구에 속지 않는 선구안으로 삼성의 중심 타선을 살찌워줄 적임자로 기대가 컸다. 삼성은 대 놓고 말을 하지 않았지만 류중일 감독으로 사령탑을 교체하며 공격 야구를 부르짖은 건 결국 가코가 '우승 청부사' 역할을 해줄 것으로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 누구도 가코의 국내 적응 실패를 생각하지 않았다. 회심의 한 수였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큰 타구를 날릴 수 없는 팔이 처지는 타격 동작과 느린 스윙 스피드는 정확성마저 떨어트렸으며 심지어 발이 느려 수비를 지명타자나 1루로 고정할 수밖에 없어 삼성에 넘치는 1루 요원을 옳게 활용하지 못했다.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 침체를 겪었던 삼성은 가코가 구세주가 돼주길 바랐으나 팀 타선 분위기 쇄신 반전은 고사하고 본인 앞가림하기에 급급했다. 귀하신 몸은 어느새 계륵이 돼버리고 말았다.회심의 한 수가 아니라 낙심의 한 수가 되는 분위기다.



▲ 시작은 미약했지만…

반면 카도쿠라의 입단은 가코의 그것과는 천지차이였다. 가코가 삼성의 온갖 정성 속에 모셔온 '진주'라면, 카도쿠라는 사실 '뀡 대신 닭'의 성격도 포함돼 있었다. 삼성은 이미 작년 12월 과거 한신에서 뛰었던 일본인 가네무라 사토루를 영입하려 했고 실제 확정발표까지 났다. 하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판단 속에 방향을 카도쿠라로 급선회했다.

그러나 SK 퇴단 과정 속에서 무릎 상태를 두고 설왕설래했던 만큼 삼성은 근본적으로 카도쿠라를 걱정반 기대반으로 바라봤다. 주니치 시절 함께했던 오치아이 코치만 믿을 뿐이었다. 삼성 스카우터가 적극적으로 영입작전을 했더라면 일찌감치 미국에서 투수를 선발할 수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카도쿠라는 가네무라의 대타 성격이 강했고, 사실 실제 삼성이 올 시즌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선 결국 카도쿠라보다 가코의 활약이 필요하다고 지목될 정도라서 투수 영입에는 그리 많은 시간을 쏟아붓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두 외국인 선수의 엇갈린 영입전이나 삼성의 팀 사정을 감안했을 때 카도쿠라의 영입은 분명 기대치 않았던 한 수였다.

하지만, 이게 웬걸. 카도쿠라는 11경기에 나와 5승 3패 평균자책점 2.28로 짠물 투구를 과시하고 있다. 38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평균 6.09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11경기 중 퀄러티 스타트는 7차례이고 그 중 4차례가 7이닝 3자책점 이하 경기였다. 삼성 마운드의 복덩이 정도가 아니라 올 시즌 어느 팀 외국인 투수와 비교하더라도 손색이 없는 최고 활약이다. 가코와는 정반대의 행보.진정한 '신의 한 수' 였다.  

▲ 반전 극장의 결말은

이렇듯 시즌 초반 둘의 입지는 사뭇 달랐다. 실제로 시즌 초반 두 선수가 동반 부진하자 가코에게는 적응의 시간을 줬다. 수 많은 생소한 국내 투수에 적응 해야 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 이윽고 2개월이 넘게 지난 현재, 가코는 끝내 류 감독의 마음에서 벗어난 걸로 보인다. 홈런 1개뿐인 장타력 없는 외국인 타자를 그간 오래 지켜 봐왔다. 반면 카도쿠라의 경우 첫 두 경기서 부진했을 뿐 이후 6차례 연속 퀄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제 궤도에 올라 실력을 발휘했다. 우려했던 무릎 상태는 정상이었고 투구 동작서 공을 놓는 힘은 심지어 더 좋아졌을 정도다.

금이야 옥이야 모셔온 타자는 2군에 머물다가 고국행 짐을 싸야 할지도 모르는 판이고 긴가 민가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던 투수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량을 폭발했다. 삼성은 보강이 시급한 타선에서 가코의 맹타를 바랐으나 정작 얻은 건 강할 줄 알았던 선발진의 완충역할을 할 또 한 명의 투수였다. 삼성 두 외국인 선수의 운명. 아직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전투력을 발휘한 노익장의 힘이 전폭적인 지원 속 적응 실패로 돌아서야 할 위기에 놓인 젊은이의 패기와 선명하게 대조되고 있다. 그 사이 토종 선수가 주축이 된 타선은 되려 힘을 내고 있다. 이런 걸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할까.

[사진=카도쿠라 가코 ⓒ 엑스포츠뉴스 DB]
 



김준영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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