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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의심했지만 보란 듯 극복했다…자신과의 싸움서 승리한 '몬스터 류현진'

기사입력 2023.08.14 16:21 / 기사수정 2023.08.14 16:21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2022년 6월 2일(이하 한국시간)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에게 떠올리고 싶지 않은 하루로 남았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한 그는 투구수 58개만 소화하고 불펜에 마운드를 넘겨줬다. 사유는 왼쪽 팔꿈치 통증이었가.

결국 류현진은 팔꿈치 염증이 발견되면서 부상자 명단(IL)에 오르게 됐고, 이 경기가 2022시즌 류현진의 마지막 등판이 됐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일정이 단축된 2020년을 포함해 토론토 이적 이후 처음으로 10경기도 뛰지 못하고 시즌을 마친 건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더구나 류현진의 팔꿈치 부상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팔꿈치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마음 고생을 했던 류현진은 동산고 재학 시절이었던 2004년에 이어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있던 2016년에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4월에도 팔꿈치 상태가 악화되면서 한 달 가까이 자리를 비우는 등 중요할 때마다 류현진의 발목을 잡았다.

사실 류현진은 크고 작은 위기 속에서도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왔다.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으로 14승을 달성한 류현진은 2019년 14승으로 화려한 부활을 알렸고, 2019시즌이 끝난 뒤에는 토론토와 4년 총액 8000만 달러(약 1001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류현진은 이적 첫 해였던 2020년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 이듬해 14승 10패 평균자책점 4.37로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아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의 존재감이 토론토에게 큰 도움이 됐다.

그러던 류현진에게 부상이라는 시련이 찾아왔고,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선수마다 회복세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의 특성상 일반적으로 실전 등판까지의 과정에 1년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류현진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수술을 받더라도 이전의 기량을 되찾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현지 매체의 반응도 냉소적이었다. 수술 당시 미국 매체 '스포르팅 뉴스'는 "류현진은 선수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수술을 앞두고 있다. 만약 토미존 수술을 받는다면 내년 시즌 복귀는 어렵다"며 "류현진이 2023시즌까지 뛰지 못하면 대다수 팀들은 그와 계약을 꺼릴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은퇴를 예견하긴 어렵지만, 대다수 팀은 위험 요소를 안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고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또 캐나다 매체 CBC도 "류현진이 2023시즌까지 뛰지 못하면 대다수 팀들은 그와 계약을 꺼릴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은퇴를 예견하긴 어렵지만, 대다수 팀은 위험 요소를 안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고 전했다.




그렇게 류현진은 지난해 6월 19일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 돌입했고, 재활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특히 현지 매체의 부정적인 전망을 뒤엎고 싶었던 그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면서 꾸준히 운동량을 가져가는가 하면, 야식을 줄이며 체중을 줄이는 등 '선발투수'로서의 몸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류현진은 지난 5월 불펜피칭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실전 모드'에 돌입했고, 6월 라이브 피칭에 이어 7월에는 네 차례의 재활 등판까지 소화했다. 세 차례의 등판에서 42개, 37개, 66개로 투구수를 점차 늘렸고 마지막 재활 등판이었던 7월 22일 트리플A 버팔로 바이슨스전에서는 6이닝 85구를 소화했다. 수술 이후 최다 투구수였다. 또한 류현진은 직구 최고 구속을 시속 90.8마일(약 146km)까지 끌어올리며 구위에 있어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지난달 25일 다저스와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 류현진의 선수단 합류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기대감이 높아졌고, 27일 불펜피칭으로 컨디션을 점검했다. 최종적으로 모든 준비를 마친 토론토 구단은 8월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홈경기에 류현진을 선발로 예고했고, 그렇게 1년 2개월 만의 빅리그 복귀전이 확정됐다. 올해 안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던 현지 매체의 전망이 틀렸다는 걸 스스로 증명해 보인 것이다.

물론 첫 등판 결과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볼티모어를 상대로 5이닝 9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4실점을 기록하면서 시즌 첫 패전을 떠안았다. 경기 초반에 구속을 좀처럼 끌어올리지 못하면서 1회에 이어 2회까지 어려움을 겪었고, 홈런 1개를 포함해 장타를 4개나 허용한 게 문제였다. 그나마 3회를 기점으로 직구 구속을 91마일(약 146km)까지 끌어올리면서 자신의 주무기인 체인지업과 커브의 위력이 살아난 게 고무적이었다.




첫 등판에 비해 두 번째 등판에서는 내용이 만족스러웠다. 류현진은 8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원정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 4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다만 4회말 2사 1루에서 오스카 곤잘레스의 강습타구에 오른쪽 무릎을 맞고 쓰러졌고, 1루 송구 이후 고통을 호소한 류현진은 조심스럽게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류현진은 뼈에는 문제가 없고 단순 타박상 진단을 받으면서 큰 부상을 면했지만, 그 여파로 5회 이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면서 시즌 첫 승 도전을 또 미뤄야 했다.




점차 나아진 류현진에게 남아있던 건 승리뿐이었다. 누구보다도 책임감을 느낀 건 선수 본인이었다. 그는 14일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비자책)을 기록하면서 시즌 평균자책점을 4.00에서 2.57로 낮췄다.

1회초 댄스비 스완슨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으면서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2회초 이후 안정감을 찾으면서 4이닝 연속 무실점 투구로 컵스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여기에 타선도 득점 지원과 호수비로 류현진을 도왔고, 팀의 11-4 승리를 견인한 류현진은 지난해 5월 27일 LA 에인절스전 이후 무려 444일 만에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




누구보다도 류현진을 믿고 기다렸던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류현진은) 정말 놀랍고 흐름을 놓치지 않는 선수다. 강한 타구를 억제할 줄 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또 "(류현진이 부상 전) 보여줬던 모습을 복귀 후 3경기에서 재현했다. 그 나이에 그렇게 하는 건 쉽지 않은데 류현진에게는 쉬운 일처럼 보인다"고 류현진의 호투에 박수를 보냈다.

'적장' 데이비드 로스 컵스 감독도 류현진의 능력을 인정했다. 과거 로스 감독은 현역 시절이었던 2013년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으로 류현진과 두 차례 맞대결을 펼쳤고, 2타수 무안타로 류현진이 판정승을 거뒀다. 로스 감독은 "류현진이 구속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지만 던질 줄 아는 선수다. 체인지업이 정말 굉장하다"며 "류현진은 리드를 내주면 많은 점수를 뽑기 어려운 투수다. 우리가 역전을 당한 뒤 류현진이 순항을 이어갔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한때 류현진의 복귀 여부에 회의적이었던 현지 매체도 류현진의 호투를 집중 조명했다. 캐나다 매체 스포츠넷은 "류현진은 1회 이후 다음 4이닝 동안 안타 1개와 볼넷 1개만을 허용하는 등 순조롭게 투구를 펼쳤다. 그는 5이닝 동안 자책점을 기록하지 않았고, 클리블랜드전 무릎 부상의 여파는 없었다"며 "알렉 마노아가 트리플A로 강등되면서 선발 로테이션에 류현진의 자리가 필요하고, 토미존 수술을 받고 돌아온 그가 계속 진전을 보여야 한다"고 바라봤다.

또 다른 캐나다 매체 토론토선은 "류현진이 팔꿈치 수술을 받은 이후 첫 승리를 거뒀고, 이번 경기를 통해 확신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치켜세웠으며,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의 토론토 담당기자 키건 매더슨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류현진의 성적과 함께 "류현진은 견고했고, '류현진다운' 등판이었다. 5선발로서 충분한 활약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류현진은 여전히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고,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끝내 승리를 차지했다. 오매불망 그의 복귀를 기다렸던 동료들과 팬들은 '코리안 몬스터'의 성공적인 복귀가 반갑기만 하다.




사진=AP, USA투데이스포츠, AFP/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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