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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두번 못 당한다" 대표팀 승부욕 자극한 패배

기사입력 2015.11.20 06:20 / 기사수정 2015.11.20 01:51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개막전에서 일본에 완패하고 대만에 도착한 선수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피곤한 것보다도 너무 쉽게 진 것 같아 너무나 아쉽다"면서 설욕을 벼뤘고, 현실이 됐다.

프리미어12 대회를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이유 중 하나는 '특별한 동기부여가 없다'는 것이었다. 사실 국가대표라는 명예와 영광을 특별한 혜택, 엄청난 보상만으로 귀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직후, 가장 피로가 쌓인 상황에서 진행되는데다 호흡을 맞춰볼 시간도 부족하고, 이제 겨우 1회로 참가에 의의를 두기에도 민망한 대회라면 이야기가 또 다르다. 이번 대회 역시 그런 측면에서 우려를 샀다.

한국시리즈를 끝낸 삼성과 두산 선수들 그리고 재팬시리즈를 마친 이대호까지 합류한 것은 개막이 채 나흘도 안남은 시점. 포스트시즌을 치르지 않은 선수들은 그들대로 떨어진 경기 감각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이들을 하나로 뭉치게 한 계기가 바로 일본과의 개막전이었다. 당시 대표팀은 일본의 투수들, 특히 오타니 쇼헤이에 완벽하게 막혔고 경기 감각을 되찾지 못한 타자들은 찬스 상황에서 점수를 뽑지 못해 패했다. '참패' 보다는 '완패'가 어울리는 표현이었다. 

개막전을 끝내고 예선 남은 경기를 치르기 위해 대만에 입성한 대표팀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다. 피곤 보다도 패배의 아쉬움이 진하게 남아있었다. 대회의 규모를 떠나 프로 선수로서, 국가대표 선수로서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졌다는 자각에 자존심이 상한 모습이었다.

맏형부터 막내까지 같은 마음이었다. 일본에서 뛰고 있는 이대호는 "오타니가 평소보다 더 이를 악물고 던지더라. 나도 오타니를 상대해봤기 때문에 대표팀 후배들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해줬는데 그것도 안통할만큼 공이 엄청나게 좋았다"고 혀를 내두르면서도 "하지만 남자는 두번 안당한다. 나와 (정)근우도 분위기를 가라앉히지 않기 위해 파이팅을 불어넣고 있다. 다음에 만나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고 눈을 빛냈다.

오타니를 직접 상대한 다른 타자들도 "정말 좋은 투수다. 오타니 뿐만 아니라 일본의 다른 투수들도 전체적으로 좋았다. 속도만 빠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공의 움직임이나 묵직함이 남달랐다"고 칭찬했지만 "못 치는 공까지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대표팀의 투수들은 더더욱 기회를 벼뤘다. 당시 일본전에서는 출전하지 않았던 장원준은 "벤치에서 보고만 있는데도 뭔가 도움이 되고 싶고 마음 속에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고 다음을 기약했고, 베테랑 이현승은 "이미 마음은 일본에 건너가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막내급 조무근은 "일본전이 끝나고 숙소에 들어가 혼자서 분통을 터트렸다. 솔직히 레벨 차이를 실감한 것 같아서 화가 나기도 했다.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고 돌아봤다. 동시에 이대호, 정근우 같은 경험 많은 선수들은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띄우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도미니카-베네수엘라-멕시코까지 차례로 꺾으면서 감각을 회복했다.

결국 한·일전이라는 특별한 라이벌 관계가 대표팀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준결승에서 다시 만난 일본을 꺾은 대표팀 선수들 하나하나의 표정은 더 없이 많은 것을 이룬 것처럼 밝았다. 

NYR@xportsnews.com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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