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1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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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영화제 석권' 극단적 어둠으로 말한 작품 세계…그리고 삶의 궤적 [김기덕 사망②]

기사입력 2020.12.12 11:50 / 기사수정 2020.12.12 15:26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김기덕 감독은 국내 감독 중 유일하게 세계 3대 영화제로 손꼽히는 칸·베니스·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모두 트로피를 거머쥔 인물이다. 극단적으로 어두웠던 그의 작품 세계는 많은 호불호가 갈렸지만 세계 영화제 안에서는 남달랐던 가치를 인정받으며 그에게 '거장'의 호칭을 안겨줬다.

1960년 생으로, 1996년 영화 '악어'로 데뷔한 김기덕은 '파란 대문'(1998)과 '섬'(2000), '실제상황'(2000), '나쁜 남자'(2002), '해안선'(2002),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 '사마리아'(2004), '빈집'(2004), '활'(2005), '시간'(2006), '아리랑'(2011), '피에타'(2012), '뫼비우스'(2013), '그물'(2016),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2017) 등 스무 편이 넘는 영화의 메가폰을 잡았다.

2004년 '사마리아'로 제5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하며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최초의 한국 영화 기록을 남겼다. 또 같은 해 '빈집'으로는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을 받았다.


'아리랑'으로는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수상하며 세계 3대 영화제를 모두 휩쓴 한국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어 2012년 '피에타'가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최고상)을 수상하면서 명실상부 세계가 주목하는 거장으로 자리하게 됐다. 2014년에는 베니스국제영화제와의 인연을 다시 이어가며 '일대일'로 베니스데이즈 부문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여기에 2017년에는 미국 최고의 권위를 가진 영화 시상식 아카데미상(오스카상)을 주관하는 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 AMPAS)의 신입 회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어두운 현실을 스크린 위에 적나라하게 그려낸 김기덕의 작품 세계는 '극단적 어둠'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할 정도로 무거운 분위기를 풍겨 관객들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엇갈리기도 했다. 그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주로 고통받는 인물들로, 고아와 매춘부, 살인자, 불륜녀, 탈북자 등 소수자 혹은 극단적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이 주를 이뤘다.


이러한 바탕에는 김기덕의 과거 성장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2012년 SBS 예능 '강심장'에 출연했던 김기덕 감독은 최종학력이 초등학교 졸업이라고 밝히며 "영화와 관련된 전문적인 교육은 받지 않았다. 15살 때부터 공장에서 생활했다"고 밝혔다. 실제 '피에타'에 등장하는 청계천은 김기덕이 공장 생활 당시 일을 했던 곳으로 전해졌다.

거침없었던 화법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 영화계에 폭탄 발언을 던지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내가 한국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 때문이다"라고 토로하는가 하면, 2006년 '괴물' 개봉 당시에는 "'괴물'이 흥행한 이유는 한국 관객의 수준과 한국 영화의 수준이 잘 만났기 때문이다"라고 말해 파장을 안겼다.

당시는 김기덕의 '시간'이 개봉을 했던 해였다. 시사회 당시 "더이상 한국에서 내 영화를 상영하지 않겠다. 관객들의 수준이 높아지면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발언하며 국내 여론과도 대립각을 세웠다.


이후 한 해 뒤인 2007년 '숨' 개봉 당시에는 "내가 바랐던 것은 문화적 다양성이었다"며 "천만관객 시대에 50분의 1정도는 약간 다른 길을 걷는 게 흥미롭다는 생각으로 한 말이었다"고 그간 자신의 말들로 빚어진 논란을 해명하기도 했다.

또 2013년 '붉은 가족' 개봉 당시에는 "어쨌든 저는 불법으로라도 영화를 많이 봤으면 좋겠다"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일도 있다.

2017년 말 국내에서 터진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논란 이후 여배우의 성폭행 폭로 의혹에 휩싸이며 비난의 주인공이 된 김기덕은 이후 국내 작품 활동을 중단하고 해외에서 활동을 이어갔다.

잠적 중이었던 지난 해에는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필름마켓에 신작을 출품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목받기도 했다. 이후 해외에서 활동을 이어갔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 합병증 사망 소식을 전하며 파란만장했던 60세의 삶을 마쳤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연합뉴스, SBS 방송화면, 각 영화 포스터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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