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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신인 드래프트] 가장 의외의 지명을 한 LG 트윈스

기사입력 2010.08.17 12:58 / 기사수정 2010.08.17 14:19

김현희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현희 기자]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가장 의외의 지명을 한 구단을 뽑으라면 단연 두산 베어스였다. ‘가능성’이라는 단 하나의 단어만을 믿고 고교 최장신 투수인 효천고 장민익(207cm)을 비롯하여 지난해 화랑대기 4강의 주역 대구고 이재학을 상위 라운드에서 선발했다. 이들 모두 즉시 전력감은 아니었지만, 올 시즌 번갈아 가며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2군 무대에 안주하는 것보다 1군이라는 ‘경험’을 쌓게 해 주기 위한 코칭스태프의 작은 배려이기도 했다. 이들 외에도 좌완 에이스 정대현도 두산 1군 무대에 잠시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이들 모두 ‘제2의 홍상삼·고창성·이용찬’을 꿈꾸는 유망주들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모습이 더 기대되는 신인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올 시즌에도 의외의 지명을 한 구단이 있다. 바로 LG 트윈스다.

LG는 16일 드래프트를 앞두고 1라운드 지명 유력 대상자들을 상대로 메디컬 체크를 강행하여 7개 구단의 반발을 산 바 있다. 그동안 프로 무대에서 제대로 꽃을 피워 보지 못한 선수들이 많다는 점, 그리고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이형종 임의탈퇴 등)이 LG로 하여금 일종의 ‘불문율’을 어기게 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LG의 지명 전략이 지난해와는 판이하였다는 점이다.

1라운드 즉시 전력 선수(임찬규) 선발. 2라운드 이후 ‘좌완투수’ 선발에 중점

지난해 LG는 컨트롤에 애를 먹더라도 ‘구위가 좋은 투수’ 위주로 신인을 지명했다. 고려대 신정락, 화순고 이승현, 동성고 유경국, 경남고 이성진, 야탑고 배민관 등은 모두 그러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우완투수’라는 공통분모를 안고 있어 좌완 투수 지명에 소홀했다는 한계점을 지니기도 했다. 이번 드래프트는 이러한 LG의 고민을 잘 반영한 전략의 결과라 할 수 있다.

1라운드에서는 좌, 우완에 관계없이, 무조건 즉시 전력감이 될 만한 선수를 선발했다. 휘문고 임찬규가 바로 그러한 선수였다. 최고 구속 146km에 이르는 빠른 볼을 지니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배짱이 좋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올 시즌 대통령배 대회에서 김진영(시카고 컵스), 한승혁(KIA 타이거즈 지명) 듀오가 버티고 있는 덕수고를 상대로 팀을 우승시키며, 대회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만큼 큰 경기에 강하다. 또한, 투구폼이 부드러워 연투를 해도 큰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다만, 너무 자신을 믿는 나머지, 똑같은 코스에 똑같은 볼을 던지다가 연타를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LG의 코칭 스태프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 중 하나다.

2라운드에서는 ‘송진우(전 한화 이글스)의 조카’로 더 잘 알려진 좌완 이영재를 선발했다. 지난해 김용주(한화 이글스)와 함께 북일고 마운드를 이끌었고, 올 시즌에도 임규빈과 함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던 선수였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0km 초반대에서 형성된다. 동계 훈련 결과에 따라서 류택현, 이상열 등과 함께 좌완 원 포인트 릴리프로 일찌감치 1군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기도 했다. 마운드에서 조금 더 적극적인 모습만 보인다면, 충분히 자신의 외삼촌 못지않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다. 북일고 지연규 코치 역시 이영재에 대해 “스스로, 그리고 또 적극적으로, 자기가 좋아서 운동할 줄 아는 선수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3, 4라운드에서는 다른 이들 눈에 ‘전혀 의외의 지명’이라 생각할 수 있을 만한 선수들이 선발됐다. 장충고 정다흰과 북일고 송윤준이 그들이다. 넥센의 4라운드 지명을 받은 성균관대 이희성이 있었음을 생각해 보았을 때 과연 이것이 올바른 선택일까 하는 의문을 지닐 만하다. 그러나 이는 ‘3라운드 이후부터는 잠재 능력이 빼어나며, 신체 조건이 우수한 좌완 투수 위주로 선발한다’라는 김진철 부장의 의중이 드러났다고 하면 이해가 쉽다. 190cm의 신장 조건을 자랑하는 정다흰은 팀 동료 윤영삼(삼성 라이온스 입단 예정)에 가려져 큰 빛을 못 봤지만, 장래성 있는 투수로 인정받은 바 있으며, 북일고 송윤준 역시 무등기에서 MVP를 수상할 만큼 빼어남을 과시한 바 있다. 다만, 두 선수 모두 직구 최고 스피드가 140km에는 미치지 못한다. 좋은 제구력을 바탕으로 프로에서 제대로 된 몸을 만든다면, 무서운 투수로 성장할 수 있다. 8라운드에 지명된 선린인고 좌완 에이스 김명찬 역시 이와 비슷한 경우다.

또한, LG는 5, 6, 9라운드에서 내야수를 지명했다. 고려대 김남석, 충암고 강병의, 단국대 정병곤이 그들이다. 오지환, 박경수, 박병호를 제외한 내야수 전원이 나이 서른을 넘겼다는 사실을 되짚어 보았을 때 충분히 이해가 될 만한 지명이다. 세 명 모두 일단 2군 무대에서 기량을 쌓은 이후, 백업 요원으로 1군 무대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두 명의 포수를 선발한 LG는 올 시즌에는 서울고 유강남을 뽑는 데에만 만족했다. 지난해와는 달리, 포수 자원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청소년 대표를 역임한 유강남은 포수 수비보다 타력에 재능을 보이는 선수다. 때에 따라서는 포수 마스크가 아닌 1루수나 지명 타자로 경기에 나설 수 있다. 10라운드에 지명된 경남고 이준명 역시 LG의 주전 외야수들의 나이를 감안한 선택이라 평가된다. 2~3년 이후에는 장타력을 겸비한 유재호(대구고 졸업)와 함께 LG 외야를 책임질 수 있는 인재다.

2011 LG 트윈스 드래프트 종합 평점 : B
(팀에 부족한 좌완 투수 집중 지명. 2군 무대 검증 필요한 선수 다수. 임찬규 지명이 큰 성과)

- 3편(넥센 히어로즈)에서 계속 -

[사진 = 임찬규(오른쪽)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김현희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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