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0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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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린 암탉 한 마리가 제대로 사고쳤다 '오성윤 감독' (인터뷰)

기사입력 2011.08.23 03:11 / 기사수정 2011.08.23 15:38

황하민 기자

- 한국 애니메이션의 희망, '마당을 나온 암탉' 오성윤 감독을 만나다

[E매거진·황하민 감독의 톡톡]
오성윤 감독, 그가 그린 암탉 한 마리가 제대로 사고를 치고 있다.

관객동원 150만을 넘었고 200만 역시 곧 넘을 것 같다. 지난 암울했던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을 돌아본다면 오승윤 감독, 그의 손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의 신기원을 열고 있는 것이다.

비 내리는 저녁, 인사동. 딱딱한 인터뷰에 피곤했을 감독을 위해 그가 자주 찾는다는 작고 아담한 술집에서 만남을 가졌다. 종일 계속된 인터뷰에 지친 얼굴이었지만 150만을 목전에 둔 오성윤 감독의 눈빛은 밝았다.


 
올 여름 대형 블록버스터들 틈 속에서 이루고 있는 성과라 '마당을 나온 암탉'의 의미가 참 큰 것 같다.
- 많은 분들이 흥행성적에 관심과 의미를 두고 계시지만 개인적으로는 흥행성적을 보다는 대작 실사 영화뿐 만 아니라 미국, 일본 대작 애니메이션과의 경쟁에서 이겼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지금까지 여름방학 미국, 일본 애니메이션을 이긴 사례가 없었다. 너무나 큰 성과다. 1000억과 30억의 싸움이었다. 너무 기쁘다. (미소)

상영회차나 개봉관이 좀 더 뒷받침되었다면 더 많은 사랑을 받았을 것 같다.
- 관객 점유율은 1위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아쉬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   

투자가 참 힘들었을 것 같다. 애니메이션에 3D가 아닌 2D 작품이라 더더욱.
- 힘들었다. 명필름이 움직이면 쉽게 풀릴 줄 알았다. 롯데도 올해 초 러쉬를 보고나서 합류했다. 3D가 아니라서 관심조차 가져주질 않았다. 열린 맘이 아닌 편견들에 가슴 아팠다.

명필름과의 작업이 신선하다. 기획 단계부터 함께 준비한 것인가?
- 비슷한 시기에 서로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작품에 관심을 가졌고 그 관심이 만남을 이뤘다.

애니메이션 영화 작업에서 기획 단계부터 기존 영화사와 함께한 사례는 없었던 것 같다.
-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투자, 기획, 제작까지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한 사례는 처음이다.

기존의 애니메이션 프로덕션과 영화사의 작업 방식에 차이점이 있을 것 같다. 어려움은 없었나?
 -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단순히 개인작품이 아니었기 때문에 명필름의 웰메이드 방식에 동의 했다.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의 그 무거운 짊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꼭 성공을 해야 했다. 그리고 좋은 결과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의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실사 영화 제작에서는 시나리오 작업에 많은 공을 들인다. 웰메이드 시스템으로 준비했기 때문에 시나리오 작업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 시나리오 작업만 3년 했다.

원작이 있기 때문에 3년이란 시간에 관객들은 놀랄 것 같다.
-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다. 그러나 원작이 있다고 시나리오가 쉽게 풀리는 것은 아니다. 원작의 시나리오 작업은 정말 어려운 숙제였다. 원작의 정서를 최대한 잃지 않고 영화라는 장르에 맞게 재탄생 시켜야 하기 때문에 이다.

원작을 옮기면서 가장 크게 고민했던 것은 무엇인가?
- 주인공 '잎싹'이다. 원작보다 자연의 냉정함을 많이 완화시키고 긍정적으로 그렸다. '잎싹'의 냉정한 자연에 대한 경험을 놓고 고민했다. 결국 '잎싹'의 삶을 축소시키고 '초록이'의 성장을 부각 시켰다.

영화화하면서 원작의 무거움을 더는 작업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영화 속에서 묵직함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어른들도 공감할 것들이 많다.
- 원작과 결말은 같다. 주제의식은 녹아 있다. 내 스스로 그런 삶을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삶의 지향에 대해 동의 했다.

그래서 마지막 결말은 끝까지 고민했을 것 같다.
- 많이 했다. 기존 미국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주는 합리적인 발상에서는 이해하고 동의하기 어려울 것 같았지만 우리 관객들은 동의는 못하지만 노력할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 너무 감사하다.

그런 결말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모성애에 대한 주제를 끄집어낸다. 하지만 단순한 모성애를 말하고 있는 것 같진 않다.
- 단순히 여성에 대한 이야기 보단 이기적인 삶과 이타적 삶. 어떤 것이 행복감을 주는가?에 대한 좀 더 큰 의미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다시 모성애로 좁혀 본다면 현실의 모성애는 많이 왜곡되어 있는 것 같다. 자기자식에 대한 이기적인 사랑. 남의 자식까지 사랑할 수 있는 것이 모성애의 근본적인 삶이 아닐까한다. 남의 자식을 사랑해야 자기자식을 사랑 할 수 있다.

타인을 사랑해야 나를 사랑할 수 있다는 의미로 정리하면 될 것 같다.
- 맞다. 주변이 잘돼야 나도 잘된다. 이는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구조적인 문제로 포기한다. 엄마들도 다 사랑할 수 없으니까 결국 내 자식만 사랑한다.

그렇다면 영화의 주제로 봐도 되지 않을까?
- 주제는 조금 더 큰 의미로 정리하고 싶다. 자연주의적 관점에서 삶과 죽음의 문제, 곧 자연주의적 삶의 지향이다. 주제에 대한 감정 이입을 위해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풀이다. 몸과 정신이 풀과 같다면 과연 내 삶에 집착할까? 마치 자연의 일부로 묵묵히 자랐다 사라지는 풀같은 '잎싹'의 그런 태도가 맘에 들었다.

풀과 주인공 암탉 이름 '잎싹'과 맞아 떨어진다.
- 원작과 영화가 말하는 '잎싹' 의미는 조금 다르다. 원작은 꽃을 피우는 건 잎싹의 힘이라는 소시민의 위대한 힘에 대한 의미다. 영화 속 의미는 인간이 풀처럼 살다 죽어도 위대한 삶이라는 자기 삶의 이해에 대한 부분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말씀하시지만 사람을 보는 시선은 따뜻하게 느껴진다. 아이들을 위한 배려가 영화 속에 묻어 있다. 자칫 수위를 높일 수 있는 폭력이나 잔인함에 대한 고민의 흔적들이 보인다.
- 고맙다.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어느 누구도 그 이야길 하지 않아서 아쉬웠다. 한 예로 족제비 이빨을 어떻게 할까도 정말 고민 많이 했다. 그리고 파수꾼 시합장면에서도 몸싸움을 표현할까 말까 고민했었다.  

영화 속 배경이 참 좋다. 모두 수작업인가?
- 그렇다. 기초 작업은 연필로 그렸고 다음 작업은 컴퓨터라는 툴만 바뀐 것이지 직접 다 그린 거다.

원작 배경은 저수지였다. 영화 속 배경된 곳은 우포늪이다. 저수지가 아닌 우포늪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 저수지는 조형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우포늪으로 배경을 삼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 그 곳을 답사했다. 영화 속 기본 앵글이 로우라. 사진도 그렇게 주로 찍고 참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배경의 디테일이 너무 좋다.
- 우포늪의 사실적인 표현 보다는 영화를 위해 어떤 정서로 표현할 것인가에 중점을 두었다. 사실을 사실답게 그리는 것은 그림의 본래적 힘으로 중요한건 아니다. 사실적으로 잘 그린다는 것은 미장센을 포함하고 중요하지만 그림이라는 여과장치를 통해서 전할 경우 그림으로 정서를 재가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뛰어난 영상에 아름다운 음악 또한 조화롭다. 음악에 대한 평이 좋다. 음악 역시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 일단 이지수 감독 감독의 실력은 뛰어나다. 그래서 어떻게 내 뜻을 제대로 전할 것인가 소통의 고민을 먼저 했었다. 1년 반 동안 영상 콘티를 만들었다. 그리고 영상 콘티 위에 수많은 곡들을 모니터하고 원하는 곡들을 넣어보면서 그 정서를 찾고 정리했다. 그리고 음악감독에게 정리된 것들을 문자화 시켜서 최대한 원하는 바를 전하려 애썼다.

아름다운 곡에 체코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라는 좋은 연주자를 만나 더욱 빛을 발한 것 같다.
- 유럽에서도 인정받는 악단이다. 이 영화가 명필름 30번째 영환데 음악에 이런 규모의 제작비를 쓴 건 처음이란다. (미소) 

영화 엔딩에 흐르는 아이유가 부르는 주제곡 '바람의 멜로디'도 좋은데 찾기가 어렵다.
-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영화관련 홍보에서나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아쉬운 부분이다.

실패를 거듭하던 애플의 스티브잡스는 '토이 스토리'를 통해 재기에 성공했다고 한다. 참 재미있는 점은 절망의 끝에서 떠오른 것이 장난감이라는 것이다. 암울했던 한국 애니메이션에 암탉 한 마리가 희망을 보여주는 지금과 묘한 연결고리가 있는 것 같다. 
- 연결고리를 찾아본다면 특별한 고민이 아닌 일반적인 상식에서 해답을 얻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언제나 뭔가 특별하게 고민하는데 오류가 있는 것 같다. 해법은 상식에 있다. 이번 작업을 통해서 확실히 알았다. 특별한 것을 찾아야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10년을 고생했다. 한국애니메이션의 문제였던 스토리부재를 창작 시나리오에서만 해답을 찾으려 했었다. 좋은 이야기를 위해서 좋은 원작을 찾는 것 상식적인 문제다.

그렇다면 이번 작품의 성공을 예상했었나?
- 확신했다. (웃음)

토이스토리는 영화보다 놀란 건 캐릭터 상품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사고 싶었다.
- 애니메이션 영화가 가진 상품성이다. 실사영화는 영화라는 상품에 제한된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은 영화를 통한 추가적인 상품들을 생산하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수입원을 만들 수 있다. 한국 영화사들은 영화라는 단품에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애니메이션 영화는 안정적인 영화사를 꾸릴 수 있는 좋은 장르다.

'마당을 나온 암탉'도 캐릭터 상품이 제작되고 있나?
- 아직 활발하진 않지만 진행되고 있다.

애니메이션 감독과 영화감독은 어감이 다르다. 이번 작품을 통해 영화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실사영화에도 도전하실 건가?
- 차기작은 애니메이션이다. 아까 말한 상식을 통해 해답을 찾고 있다. 좀 더 애니메이션에 충실하려고 한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실사영화 연출도 하고 싶다. 80년대 영화운동이 활발했다. 그 당시 영화 작업을 하고 싶었었다. 애니메이션 감독이기 때문에 배우와의 작업이 익숙하지 않겠지만 애니메이션 작업의 섬세함이라는 다른 형태의 연출론을 가지고 차별된 실사 영화를 연출할 수도 있지 않을까한다. 영화 작업 전에 연극을 하고 싶다.

연극? 애니메이션 감독과 조금 거리감 있어 보인다.
- 연극을 아주 좋아했다. 직접적인 소통과 무대를 통해 만들어가는 작품의 완성과정이 좋다. 미술을 전공했지만 연극 동아리 활동을 했었다. 선배들이 없어서 1학년인 내가 연출, 주인공까지 소화했다.

어떤 작품을 했었나?
- 이상의 날개였다. 중3때 극장에서 본 생애 첫 연극이기도 하다. 이 연극 마지막 장면이 '마당을 나온 암탉'의 마지막과 닮아 있다. 주인공이 백라이트 실루엣으로 두 팔을 벌려 날개 짓하며 “날자, 날자. 한 번 더 날자구나." 독백하면서 옥상을 뛰어내리는 장면이었다.

운명 같다. '잎싹'의 마지막을 29년 전 무대 위에서 직접 연기했던 것 아닌가!
- 최근에 '잎싹'과 나의 만남이 운명 같다는 생각을 했다. (미소)

운명 같은 '마당을 나온 암탉'은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 영화로 본다면 정체성을 찾는 기회를 줬다. 49살 연필을 놓음과 함께 혼란이 왔다. 나는 원래 무엇을 하려던 사람일까. 헷갈렸다. 지금까지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영화를 한편을 만들었다고 제 인생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인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괴로웠다.



인생의 큰 전환점이라는 의미로 정리하면 되겠다.
- 영화 한 편으로 내 삶과 인생을 모두 해명한다는 것은 불행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대화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판타지 장르는 안하실 것 같다.
- 맞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정극적'이다. 기존의 상업 애니메이션 영화와 결이 다르다. 시사회가 끝나고 강풀씨를 만나서 직접 물었었다. 미국 일본과 다른 중간지점이 아니냐고. 강풀씨는 전혀 다른 것이 나왔고 중간이라는 것은 어패가 있다고 말해주더라. 생각해보니 개인적으로도 동의가 되더라. 이런 느낌들의 작업이 계속 이어질 것 같다.

한국의 많은 학생들이 애니메이션에 대한 진로를 생각한다. 그리고 관련학과들도 많이 생겼고 많은 인력들이 배출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마당을 나온 암탉'이 큰 의미를 지니겠지만 그 시기가 많이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
- 예전에 비해 수요와 활동 영역이 넓어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고 있지 못한 것은 교육에 문제점이 있다. 과연 제대로 된 애니메이션의 진로와 판단을 가르치는 학교가 몇이나 될까 한다. 학교는 작가주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한다. 과거 해외 영화제 수상 좋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출품되고 기사화되고 좋은 성과처럼 보였지만 결국 양날의 검으로 되어버렸다. 애니메이션 교육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앞으로의 활동이 궁금하다.
- 대중예술가의 줄타기 인생을 즐기고 싶다. 차기작들을 통해 사회와 이웃들을 위해 제대로 된 형식과 이야기로 소통의 문제를 말하고 싶다. 결국 작품으로 소통하고 승부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개봉이 끝나면 은둔생활에 들어갈 것 같다. (웃음)

[글] 황하민 (엑스포츠뉴스 칼럼니스트 · 영화 감독) 



황하민 기자 artforso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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