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양정웅 기자) 프로 9년 동안 단 2개의 도루만 성공했던 한동희(롯데 자이언츠). 거구를 이끌고 깜짝 도루에 성공한 그의 모습에 사령탑도 놀랐다.
한동희는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6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롯데의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앞서 5경기에서 3번의 멀티히트를 달성하며 좋은 타격감을 보여준 한동희는 이날도 4타수 2안타 2득점을 기록했다. 시즌 타율도 0.375로 올라갔다. 그의 활약과 선발 김진욱의 8이닝 역투 속에 롯데는 6-1로 승리, 7연패를 끊게 됐다.
첫 타석부터 한동희는 팀 득점에 기여했다. 0-1로 롯데가 뒤지던 2회, 선두타자로 나선 그는 KT 선발 오원석을 상대로 1볼-1스트라이크에서 연달아 파울 3개를 만들며 기회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가운데 슬라이더를 받아쳐 중견수 앞으로 향하는 깨끗한 안타를 터트렸다.
5번 김민성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삼진으로 물러난 후, 손호영 타석에서 놀라운 장면이 나왔다. 2볼-0스트라이크에서 한동희가 예상을 깨고 2루 도루를 시도한 것이다. 144km/h 패스트볼이 들어왔지만, 포수 장성우가 송구조차 하지 못할 정도였다.
한동희는 오원석이 투구를 위해 다리를 드는 순간 그대로 스타트를 펼쳤다. 그러면서 상대 배터리의 타이밍을 완벽히 빼앗으며 2루 베이스를 훔칠 수 있었다.
이후 오원석은 손호영을 삼진 처리했지만, 전민재에게 볼넷을 내줘 주자를 더 내보냈다. 이어 손성빈의 3루수 앞 내야안타 때 악송구가 나오면서 3루로 진루했던 한동희가 홈을 밟았다. 그러면서 롯데는 1-1 동점을 만들었다.
2루 도루 자체가 특별한 건 아니지만, 한동희여서 의미가 있었다. 2018년 롯데에 입단한 그는 이날 전까지 9시즌, 666경기 동안 단 10차례 도루를 시도했고, 성공은 두 번뿐이었다. 2019년 7월 8일 문학 SK 와이번스전에서 4회 2루 베이스를 훔쳤고, 2023년 5월 2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도 2회 박승욱과 더블스틸을 시도해 무려 홈스틸을 성공했다.
하지만 키 182cm, 체중 108kg의 건장한 체격인 한동희가 도루를 시도하는 건 거의 볼 수 없는 모습이다. 경기 다음날 김태형 롯데 감독은 한동희의 도루에 대해 "참 잘했다"면서도 "덩치 큰 선수들은 다칠까봐 웬만하면 안 시킨다"고 얘기헸다.
이어 "어제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들어가지 않았나. 슬라이딩을 하는데 통통 튀더라"라며 "그러다 다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래도 김 감독은 "어제 도루 몇 개가 나오면서 밸런스를 흔들어놨던 것 같다"며 칭찬했다.
한동희의 깜짝 2루 도루는 어떻게 나온 걸까. 그는 "(조재영) 주루코치님께서 타이밍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셨다. 스피드보다 중요한 것이 스타트 타이밍을 잡는 것이라고 하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제 도루도 투수 루틴을 체크한 후 스타트 타이밍에 맞춰서 출발했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루상에 나갔을 때도 경기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고 얘기했다.
한동희의 도루에 큰 기여를 한 조재영 코치는 "경기 전 분석 미팅에서부터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상대 투수 루틴, 스타트 타이밍 등에 대해서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한동희 선수가 그 역할을 잘 수행해줬다"고 말했다.
결국 한동희의 도루는 꼼꼼한 전력분석과 이를 선수들에게 주입시켜줄 수 있는 유능한 코치, 그리고 결단을 내린 선수의 3박자가 완벽히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이런 것들이 모여 롯데는 연패를 끊어낼 수 있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