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4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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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혁이 형 오면 또 뒷받침하겠다고? 바보 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기사입력 2021.05.24 17:58

김현세 기자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현세 기자] "걔는 내가 누구를 쓸 줄 알고…."

지난달 16일 잠실 LG 트윈스와 경기가 끝나고 김태형 감독은 선수단을 불러 모았다. 1군 주전 선수 중 정수빈(내복사근 손상), 박건우(햄스트링), 박세혁(안와골절)이 빠지면서 그중에는 그동안 백업으로 뛰어 왔던 선수들이 적지 않았다. 김 감독은 "너희는 백업이 아니다. 경기 뛰는 순간 너희가 주전이다. 누가 네 포지션 물으면 백업이라고 하겠느냐. 형들 돌아 오면 또 자리 빼앗길 테냐. 차지하라"고 했다.

주축 전력의 적지 않은 부상 이탈로 시즌 초부터 난항이 예상됐던 두산은 평가를 뒤집었다. 정수빈이 없는 동안 주전 외야수로 나서던 김인태는 수년 동안 대타 요원으로만 뛰어 오다가 자리를 꿰찼다. 포수 장승현은 박세혁이 복귀하면 주전 포수가 둘이 됐다고 평가받을 만큼 결과를 보여 줬다. 김 감독은 "지금은 인태가 주전"이라며 "요즘은 세혁이 몸 상태를 조급함에 확인하지 않아도 될 만큼 승현이가 잘해 주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장승현은 팀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이야기하는 주전 포수가 이탈해 있는데도 두산 마운드를 노련하게 이끌었다. 포수로서만 아니라 타석에서 결과로도 실력을 입증했다. 갑자기 바뀐 환경에 "신인으로 입단할 당시 몸무게 수준으로 살이 6kg이나 빠졌다"며 "그동안 세혁이 형을 보며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도 일찍 출근해 투수들과 경기 계획을 짜고 경기가 끝나면 힘들어서 가장 늦게 퇴근하게 되더라"고 했다. 

장승현은 22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서는 연장 10회 말 생애 첫 끝내기 안타를 치며 팀의 연패를 끊는 데 앞장섰다. 하지만 아직 "세혁이 형이 오면 다시 잘 뒷받침하겠다"며 "감독님께서 '주전 자리를 차지하라'고 해 주셔서 자극이 됐고, 계속 머릿속에 그 말이 맴돌았지만 세혁이 형이 오면 투수들과 더 많이 의논하고 공부하며 잘 뒷받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겸손하게 답했다.

김 감독은 프로선수에게 지나친 겸손은 오히려 불필요하다고 본다. 그는 장승현의 인터뷰 내용을 본 다음날 "승현이가 '세혁이 형 오면 뒷받침하겠다'고 말한 걸 봤다. 바보 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승현이도 치고 올라가려 해야 한다. 세혁이가 백업이 될지 어떻게 아나. 이참에 주전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해야 할 것 아닌가. 걔는 내가 누구를 주전 포수로 쓸 줄 알고 그렇게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웃더니 "어떻게 얻은 기회인가. 독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또 "내 말에 자극을 받았다고 하지만 그런 성격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 실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세혁이 형을 뒷받침하겠다'는 말도 좋다. 하지만 욕심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kkachi@xportsnews.com / 사진=두산 베어스

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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