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4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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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 순서는 성공과 관계없다" 초보 스카우트 김용의가 신인들에 전한 메시지 [엑:스토리]

기사입력 2022.09.21 10:30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김용의 LG 트윈스 스카우트는 선수 시절 자신을 '떠돌이'였다고 평가했다. 한 포지션에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1루, 2루, 3루는 물론 외야 글러브까지 껴야 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프로 입단 후 1군에서 10년 이상 버티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용의는 분명 팀 내에서 활용 가치가 높은 선수였다. 통산 980경기 타율 0.260 463안타 9홈런 165타점 322득점 106도루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폄훼될 기록 역시 아니다. 

무엇보다 프로 의식, 성실성은 팀 내 최고의 선수 중 한명이었다는 데 이견을 다는 이가 없다. 늘 묵묵히 팀을 위해 헌신하고 최선을 다했고 지난해를 끝으로 현역 은퇴 후 구단의 지원 속에 LG 프런트 스카우트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다.

수도권 집중호우로 대통령배 고교야구 일정이 수차례 연기됐던 지난 8월 만난 김용의는 "올해 대학, 고교팀에서 1000명이 넘는 선수들을 보면서 야구를 보는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며 "LG의 미래를 위해 좋은 선수를 데려와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 초보 스카우트의 파란만장했던 1년

지난 1월 스카우트로 첫 출근 이후 가장 먼저 적응해야 했던 건 '홀로서기'였다. 선수 때는 구단 버스로 단체로 움직이기 때문에 어느 곳을 가더라도 이동 중 잠시 눈을 붙이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었지만 스카우트는 달랐다. 부산, 울산, 순천, 강원도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쉴 새 없이 혼자 돌아다녔다.

노트북, 수첩, 스피드건 정도가 스카우트 업무 물품의 전부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대형 파라솔, 멀티탭, 스피드건, 소형 난로부터 제빙기, 선풍기까지 추위와 더위에서 생존을 위해 차에 싣고 다녀야 할 짐이 한가득이었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원석을 찾아 부지런히 밤새 엑셀을 밟았다.

아마추어 선수들을 관찰하는 스카우트 업무 자체는 흥미롭게 느껴졌다. 야구를 보는 시야도 넓어졌고 많은 선수들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레 공부가 됐다. 

김용의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선수가 있는 반면 한 달 사이 갑자기 기량이 떨어지는 친구들도 보였다. 1라운드 지명이 유력한 선수들은 눈에 띄지만 쉽게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며 "드래프트 참가 대상 선수들 리스트를 분류하고 1년 내내 면밀히 분석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지만 몰랐던 야구를 하나씩 배워가면서 힘들어도 즐거운 마음으로 일했다"고 돌아봤다.

■ 유틸리티로 버틴 11년의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

김용의는 스스럼없이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진짜 야구를 못했던 선수였다"고 얘기한다. 대학 졸업 후 내야수로 지명받았음에도 확실한 자기 포지션이 없었다. 외야수로 성공적인 포지션 변화를 이루기도 했지만 확고한 주전으로는 자리 잡지 못해 백업으로만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프로에서 쌓은 경험은 스카우트로 일하는데 훌륭한 자양분이 됐다. "1군에서 내외야를 가리지 않고 많은 경기를 뛴 게 이렇게 크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며 "외야에서 어떻게 타구를 판단하고 주자들은 어떻게 움직여야 하고 송구를 할 때 어떤 자세에서 정확하게 공을 던질 수 있는지 수없이 연습했기 때문에 어린 선수들의 플레이를 볼 때 파악이 잘 된다"고 말했다.

또 "처음에는 단순히 발이 빨라서 대주자로 많이 나갔지만 언젠가부터 투수들의 습관을 찾는 걸 즐겼다. 각 구단 투수들의 영상을 돌려보면서 나만의 영업비밀도 만들고 경기에서 활용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결국은 야구를 못해서 더 노력했던 부분이 지금은 너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웃으면서 설명했다.

■ 상위 지명 선수들은 성공한다? 문성주를 봐라!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은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도 뼈 있는 조언을 남겼다. 프로 유니폼을 입는 순간부터 지명 순서는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 이제 성인으로서 스스로 자신을 관리해야만 진정한 '프로'가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최근까지 선수 생활을 했기에 2022년의 KBO리그가 루키들에게 얼마나 녹록지 않다는 걸 알고 있기에 해줄 수 있는 말이었다. 

김용의는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중고교 시절에는 야구부 감독님과 코치님이 케어를 해주지만 프로는 그런 곳이 아니다. 앞으로 본인 스스로 모든 걸 해결해야 하고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느냐에 따라 그냥 잊히는 선수가 되느냐 누구나 인정하는 선수가 되느냐가 결정된다. 무한 경쟁 사회라는 걸 항상 생각해야 한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이어 "1라운드, 2라운드, 3라운드 지명은 입단 후에 큰 의미가 없다. 그 명백한 결과가 우리 팀 문성주다. 2차 10라운드 전체 97순위로 입단했지만 본인이 정말 부단히 노력했다. 지적받았던 단점들은 장점으로 상쇄시켰고 지금은 정말 잘해주고 있다"며 "부디 많은 선수들이 프로에 와서 어려움을 이겨내고 생존해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야구 선배로서의 마음을 전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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