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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김연아가 올림픽에만 전념해야 하는 이유

기사입력 2010.01.06 02:12 / 기사수정 2010.01.06 02:12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피겨 여왕' 김연아(20, 고려대)가 이달 25일부터 30일까지 전북 전주시에서 열리는 '2009-2010 ISU(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스케이팅 4대륙 대회'에 참가할 지의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김연아는 이번 시즌이 열리기 전, 4대륙 대회에 불참하고 올림픽에만 전념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러나 4대륙 대회가 임박해오자 ISU의 오타비오 친콴타(이탈리아) 회장은 김연아의 4대륙 출전을 종용하는 친서를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보내면서 찬반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친콴타 회장과 ISU 측은 "현재 세계챔피언인 김연아는 한국 피겨의 발전과 ISU의 위신을 위해 자국에서 열리는 4대륙대회에 참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연아의 지도자인 브라이언 오서는 "당초의 계획대로 올림픽에만 전념하려고 한다"고 김연아의 입장을 대변했다.

미국 시카고 트리뷴지의 필립 허쉬 기자가 친콴타와 오서의 입장을 밝힌 칼럼이 공개되면서 양쪽의 입장이 드러났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알려진 사실은 친콴타가 대한빙상경기연맹에 4대륙 출전을 종용하는 친서를 보낸 사실과 몇몇 외신 언론을 통해 김연아가 4대륙에 참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점이다.

김연아에 대한 출전을 놓고 찬반양론이 일었지만 5일, 대한빙상경기연맹은 한 고위 관계자의 말을 통해 김연아를 4대륙 선수권에 출전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나의 대회를 새롭게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

두 번의 그랑프리 시리즈와 파이널에 참가한 김연아는 올림픽에 맞춰서 짜놓은 스케줄을 소화하며 만반의 준비를 다지고 있었다.

보통 피겨 선수들이 한 대회를 준비하려면 각고의 노력을 쏟아야 한다. 국제 대회의 경험을 위해 자주 출전하는 선수들과 김연아의 경우는 확연히 다르다. 만약, 김연아가 올림픽이란 중대사가 없었다면 4대륙 대회에 참가할 확률은 높았다. 하지만, 훈련지가 한국이 아닌, 지구 반대편인 캐나다 토론토에 두고 있는 김연아는 남은 기간 동안 시차가 없는 캐나다 밴쿠버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해야 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김연아는 지난 2009년에 열린 5번의 국제대회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다. 큰 대회에서 지속적으로 우승을 차지하면 정상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은 커지게 된다. 만약, 자국에서 벌어지는 4대륙 대회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못하면 그 여파는 가장 중요한 대회인 올림픽에 미치게 된다.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에서 벌어진 그랑프리 파이널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는 '한 치의 흠'도 없는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가 회전수가 부족했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 판정으로 김연아는 점수를 대폭 잃었으며 2위를 기록한 안도 미키(22, 일본)와의 점수 차도 매우 좁혀졌다.

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 '넘지 못할 벽'으로 여겼던 김연아와의 점수 차가 대폭 줄어들자 일본 언론들은 이를 고무적으로 보도했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김연아는 이해하지 못할 판정이 없도록 더욱 완벽한 연기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그는 올림픽에 더욱 집중할 뜻을 재확인했다.

반면, 일본의 아사다 마오(20, 일본 츄코대)와 스즈키 아키코(25, 일본)는 4대륙 대회에 출전할 뜻을 밝혔다. 이 선수들도 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 또 하나의 대회에 출전하려면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 그러나 김연아에 비해 이들은 4대륙 대회에서 반드시 정상을 차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훨씬 적다. 특히, 올 시즌 부진한 성적을 낸 아사다 같은 경우, 그랑프리 두 대회를 일찌감치 마치고 자국에서 열린 '전일본대회'에 출전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가까운 국가에서 열리는 4대륙 대회에 참가한다는 점은 그리 나쁘지 않다. 또한, 그랑프리 파이널에 참가하지 못했던 아사다는 국제대회의 감각을 익히는 점도 나름 도움을 줄 수 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는 특정한 대회의 참가 여부가 선수에게 도움이 될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리고 최대한 좋은 방편으로 결정을 내리게 된다.

현재 정상을 지키고 있는 김연아는 가장 중요한 무대인 올림픽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김연아가 4대륙 대회에 참가하는 의의는 매우 희박해진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여론도 올림픽에만 '올인'할 것을 바라고 있다.

결론적으로 김연아가 '자국'에서 펼쳐진다는 이유만으로 4대륙 대회에 참가해야 한다는 주장은 형평성을 잃고 있다.

대회도 중요성하지만 선수 개인의 '의견'도 존중받아야 한다

김연아는 2008년 경기도 고양시에서 벌어진 4대륙 선수권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고질적인 부상이 발목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해 3월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도 연기를 펼치기 힘든 몸을 이끌고 출전해 동메달을 획득했다.

2008-2009 시즌 전까지 김연아는 항상 부상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ISU에서 주최하는 국제대회에 꾸준히 참가했으며 피겨 역사를 새로 쓰는 연기도 선사했다.

전주시에서 개최되는 4대륙 대회는 매우 뜻 깊은 대회다. 비록, 올림픽을 앞두고 유명한 스케이터 상당수가 출전하지 못하지만 피겨 발전을 위해 필요한 무대다. 그러나 대회의 의의와 함께 선수의 개인의 의견도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김연아는 수많은 국제대회에 참가해 피겨 사에 길이 남을 연기를 펼쳤다. 이미 많은 것을 보여준 김연아가 올림픽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의견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김연아가 부상을 무릅쓰고 국제무대에 꾸준히 참가했던 객관적인 기록은 지금까지 충분히 증명돼왔다.

브라이언 오서는 시카고 트리뷴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ISU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우리는 선수 본인의 입장을 중요시 한다"라고 밝혔다. 지도자나 주변인들이 경기력의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없다. 아이스링크에 올라가 최종적인 연기를 펼치는 '주체'는 바로 선수 자신이다. 무대의 주인공인 선수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진 =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 김혜미 기자, 브라이언 오서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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