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5.12.23 11:41 / 기사수정 2015.12.23 13:32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대학로의 아이돌’이라는 별명을 언급하자 쑥스러워했다. 말이 많이 없고 신중해 주위에서 애 늙은이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미소 짓는다. 실제로는 진지한 성격의 소유자지만, 무대 위에서는 누구보다 카리스마 있고 열정적이다. 배우 전성우(27) 이야기다.
전성우는 연극 '한밤 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에서 자폐증을 앓는 15세 크리스토퍼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친구였던 개 웰링턴의 죽음과 엄마와 아빠,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진실을 안 뒤 자신만의 세상에서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향하며 성장하는 인물이다.
조명이 켜지자 눈빛과 표정이 달라진다. 표현이 만만치 않은 자폐 소년 크리스토퍼와 한 몸이 된다. 자폐 소년을 연기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전성우는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적으로 자폐라는 게 정해진 것이 없잖아요. 그래서 자폐 안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에 속하는 아이라는 점에 중점을 뒀어요. 가장 특징적인 것들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했죠. 이 아이의 기본적인 성향과 접목해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자칫 어설프게 연기하다가는 몰입을 깰 수 있는 역할인데, 표정과 제스처, 대사톤, 입모양까지 집중력 있게 연기한다. 165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해 많은 대사량을 소화한다. 따라가기 벅찰 듯 하지만 크리스토퍼의 내면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거울을 보면서 많이 연습했어요. 억양은 만든 것도 있고 일반적인 걸 생각하기도 했죠. 일반적이게 보이면서도 일반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한 책도 봤고 ‘내 이름은 칸’, ‘네이든’과 ‘템플 그렌딘’이라는 영화도 재밌게 봤어요. 직접적으로 만날 기회는 없지만 특징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려 했어요. (보통 사람과) 조금 다르긴 해도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모습을 참고했죠.”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는 모습에서 고심의 흔적과 애정이 묻어난다. 사실 크리스토퍼는 움직임도 많고 시종 소리도 질러야 해 체력과 정신적 소모가 큰 캐릭터다. 게다가 커튼콜 후 수학 문제 풀이까지, 굉장한 에너지가 요구된다. 그런 만큼 도전해보고 싶은 인물이었을 터다.
“웨스트엔드에서도 워낙 유명한 작품이고 한국에서 올리기 전부터 주변에서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너무 궁금해서 영국에서 직접 보기도 했고요. 굉장히 재밌게 봐서 무대, 연출, 배우들 무엇 하나 뺄 수 없이 너무 좋았어요. 3시간 동안 1초도 안 쉬는 크리스토퍼의 모습이 감동적이었죠. 손끝 발끝이 다 살아있더라고요. 누구나 한 번쯤 좌절할 때가 있잖아요. 세상과 소통이 어려운 크리스토퍼가 물음을 갖고 한발 내딛는 모습을 보면서 관객이 많은 걸 느꼈으면 좋겠어요. 행동이 다르다고 해서 틀리게 보는 생각도 바뀌었으면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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