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1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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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권 "미쳤다고 연예인을 존경해? 댓글에 충격"①(직격인터뷰)

기사입력 2015.09.25 07:47 / 기사수정 2015.09.25 10:10

김관명 기자
[엑스포츠뉴스 = 김관명 기자] 전인권을 만났다. 싱글 '너와 나'가 나온 바로 다음날인 지난 24일 저녁, 서울 마포의 한 식당. 자리에는 이번 싱글에 참여한 신윤철과 민재현 등도 함께 했다. 에둘러 갈 것 없다. 언제나 단도직입이 옳다. 전인권 인터뷰, 스타트!

프롤로그

기자는 1985년에 대학 1학년생이었습니다. 그 해 가을 들국화(전인권 최성원 조덕환 故허성욱 故주찬권) 1집이 나왔고, 이듬해 겨울에 2집(전인권 최성원 최구희 손진태 故허성욱 故주찬권)이 나왔습니다. 이 두 앨범은 당시 카세트테이프로 들었는데, 다음 트랙이 뭐가 나올지 지금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수없이 들었습니다. 당시 대학생들, 보다 조숙했던 고등학생들은 들국화를 들으며 자신들을 세례시켰던 영미팝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이날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전인권씨는 쉬지않고 말을 토해냈습니다. 일단 그대로 옮겨 봅니다.

인터뷰 ①

"지금은, 성인의 아픔을 멋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음악이 전멸했어요. '사랑한 후에'(알 스튜어트의 'The Palace Of Versailles'를 들국화가 리메이크한 곡. 1987년 전인권 허성욱의 '추억 들국화' 앨범에 수록) 아시죠? 그런 음악이 없는 거에요. 강승원('유희열의 스케치북' 음악감독)이 만든 '서른 즈음에', 이런 노래가 없어요, 지금은.

저는 현명한 사람들이 바로 록그룹이라고 봐요. 그들만이 혁명을 이야기했어요. 비틀스도 그랬고, 티렉스도 그랬고. 자기네가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혁명을 이야기할 수 있었던 거에요.

저도 이제 좋은 음악을 하고 싶어요. 혁명까지는 필요없고, 그냥 (현재 음악의) 흐름을 바꾸고 싶어요. 30대가 되면 20대 감성이 사라지잖아요. 꽃을 볼 수 있는 마음이 사라지는 거죠. 그걸 찾아줄 수 있는 것은 음악밖에 없어요.

음악에 마음이 실리고, 지성이 실려야 좋은 음악이 돼요. 실력만 있으면 곡예사에 불과하죠. (옆에 있는 신윤철을 가리키며) 기타리스트 신윤철, 이 친구가 굉장한 기타를 치고 있는데, 현실은 이 친구를 배고프게 해요. 이 친구가 그래요. '난 히트하고 싶지 않다. 그냥 음악만 하고 싶다'고. 저는 '그래서는 안된다'고 말해줘요. 신중현의 둘째 아들이 자기는 어떻게 하면 히트 안할까, 고민한다는 건 슬픈 얘기에요.

이런 친구를 존경하는 록밴드들과 무언의 약속을 했어요. '우리가 우리세계를 만들어보자. 내가 총대를 매서 흐름을 바꿔보자'. 그래서 새 노래 '너와 나'를 만든 거에요. 그래서 많은 뮤지션들이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죠.

cf. '너와 나'에는 자이언티, 타이거JK, 윤미래, 강승원, 서울전자음악단, 갤럭시익스프레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그레이프티가 참여했다.

예전에 '나는 가수다'를 보고 인터뷰 때 '가수들의 도살장'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때 '우리가 미쳤다고 연예인을 존경하냐?'라는 댓글을 봤어요. '전인권의 위대한 착각'이라고도 하더군요. 이런 말을 쉽게 할 수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에요. 밥 딜런에게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나요? 그렇게 우리는 다른 사회에서 살고 있는거에요. 이 흐름을 바꾸고 싶은 거에요.

저는 음악에 미쳤다고 봐요. 예전 지산록페스티벌에서 라디오헤드와 (재결성한) 들국화가 맞붙은 적이 있는데, 뉴스에서 그러는 거에요. '들국화가 라디오헤드를 이겼다'. 처음엔 웃었는데, 사실 맞는 얘기에요. 걔네는 세련됐을 뿐 우리가 더 관능적이거든요. 세련되지 않은 사회에서 형편없는 대접을 받을 뿐이죠. 우리 공연을 보고 관객 5000여명이 다 울었어요. 엄정화 장기하 이적 길, 다 구경왔는데 이들이 우는 것을 우리 딸이 사진으로 찍은 게 있어요. 그때 저는 '희망'을 봤어요. '이런 공연에서는 내가 울어도 부끄럽지 않겠구나' 하는 관객의 심정을 느꼈어요.  

킹 크림슨이 옮게 봤어요. 'Epitaph'에서 그랬죠. 바보들이 이 세상을 끌어나가고 있다고, 무덤에서 울 것만 같다고. 이게 벌써 40년 전 노래에요.

현재 우리나라 음악은 마치 이런 식으로 자랑하는 것 같아요. '네가 1곡 만들 때 나는 10곡 만든다'. 바보 같은 얘기죠. 그 반대여야 자랑 아닐까요? 이래 갖고는 음악이 발전할 수가 없어요."

(인터뷰 ②에서 계속)

el34@xportsnews.com /사진 = 김한준 기자

김관명 기자 el3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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