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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메리까!] 에스투-벨레스의 아르헨 新양강시대

기사입력 2010.12.17 10:07 / 기사수정 2010.12.17 10:10

윤인섭 기자

[엑스포츠뉴스=윤인섭 기자의 수다메리까!] - 풋볼 아메리까노(15): 아르헨티나 전기리그 결산 -1-



인데펜디엔테의 코파 수다메리카나 일정으로 연기된 19라운드 경기로 아페르투라(전기리그) 아르헨티나 2010은 아직 종료되지 않았지만, 이미 우승팀은 결정됐다.

주인공은 보카도, 리베르도 아니었다. '마법사'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이 이끄는 에스투디안테스가 이번 전기리그의 우승팀이다.

에스투디안테스의 우승이 비단, 5년 전의 일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은 분명 이변으로 치부할 수 있었다. 1970년대처럼, 에스투디안테스를 비롯, 벨레스, 뉴웰스, 아르헨티노스 등 신진세력이 패권을 장악하던 시절도 잠시 있었지만, 아르헨티나 축구는 그 동안 보카, 리베르의 양강에 인데펜디엔테, 산로렌소, 라싱을 더한 5대클럽의 강세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보카와 리베르를 아르헨티나 축구의 최강으로 꼽는 것은 남미 축구를 이야기함에 있어 촌스러운 감각을 드러내는 것 그 이상도 이하가 아닌 게 되어버렸다. 보카가 우승을 차지한 지난 2008/09시즌 전기리그 이후, 아르헨티나의 5대클럽 그 어느 팀도 리그 3위안에 든 적이 없고, 특히나 보카와 리베르는 지난 시즌의 두 대회 모두 10위권 밖에 처하며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이들을 대신해 아르헨티나 리그의 지난 네 대회는 벨레스, 반피엘드, 아르헨티노스, 에스투디안테스가 석권하며 아르헨티나 축구에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그 중 가장 강력한, 또한 가장 주목할 만한 반향을 일으킨 것은 에스투디안테스와 벨레스이다.

에스투디안테스-벨레스의 아르헨티나 新양강시대

비록 양팀이 그 동안 네 대회에서 각각 한 차례의 정상을 밟았지만, 현재의 아르헨티나 축구계에서 에스투디안테스와 벨레스만큼 상위권의 성적을 꾸준하게 밟아온 클럽은 없다. 그것을 증명하듯 양팀은 지난 3년간의 통합 성적(이것은 강등팀을 결정하기 위한 자료로 사용)에서 다른 팀을 압도하고 1,2위를 다투고 있다. 

에스투디안테스는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2009대회 우승을 필두로 2009 클라우수라(후기리그, 당해년도 전반기) 6위, 2009 아페르투라 8위에 이어 지난 클라우수라 2010 대회에서 아쉽게 막판 역전을 허용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그리고 이번 아페르투라에서 지난 대회의 아쉬움을 만회하며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벨레스도 만만치 않다. 비록 국제대회 타이틀은 없었지만 2009 클라우스라 우승에 이어 2009 아페르투라 5위를 차지했다. 지난 클라우수라 2010에서 9위로 약간 주춤했지만, 이번 에스투디안테스와 막판까지 치열한 선두 경쟁을 한 끝에 당당히 2위를 기록했다.

최근, 양팀의 호조를 반영하듯, 에스투디안테스와 벨레스는 디에고 마라도나가 아르헨티나 국내파를 무수히 시험할 때, 보카와 리베르를 제치고 아르헨티나 클럽 중 가장 많은 국가대표를 배출했다. 또한 베론, 클레멘테 로드리게스(이상 에스투디안테스), 니콜라스 오타멘디(벨레스)는 직접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 아르헨티나 대표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월드컵 이후, 양팀은 팀의 간판선수들이 연달아 이적을 감행하며 올 시즌의 전력하락을 예상하게 만들었다. 에스투디안테스는 클레멘테, 크리스티안 세샤이(이상 보카), 호세 에르네스토 소사(나폴리), 마르코스 앙헬레리(선덜랜드)에 '주포' 마우로 보셀리(위건) 등이 새로운 거처를 마련했고 벨레스도 오타멘디(포르투), 마르코 토르시글리에리(스포르팅 리스보아), 에르난 로페스(에스투디안테스) 등이 팀을 떠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스투디안테스와 벨레스는 올 시즌 더욱 막강한 모습으로 타 팀을 압도했다. 에스투디안테스는 14승3무2패, 벨레스는 13승4무2패의 성적으로 각각 승점 45와 43으로 리그 1,2위를 기록했다. 3위 아르세날의 승점은 32점으로 19경기를 치렀음에도 이들과 10점 이상의 차이가 났다.

비단 승점에서만 에스투디안테스와 벨레스의 성적이 독보적인 것은 아니다. 에스투디안테스는 막강한 수비력을 과시하며 19경기 8실점이란 경이로운 실점률로 리그 최소실점을 기록했고 산티아고 실바(11골)와 후안 마누엘 마르티네스(10골), 팀의 투 톱이 각각 리그 득점 순위 1,2위를 독식한 벨레스는 33득점으로 리그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그런데 에스투디안테스와 벨레스는 득점과 실점에서 모두 단 한 골의 차이만 존재한다. 즉, 양팀 모두 공수 양면에서 타 팀과 차이나는 면모를 과시하며 리그 최강의 면모를 과시한 셈이다. 두 팀 모두 득실차 +24를 기록했는 데 3위 아르세날은 단 +3을 기록했고 득실차 3위를 기록한 라싱과 고도이크루스(이상 공동5위)의 득실차는 +7에 불과했다.

게다가 양팀 모두 보카와 리베르를 상대로 모두 승리를 거둬 아르헨티나 축구의 지각변동이 완성했음을 완벽하게 증명했다. 특히 에스투디안테스는 리베르와의 원정경기에서 4-0 대승을 거뒀다.

팀의 주력이 떠났음에도 양 팀이 이러한 호성적을 거둔 이유는 양팀 사령탑 알레한드로 사베샤(에스투디안테스)와 리카르도 가레카의 용병술과 팀 내 선수들의 조화로운 활약에 이유가 있다.

황금 미드필더진, 에스투디안테스의 막강 수비로 연결

수비형 미드필더 출신의 사베샤 감독은 이미 페레스-베론-브라냐-베니테스의 황금 미드필더진을 통해 지난해 에스투디안테스의 남미 정복을 이룬 바 있다. 올 시즌, 공수양면에서 막대한 공백이 발생했지만, 에스투디안테스가 독보적인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도 팀의 황금 마드필드진이 100% 자기 역할을 소화한 데 있다.

비록, 베론이 리그 후반기들어 체력적인 문제를 호소했지만, 엔소 페레스가 팀의 새로운 에이스로 거듭나며 황금 미드필더진은 그 위력이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페레스는 팀 공격수들이 연이은 부상에 빠진 리그 중후반기, 알토란 같은 득점을 연달아 터트리며 에스투디안테스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외향적인 기록은 3골 2도움에 그쳤지만, 고비마다 터진 득점의 중요성, 경기 분위기를 바꾸는 위력적인 돌파, 팀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은 팀 공헌도를 고려했을 때, 페레스는 이번 전기리그 최우수 선수에 해당할 만 했다.

그 밖에 베론도 팀 미드필드진의 구심점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고 로드리고 브라냐는 왕성한 활동량으로 리그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거듭났다. 레안드로 베니테스 역시 날카로운 왼발로 많은 골 기회를 만들어냈다.

미드필더진의 완벽한 게임 장악은 팀 수비진을 확실히 편안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주축 수비수가 이적한 상황에서 페데리코 페르난데스(1989년생), 알베르토 로호(1990년생) 같은 신예 선수들이 제 역할을 못해줬다면, 에스투디안테스의 막강 수비력을 발휘되지 못했다.

190cm의 장신 수비수 페르난데스는 레안드로 데사바토, 헤르만 레와 에스투디안테스의 완벽한 플랫 3를 구성, 상대 공격수에 공포의 장막이 되며 미래 아르헨티나 축구의 주축 수비수가 될 자질을 증명했다. 로호 역시, 중앙과 측면 수비를 번갈아 보며 팀 내에서 유일하게 전 경기를 소화했다.

가브리엘 메르카도, 에르난 로페스 등 이적생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올 시즌 라싱에서 합류한 메르카도는 클레멘테가 빠진 측면의 공백을 완벽히 메웠을 분만 아니라, 리그 최고의 측면 요원으로 거듭나며 4골 2도움을 기록하는 만점 활약을 보여줬다.

벨레스에서 합류한 로페스는 단 7경기에 교페로만 출전하는 부진을 거듭했으나, 아르세날과의 최종전에서 후반 두 골을 터트리며 에스투디안테스가 벨레스의 막판 추격을 뿌리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특히, 아르세날전에서 후반 막판 추가골을 성공시킨 후 세레모니를 위해 달려나가며 눈물 흘리는 장면은 로페스와 에스투디안테스를 위한 드라마의 감동을 배가시킨 장면이었다.



▲ 에스투디안테스-아르세날전 득점장면ⓒ youtube.com(아르헨티나 국영방송 TV 푸블리카, 출처: 아르헨티나 뉴스 사이트 País24.com)


버려진 두 공격수로 리그 최강의 투 톱을 이뤄낸 벨레스

지난 전기리그 득점왕 산티아고 실바의 활약은 예견됐지만, 후안 마누엘 마르티네스의 활약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한때 '제2의 오르테가'로 각광을 받던 마르티네스는 기대 만큼의 성장을 이뤄내지 못하며 3년간 아르헨티노스, 쿠쿠타(콜롬비아), 알 샤밥(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임대 생활을 떠나야 했다. 지난 2008/09시즌을 앞두고 팀에 복귀했지만, 마르티네스가 5년간 벨레스에서 기록한 득점은 고작 7골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 시즌의 마르티네스는 오르테가와 같은 별명(엘 부리토 El Burrito, 당나귀)을 공유하는 데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화려한 개인기와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 동료와의 유려한 연계 플레이 등 기존의 장점에 더해 득점력마저 날카로워 지며 이번 시즌 10골로 실바에 이어 득점 2위에 올랐다.

마르티네스의 맹활약은 실바에게도 큰 도움이 됐다. 마르티네스로부터 직접적인 도움을 한 번 받았고 한 차례는 마르티네스가 얻어낸 페널티 킥을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마르티네스의 맹활약으로 실바는 상대의 집중 수비를 피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결국, 실바는 올 시즌 11골을 토해내며 지난 전기리그에 이어 두 번째로 아르헨티나 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그러나 실바의 지난 시즌 득점왕이 반피엘드 임대 생활 중 작성한 것처럼, 실바도 한때 벨레스의 주전 경쟁에 밀려 임대생활을 떠나야 했다. 비록 반피엘드에서의 한 시즌에 불과했지만, 실바의 위력을 절감한 벨레스는 부랴부랴 실바를 팀에 복귀시켰고, 실바는 자신을 후보선수로 전락시킨 동향(우루과이) 출신의 에르난 로페스를 에스투디안테스로 이적시키며 올시즌 마르티네스와 환상의 투 톱을 구성했다.

절반의 성공 리베르-여전한 '낭패' 보카

다음 시간에 자세히 다뤄볼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간략하게 넘어가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리베르는 이번 전기리그 4위를 거두며 상위권 진입에 성공했지만, 경기 내용은 결코 성공적이라 말할 수 없다. 보카는 올 시즌에도 하위권 탈출에 실패했다. 그리고 양팀은 리그 도중 감독 교체를 단행하는 특단을 내세웠다.

리베르는 비록 4위를 거뒀지만, 에스투디안테스와의 홈 경기 0-4패배, 시즌 중반 7경기 연속 무승의 난국을 거치며 올 시즌의 한계를 드러냈다. 그 결과 야심차게 영입한 앙헬 카파 감독이 보카와의 수페르클라시코를 앞두고 전격 경질되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다.

리베르의 문제점은 답답한 공격력에 있다. 마티아스 알메이다의 부활로 중원에서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 유지됐으나 리그 후반기, 아리엘 오르테가가 극도의 부진에 빠지며 연이는 '허무축구'를 구사했다. 그래도 수비라인의 안정, 에릭 라멜라(1992년생), 아달베르토 로만(1987년생)의 활약은 리베르의 내일을 밝게 해주었다.

시즌 초, 발군의 활약을 보여준 로헬리오 푸네스 모리와 파쿤도 아프란치노의 후반기 부진은 리베르의 부활에 더할 나위 없는 아쉬움이 되었다.

보카는 무릎 부상 여파로 단 두 경기에 출전한 후안 로만 리켈메의 공백을 메우는 데 완벽히 실패한 게 이번 시즌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이다. 마르틴 팔레르모가 8골을 터트리며 분전했지만, 크리스티안 차베스, 크리스티안 에르베스, 다미안 에스쿠데로 모두가 리켈메의 후계자가 되는 데 실패하며 팀을 상위권을 이끌지 못했다.

그래도 화려한 플레이로 자신의 데뷔골을 성공한 아르헨티나 U-17 청소년 팀의 에이스, 세르히오 아라우호의 등장은 보카의 미래를 생각할 때 흐뭇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사진: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화하는 베론, 실바(좌)와 마르티네스(C) 디아리오 올레 홈페이지]     



윤인섭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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