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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결산①] '라이벌' 표현이 민망한 수준, 넘볼 수조차 없던 日 '높은 벽'

기사입력 2023.03.14 13:00

박윤서 기자


(엑스포츠뉴스 도쿄(일본), 박윤서 기자) 너무 멀어졌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벌어진 격차는 극명했다. 한국 야구는 치욕의 날을 피할 수 없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1라운드 B조에서 최후의 승자는 일본과 호주였다. 일본은 4전 전승으로 조 1위를 차지했고 호주는 3승 1패를 기록하며 2위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반면 한국은 2승 2패에 머무르며 8강행 티켓을 따내지 못했다. 2013년, 2017년에 이어 WBC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 수모를 당했다.

2패 모두 충격적인 패배였다. 한국은 총력전을 선언했던 본선 첫 경기 호주전에서 접전 끝에 7-8 석패를 당했고 한일전에서는 투타 양면에서 현저히 밀리며 4-13으로 무너졌다.

한국이 또다시 일본을 넘지 못했다. 프로 선수들끼리 격돌한 한일전에서 6연패 수렁에 빠졌다.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에서 7-8로 졌고 결승전에서도 0-7로 무너졌다. 2년 뒤 2019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에서 8-10, 결승전에서는 3-5로 패했다. 2년 전에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도 한국은 아픔을 털어내지 못했다. 준결승전에서 2-5 패배를 겪었다. 

한일전 마지막 승리는 무려 8년 전이다. 2015 프리미어12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0-3으로 끌려가다 9회 4점을 뽑으며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결승에서 미국마저 8-0으로 꺾으며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한일전은 '숙명의 라이벌' 칭호가 붙을 만큼 자존심이 걸린 한 판 승부다. 그러나 경쟁 상대로 볼 수 없을 만큼 양 팀의 전력 차이가 뚜렷하다. 투타 양면에서 수준 차이를 실감했고, 결국 한국은 WBC에서 콜드 게임 패배 위기에 처하는 도쿄돔 참사를 겪었다.

이번 대회에서 남긴 가장 큰 과제는 마운드다. 최정예 멤버로 구성했지만, 몇몇 투수들이 컨디션 난조를 겪으며 전혀 제 몫을 해내지 못했다. 특히 기대를 모았던 영건들이 동반 부진에 빠지며 전반적인 마운드 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한국은 특정 투수들에게 의존하는 마운드 편중 현상을 보였다. 이로 인해 혹사 문제까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반면 일본은 선발과 불펜 모두 견고함을 과시하며 4경기에서 8점만을 허용했다. 비록 한국전에서 다르빗슈 유가 3이닝 3실점에 머물렀지만 오타니 쇼헤이(중국전 4이닝 무실점), 사사키 로키(체코전 3⅔이닝 1실점), 야마모토 요시노부(호주전 4이닝 무실점)로 이어지는 강력한 선발진이 비자책 행진을 펼쳤다. '차세대 괴물' 사사키는 직구 최고 구속 164km/h를 찍으며 일본 홈팬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타선도 빈틈은 없었다. '메이저리그 트리오' 오타니, 라스 눗바, 요시다 마사타카 번갈아 상대 마운드를 폭격했고 곤도 겐스케는 강한 2번타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옆구리 부상으로 명단에서 낙마한 스즈키 세이야가 없었음에도 공백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4번타자 무라카미 무네카타의 지속적인 부진도 그닥 체감할 수 없었다.

한일전이 선사하는 의미는 어떠한 경기와도 비교할 수 없다. 기필코 이겨야 할 사명감이 있고, 명분도 충분하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참혹한 민낯을 드러낸 한국은 일본이라는 높은 벽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라이벌이라는 표현이 민망할 정도다. 한, 두 발짝이 아닌 저 멀리 앞서가는 일본 야구는 차원이 달랐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박윤서 기자 okayby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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