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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구·최희서, 9년 만 재회 "돈 없어 5일 공연했는데…" (나무 위의 군대)[종합]

기사입력 2023.06.27 16:34 / 기사수정 2023.06.27 17:36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연극 ‘나무 위의 군대’가 참혹한 역사 속 실화를 바탕으로 전쟁의 무익함을 전하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진중한 물음을 던진다. 배우 손석구와 최희서가 9년 만에 함께 연극에 올라 주목받고 있다.

8월 12일까지 LG 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하는 연극 ‘나무 위의 군대’는 태평양 전쟁의 막바지, 오키나와에서 일본의 패전도 모른 채 1947년 3월까지 약 2년 동안 가쥬마루 나무 위에 숨어서 살아남은 두 병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상관(김용준, 이도엽 분)과 신병(손석구)은 적군의 야영지를 살피고 밤에는 몰래 나무 위에서 내려와 식량을 구하는 생활을 시작한다. 대의명분이 중요한 상관과 그저 소중한 삶의 터전인 섬을 지키고 싶을 뿐인 신병은 계속해서 대립한다.

일본 작가 故 이노우에 히사시의 원안을 극작가 호라이 류타와 연출가 쿠리야마 타미야가 합작해 완성했다. 2013년 도쿄 분카무라 시어터 코쿤에서 초연했다.



민새롬 연출은 “27일 서울 강서구 LG 아트센터 서울에서 진행한 연극 ‘나무 위의 군대’ 기자간담회에서
"기가 막힌 캐스팅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상관 역의 이도엽과 김용준에 대해 "이도엽은 상관의 믿음이 무너져내리는 과정이 여리고 섬세하게 보여 인상적이었다. 이도엽이 유리잔 같았다면 같은 상관 역의 김용준은 커다란 뚝배기가 깨지는 느낌이다. 관객에게 공감되는 정서의 결이 달라서 흥미롭다"라고 짚었다.

이어 "신병은 섬을 나라라고 생각하고 상관은 전쟁의 명분을 자기 나라라고 생각한다. 손석구 배우는 내 삶 전체를 휘감은 사람에 대한 배신감과 추락이 얼마나 큰지 보여줘야 하는데 통증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여자 역은 우리가 왜 이 이야기를 봐야 하고 고통스러운 풍경을 말해야 하는지 주제를 탑재한 인물이다. 최희서 배우는 주제 해석력이 굉장히 뛰어난 배우다. 연출보다 혜안과 통찰력이 있었다"라고 칭찬했다.



박용호 프로듀서는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말했다. 관객들의 몫, 생각에 맡겨야겠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박 프로듀서는 "다만 연극은 하루하루 살아있는 극이다. 관객과 배우가 하나가 돼 웃고 울고 즐기면서 이 작품을 편안하게 감상했으면 한다. 사전 제작 회의부터 오프닝까지 장장 4개월 동안 동고동락했다. 연출님, 배우, 스태프분들과 전폭적인 지지를 해준 LG 아트센터, 달컴퍼니 덕분에 좋은 작품이 나왔다"라고 소개했다.

손석구는 오키나와 출신의 전쟁을 처음 겪는 신병 역을 맡았다.

손석구는 자이툰 부대 출신이라는 점이 영향을 끼쳤다는 질문에 "도움이 된 건 없다. 사실 자이툰 부대에 갔고 여기도 전시 상황인 지역이지만 시대도 다르고 배경도 다르다. 신병 역할은 군인의 옷을 입고 있지만 군인의 마인드나 정신이 탑재가 안 돼 있는 순수한 청년에 가깝다. 제 개인적인 군대 경험이 들어올 자리는 많이 없었다"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손석구는 "처음에 드라마 '지정생존자'를 할 때 민정 수석 역으로 나온 (이)도엽이 형과 친해졌다. 당시 하던 연극을 친구들과 보러 가고 했다. 배우들은 다 그렇듯 나도 저런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4, 5년 전에 연극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이어 "그 전부터 시도는 계속했는데 여러 이유로 안 되다가 도엽이 형이 박용호 대표님을 소개해줬다. 대표님이 대본을 많이 보여주셨고 2인극을 해보자 했다. 개인적으로는 '나무 위의 군대'가 우리나라 관객이 볼 때 괜찮지 않나 했다"며 '나무 위의 군대'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손석구는 "연습을 처음에 할 때 다르게 할까 하다가 그런 생각을 잘 안 한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수단일 뿐이다. 영화 '범죄도시2'와 연극 '나무 위의 군대'와 뭐가 다르냐고 한다면 이야기가 다른 것이다. 영화와 연극이 다른 게 첫 번째라고 생각하지는 않다. 편집이 없지만 똑같다. 다른 게 없다"며 영화, 드라마와 무대 연기와 차이가 없다고 전했다.



그는 "원래는 매체를 시작할 생각이 아예 없었다. 서른 초반 정도 때 마지막으로 연극을 했는데 다시 연극을 하면서는 내가 하는 연기 스타일이 연극으로 다시 왔을 때 되는지 보고 싶었다. 만약 연극을 위해 연기 스타일을 바꾼다면 내가 연극을 하는 목적 중 하나를 배신하는 거여서 똑같이 했다"고 말했다.

또 "무대는 관객이 있다고 하지만 촬영장에서도 감독님들이 반응하는 게 비슷하다. 다 똑같다. 어떻게 다른지 많은 질문을 받지만 모르겠다. 뭐가 다른지, 달라야 하는지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야기를 재밌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초반 때 조금 다른 거라면 신병 캐릭터가 너무 내가 이때까지 해온 역할과 다르다. 정서적으로 맑고 연령적으로도 순수한 사람이라서 괴리가 컸다. 나처럼 때묻은 사람이 순수한 사람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 매체가 달라져서 오는 고민은 많이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최희서는 상관과 신병의 곁에서 아무도 들을 수 없던 이야기를 해주는 신비로운 존재 여자 역을 연기한다. 

최희서는 "여자는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아우르면서 중간에 이야기의 흐름을 알려주고 신병과 상관의 상태를 알려주는 해설자인데 해설자 이상으로 나무의 혼령 역할을 하고 있어서 내레이션도 내레이션이지만 어떻게 무대에 서 있느냐가 걱정이었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표정이나 몸짓으로 전달하기 보다는 내가 왜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섬을 지키고 싶은 청년과 자신의 체면과 본분을 지키려는 상관이 2년간 나무에서 보냈던 이야기를 왜 내가 해야 하는지 생각하면서 접근했다. 그 외에 움직임이나 제스처를 활용했는데 나무의 혼령이다 보니 초인간적인 형태로 어떻게 이야기 끌어갈지 연구했다"라고 설명했다.

최희서와 손석구는 남다른 인연이 있다. 2014년 연극 ‘사랑이 불탄다’에서 손석구는 미술 감독과 남자 주인공을, 최희서는 제작 연출과 여주인공을 맡아 호흡했다. 이어 9년 만에 무대에서 협연한다.

최희서는 "(손석구와의) 만남은 우연은 아니다. 9년 전에 대학로 바깥 외곽에 있는 소극장에서 한 작품을 했는데 연극을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각자 100만 원씩 통장에서 꺼내 대관료를 내서 5일 정도만 공연했다. 돈도 없었다. 하지만 열심히 재밌게 했다"라며 회상했다.



이어 "둘 다 각자의 길로 바빠지면서 가끔 연극을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손석구 배우가 '나무 위의 군대'를 하게 되면서 여자 역할이 하나 있다며 연락을 줬다. 나도 대본을 읽었는데 재밌고 의 있다고 생각해 이번에도 함께하게 됐다"라며 재회한 계기를 들려줬다.

그는 "그때는 불과 50석 정도 있는 소극장에서 했는데 9년 만에 LG아트센터라는 어마어마한 좋은 공연장에서 훌륭한 스태프, 배우분과 함께 하게 됐다. 매번 감사하는 마음으로 연습에 오게 됐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공연을 올리고 하는 중"이라며 감회를 드러냈다.

이도엽과 김용준은 전쟁 경험이 풍부한 본토 출신의 상관을 연기한다.

상관이 나무 위에서 내려가지 못한 이유는 뭘까. 김용준은 "4개월 고민했는데 정말 어렵더라"고 고백했다.

그는 "간단하게는 신병에게 거짓말 한 거다. 밖에 나가면 큰일난다고, 잠복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거짓말한 거다. 사실 도망와서 숨었다. 국가에서는 나라를 위해 끝까지 싸우다 장렬히 죽으라고 하지만 죽기 싫어 나무에 숨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촌사람에게 우리는 여기에서 잠복 작전을 수행한다고 속여 2년 동안 나무 위에 있다는 가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쟁이 끝났는데 왜 안 내려오냐'라는 편지를 받았는데 이 편지를 의심하는 상황에서 내려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가 관건이었다. 내려오는 순간 상관과 신병, 전쟁과 개인, 넓게 이야기하면 국가와 국민이 다 깨지는 거다. 더이상 상관이 아니고 우리 관계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힘들었던 것 같다. 국가와 국민이라는 관계가 누가 누굴 보호하는 관계가 아닐 때 내려오는 것이고 누가 상관이고 신병인지, 도망친 자가 누구인지 잠복 작전을 펴는 사람이 누구인지 의미없게 될 때 내려올 수 있지 않나 한다"고 설명했다.

이도엽은 "처음에 (손)석구와 만나 작품을 얘기할 때 공황이 오기 시작했다. 작품을 해야 하는데 혼자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석구는 나 혼자 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일주일 내내 한다는 건 심정적으로 불안하더라. 좋은 배우와 나눠서 하면 괜찮을 것 같다고 양해해 달라고 했고 석구와 프로덕션이 다행히 받아들여줬다"라며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이도엽은 "지금은 괜찮다"라면서 "석구가 너무 달라서 힘들다고 하더라. 그러다 김용준 형님 맛을 보고 내 버전도 맛을 본 뒤 '이게 연극이구나, 즐기겠다'라고 하더라. 참 대단한 친구다. 잘 즐기는 것 같다"라며 추켜세웠다.

사진= 박지영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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