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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규의 클리닝타임] LG 이대형의 '비교체험 극과 극'

기사입력 2009.05.08 03:34 / 기사수정 2009.05.08 03:34

박형규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2년 연속 도루왕'에 빛나는 LG 트윈스의 '슈퍼소닉' 이대형이 비교체험 극과 극을 맛봤다. 즉, 지옥과 천당을 오가며 쓴맛과 단맛을 모두 맛보는 경험을 했다.

이대형이 맛 봤던 '쓴맛'은 시계 바퀴를 약 20일 전으로 돌려서 4월 12일 홈에서 맞붙었던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팀 간 3차전 경기로 가보면 알 수 있다. 이때 이대형은 자신의 안일한 플레이 하나로 온갖 비난의 화살을 맞고 쓰디쓴 경험을 했다.

LG는 4월 10일 금요일에 있었던 두산과의 1차전에서 로베르토 페타지니의 9회 말 드라마 같은 끝내기 만루 홈런으로 극적인 승부를 연출하며 뒤집었다. 그러나 4월 11일 경기에서 13-5로 대패하며 1승 1패로 균형을 이루며 4월 12일 경기에 임하게 되었다.

LG는 중위권 도약을 위해 두산은 상위권 굳히기를 위해 반드시 잡아야만 했던 한판이었다. LG는 선발 심수창의 호투 속에 7회 말까지 3-2로 아슬아슬하게 두산에 앞서갔다. 문제의 장면은 8회 초 두산의 공격에서 나타났다.

8회 초 승리를 굳히기 위해 필승 계투진으로서 힘을 실어주고 있는 신인 최동환이 마운드로 나왔다. 최동환은 다소 몸이 덜 풀린 탓인지 선두타자 임재철에게 볼넷을 내줬다. 하지만, 까다로운 타자인 후속타자 김현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급한 불을 껐다.

다음 타석은 4번 타자 김동주. 바로 전 타석에서 125m짜리 중월 홈런을 때려냈던 김동주는 최동환의 초구를 받아쳤다. 그러나 타구는 먹히며 이대형의 머리 위로 날아갔다. 순간 자기 자신에게 짜증난 김동주는 방망이를 집어던지며 1루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이게 어찌된 일인가? 평범한 플라이로 보였던 김동주의 타구를 쫓아가던 이대형은 타구의 궤적을 잃어버린 채 서성거리다가 공을 놓치고 말았다. 그 사이 귀루하던 임재철을 대신해 나온 대주자 민병헌은 쏜살같이 3루에 안착했고 김동주는 1루에 멈춰서게 되었다. 결국, 최준석과 맷 왓슨에게 연속 적시타를 허용하며 2점을 헌납했고 팀이 4-3으로 패배하며 주저앉게 되었다.

비록 안타로 기록되기는 했지만 이대형의 실책성 플라이 하나가 팀 패배의 단초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 날 LG 트윈스의 공식홈페이지의 팬들의 커뮤니티인 '쌍둥이 마당'에는 이대형을 비난, 질책하는 팬들의 원성으로 가득 찬 글들로 넘쳐났다.

수비수는 야간경기에 라이트에 가려서 공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대형의 경우 당시 모자 위에 고글을 쓰고 있었고 그 실책성 플레이를 한 후에서야 급히 고글을 쓰는 모습을 연출했다. 모자 위에 고글이 없었다면 그렇게 많은 질책을 받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이 플레이 하나로 슬럼프에 빠져있던 이대형의 성적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사적인 것들까지 모조리 문제 삼아 비난을 받았다. '겉멋'이 들었다는 등 플레이와는 상관없는 부분들까지 모두 문제시되었다. 그 '무사안일' 플레이로 인해 잘나가던 신인 최동환이 1패를 떠안게 되었고 팀의 패배로 직결되어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 '쓴맛'을 봤던 이대형이 늑골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던 박용택이 1번 타자로 나선 뒤부터 2번 타자로 나서며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이대형은 두산과의 3연전을 모조리 잡아내며 6연승을 질주하는 LG의 좋은 분위기와 더불어 서서히 자신의 진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이대형은 5월 7일 두산과의 시즌 6차전 경기에서 '단맛'을 맛보며 승리에 공헌했다.

이대형은 이날 4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시즌 타율을 3할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이대형은 6회 투수 봉중근을 감동시킨 환상적인 수비를 선보이며 3루를 가득 메운 LG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6회 말 2 아웃에 들어선 1번 타자 고영민. 고영민이 3구째 걷어올린 타구는 잠실 구장의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으며 날아갔다. 비록 6-0으로 앞서고 있었던 LG이지만 '뒷심'과 '발야구'를 자랑하는 두산이기에 아직 맘을 놓기에는 불안했다.

홈런성 타구로 판단됐던 타구는 펜스 바로 앞에서 이대형에게 잡히며 6회 말이 마무리되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득달같이 달려가 있는 힘껏 점프했던 이대형의 글러브에 공이 빨려들어간 것이다. 순간 3루 원정 석의 LG 팬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이대형을 연호했고 1루 베이스를 이미 돌아 2루에 가까이 가 있던 고영민은 있는 힘껏 헬멧을 당에 내팽개치며 분을 삭였다. 이대형이 3루 덕아웃으로 돌아오자 투수인 봉중근은 고마운 마음에 이대형에게 포옹을 했고 모든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쁨을 나눴다.

지난 4월 12일 경기에서 결정적인 실책성 플레이로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던 이대형은 몸을 사리지 않는 환상적인 플레이로 '절치부심', '와신상담'의 마음가짐을 팬들에게 보여줬다. 좋은 수비 후에 좋은 타격이 나온다고 했던가? 바로 다음 7회 초에서 깨끗한 좌전 안타까지 때려내며 쾌조의 타격감마저 선보였다.

4월 12일과 5월 7일, 이대형은 이 2경기에서 말 그대로 '비교체험 극과 극'을 경험 했다. 비록 4월 12일 경기에서 실책성 플레이로 팀의 패배를 자초하며 온갖 비난을 받았지만, 5월 7일 경기에서는 멋진 플레이로 팬들에게 다가서며 응어리를 풀었다.

1번 타자 '돌아온 쿨가이' 박용택과 함께 막강 테이블 세터진을 구성하며 LG 트윈스의 6연승 행진을 이끈 이대형이 대구에서 벌어질 삼성과의 주말 3연전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LG의 신바람 행진에 기여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C) 이대형 (LG 트윈스 공식 홈페이지 제공)]



박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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